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T CHECK | 2024 바이오 투자 시장 ②
2022년말 이후 13개월 만의 성과… 다안바이오테라퓨틱스 '톱픽'
항암·중추신경계 신약 자금 조달 편중… 초기 투자 '대세'로 자리

2024년 1월 국내 비상장 신약 개발 바이오 벤처가 약 66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월별 기준 신약 연구개발(R&D)에 집중하는 비상장 기업이 600억원 이상을 조달한 건 2022년 12월 이후 무려 13개월 만이다.

잠시 대세에서 내려왔던 항암신약 개발기업이 지난달 다시금 비상장 바이오ㆍ헬스케어 자금 조달 시장의 '핫이슈'로 올라선 건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31호 국산 신약이자 비소세포폐암 치료제인 '렉라자'의 임상 주역으로 꼽히는 인물 가운데 한 명인 조병철 교수(연세암병원 폐암센터장)가 창업한 다안바이오테라퓨틱스가 초기 투자에서 230억원을 조달하며 눈길을 끌었다.

11일 히트뉴스가 자체 집계 및 분석한 바에 따르면, 지난 1월(주금 납입일 기준)에는 신약 후보물질을 파이프라인으로 확립한 9곳의 비상장 바이오기업들이 자금 조달을 마쳤다. 이들이 모은 자금은 총 661억원이다. 1월 전체 비상장 바이오ㆍ헬스케어 기업의 자금 조달액(1306억원)의 과반을 살짝 넘는(50.6%) 수치다.

월별 기준 비상장 신약 개발 바이오텍의 자금 조달 성과가 비상장 헬스케어 기업의 조달액을 앞선 것은 작년 7월 이후 6개월 만이다. 세부적으로 비상장 신약 개발 바이오텍의 지난해 자금 조달 성과를 월별로 놓고 보면, 7월을 제외하고는 매달 비상장 신약 개발 바이오텍이 비상장 헬스케어 기업 대비 상대적으로 낮은 자금 조달 성과를 보였다.

비상장 신약 개발 바이오텍이 단일 월 기준으로 600억원 이상의 자금을 조달한 내역을 확인하려면 재작년(202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마지막으로 비상장 신약 개발 바이오텍이 600억원 이상의 자금을 조달한 시점은 2022년 12월이었다. 올해 1월 약 13개월 만에 다시금 해당 기록을 세운 것이다. 갑진년 새해 모처럼 신약 R&D 바이오텍들이 상큼한 출발을 알린 셈이다.

이 기간 펀딩을 마친 총 9곳의 비상장 바이오텍 가운데 4곳이 항암신약 개발기업(다안바이오테라퓨틱스ㆍ닥터아이앤비ㆍ진크래프트ㆍ프로젠)이었다. 이들로 향한 자금은 해당 기간 비상장 신약 개발기업 자금 조달 총액의 3분의 2에 달하는 437억원이었다.

다안바이오테라퓨틱스는 시리즈 A 라운드에서 230억원을 모았다. 지난해 4월 일리미스테라퓨틱스(시리즈 A, 200억원)에 이은 9개월 만의 시리즈 A 투자 라운드에서의 빅딜이다. 다안바이오테라퓨틱스의 창업주인 조병철 교수가 임상의(PI)로 참가한 혁신신약 렉라자가 글로벌 출시를 앞둔 데다, 비소세포폐암을 타깃하는 보유 파이프라인에 대한 기대감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수만 전(前) SM엔터테인먼트 창업주의 지분 투자로 유명세를 치른 프로젠은 작년 코넥스 상장 이후 첫 투자를 마무리했다. 조달액은 97억원이다. 프로젠은 국내 1세대 바이오텍 중 하나인 제넥신을 세운 성영철 전 회장의 후속 창업기업이다. 항암신약과 더불어 최근 핫 키워드인 비만ㆍ당뇨 신약 파이프라인 'PG102(개발코드명)'를 전면에 내세웠다.

KRAS 폐암 유전자를 타깃한 항암신약 개발기업 진크래프트도 시리즈 A에서 100억원의 자금을 모았다. 회사는 항암신약 개발 외에 아데노부속바이러스(AAV) 벡터 기술을 이용해 유전자치료제 전문 위탁연구개발(CRDO) 부문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항암신약 개발 바이오텍의 뒤는 퇴행성 뇌질환을 포함한 중추신경계(CNS) 치료제 개발사들이 자리했다. 아리바이오, 다이나믹드럭디스커버리, 아스트로젠까지 총 3곳이었다. 아스트로젠은 이 기간 유일한 시리즈 C 투자 유치 기업이다. 재작년부터 이어 온 100억원의 투자 라운드에서 25억원을 증액하는 오버부킹(Overbookingㆍ초과 청약) 끝에 총 125억원의 멀티클로징(Multi closingㆍ추가 증액)을 마쳤다.

2022년 초 1345억원을 조달하며 그 해 톱픽(Top-pickㆍ최선호주)으로 자리 잡은 아리바이오는 약 2년 만에 추가 자금 조달을 마무리했다. 조달 금액은 110억원으로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은 2022년 당시와 동일했다. 2022년 당시 투자 라운드는 프리 IPO(Pre IPOㆍ상장 전 지분 투자)였다. 자금 조달 후 기술성 평가에서 고배를 마셨지만, 1250명의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대상으로 'AR1001' 임상 3상을 진행하면서 기업가치를 유지하는데 성공했다.

한편 해당 기간 후속 투자 건수가 아리바이오와 아스트로젠뿐이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비상장 투자 시장에서 신약 개발 바이오텍의 선전을 초기 투자 라운드 기업이 이끌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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