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끼리 가격 경쟁 치열, 부르는 게 값
마진 높은 제품 위주로 구매유도 현상도

지역약사회에서 일반의약품(OTC) 판매가격 문제로 간담회를 진행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OTC를 저렴하게 판매하는 일명 '성지'로 불리는 약국(이하 성지 약국)이 약국 가격 질서를 교란하는 것은 물론 실질적으로 소비자 구매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를 제기되고 있다.

OTC는 전문의약품(ETC)과 다르게 판매 가격이 정해져 있지 않다. 보통은 인근 약국과 비슷한 가격대를 형성하지만, 그에 비해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곳을 '성지 약국'이라고 부른다. 약국에서는 제품 사입가 이상 가격으로만 판매하면 법적인 문제가 없다. 이에 어느 약국에서 구매했는지에 따라 소비자들의 구매 가격의 차이가 발생한다.

최근 히트뉴스는 SNS에 잘 알려진 성지 약국이 있는 서울 모 지역의 OTC 판매 현황을 살펴봤다. 한 유명한 비타민 B 제품을 기준으로 서울 모 지역 약국 20여곳의 평균 가격대는 4만~4만5000원대였다. 가장 저렴하게 판매했던 약국은 실제 권장소비자가격의 50% 저렴한 금액으로 구매할 수 있었다.

 

약사가 소비자에게 '얼마에 샀어요?' 되묻는 시장

기자가 직접 찾은 성지 약국이 있는 서울 모 지역은 약국별 OTC 가격 차이로 인해 소비자들이 성지 약국을 찾아다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소비자들이 가격에 민감하다 보니 특히 이 지역은 약국별로 가격 경쟁이 치열하다. 제품의 가격만 물어보고 약국을 방문한 결과 '우리 약국이 제일 저렴해요', '얼마에 샀어요?'와 같은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얼마에 구매했는지 물어본 약사는 "소비자에게 가격을 듣고 그 가격대를 맞춰줄 수 있으면 맞춰서 팔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약국 시장 가격의 교란을 초래하는 행위로 보였다.

 

가격ㆍ마진↓ → 이윤 많은 다른 제품 구매 권유

소비자 입장에서는 당장 제품을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어 성지 약국을 방문하지만, 추후에는 소비자 구매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성지 약국에서 제품 가격을 낮춰서 판매하면 주변 약국도 줄줄이 가격을 낮춰 판매하게 된다. 이 같은 현상은 제품의 마진을 떨어지게 하고, 제약사와 약국에서는 마진이 좋은 업그레이드 제품으로 소비자의 구매를 유도한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서울 모 지역 약사는 "실제로 제품을 판매했을 때 마진이 떨어지면 회사에서도 해당 제품의 업그레이드 제품 판매를 권유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한 지역약사회 관계자도 "전체 제품을 저렴하게 판매하면 약국 운영비, 인건비 등을 감당하기 힘들기 때문에 약국 경영이 힘들 것"이라며 "일부 제품은 비싸게 판매하며 유지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OTC를 저렴하게 판매하는 것은 소비자들에게 일시적으로는 긍정적일 수 있지만, 장기적인 측면에서는 구매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지역약사회 측 설명이다. 지역약사회 관계자는 "OTC 가격 문제로 인해 간담회를 진행했으며, 관련 문제는 아직 약사회에서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문제"라며 "성지 약국의 경우 적정 마진이 있어야 약국 유지가 가능한 만큼, 무조건 낮은 가격으로 같은 품목을 판매하는 약사들을 도둑으로 몰아가는 행위는 자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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