1회 처방으로 진료 없이 약 조제…2001년부터 의료비 감소 방법으로 거론
의료사고 가능성에 대해 "약사, 1차적으로 환자 상태 보는 등 방지책 있어"

계속되는 전공의 파업과 정부가 비대면 진료를 전면 허용한 가운데, 약사사회에서는 만성질환자를 대상으로 '처방전 리필제' 시범사업을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해당 제도는 지난해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의 조건으로도 언급됐었지만, 반영되지 않은 상황이다.

3일 약업계에 따르면 '반복 조제 처방전'이라고도 불리는 처방전 리필제는 환자가 의사에게 받은 처방전을 가지고 의사 진료 없이 약국에서 약을 재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처방전 리필 제도에는 의사가 리필 허용 횟수를 정하는 방법과 일정하게 규정된 횟수를 정해 환자가 원할 때 약을 구매하는 방법이 있다.

지난 2001년 건강보험 재정 안정 종합대책의 일환으로 제도 도입을 주장하는 의견이 있었으며, 이후 꾸준히 의료비 감소 방법으로 언급됐지만 아직 국내에는 도입되지 않은 상황이다. 의사의 진료 없이 환자의 상태를 정확히 알 수 없어 의료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는 진찰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환자 본인은 약제로 해결될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는 만큼 의사의 진료가 필요하다는 입장에서 처방전 리필제 도입은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과 프랑스ㆍ영국 등 유럽 국가는 현재 처방전 리필제를 시행 중이다. 이어 일본도 2022년 4월부터 '최대 3번 가능'이라는 처방전 재사용 제한 기준을 두고 해당 제도를 도입했다. 해당 국가들은 불필요한 의료행위와 의료비 부담을 줄이는 등 의료비 절감과 환자의 편의를 증대하는데 목적을 둔다. 실제 일본 시스템통합(SI)업체 JAST가 처방전 리필제를 도입한 이후 1인당 의료비 변동률을 계산한 결과 3.6~16.6%의 감소율이 나타났다.

관련 업계에서는 위 사례를 기반으로 처방전 리필제가 의료비를 감소시킬 수 있는 만큼 의료보험 재정 절감에 가장 큰 장점이 있다고 주장한다. 또 약사의 응급처방 권한과 일반의약품 약사 조제 등으로 약사의 능력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제도라고 설명한다. 국내에서도 공적 전자 처방전을 도입하는 등 악용 없이 처방전을 재사용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 처방전 리필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박현진 약사의미래를준비하는모임(약준모) 회장은 "미국에서 비대면 진료가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건 처방전 리필 제도와 연계가 됐기 때문"이라며 "우리나라에서도 비대면 진료의 이득을 얻기 위해서는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박현진 회장은 의료사고 가능성 제기에 대해 "약사가 1차적으로 환자 상태를 보고 약 리필이 아닌 진료를 권하는 등 명확한 규정이 있다면 의료사고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며 "진료비 지출 없이 경제적 효율성도 챙길 수 있는 제도가 도입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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