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T CHECK | 2024 바이오 투자 시장 ⑦
기존 포트폴리오 관리, 주주총회 집중하는 전통적 비수기 영향
그럼에도 헬스케어 성과와 큰 차이… '높아진 IPO 문턱' 후폭풍

2024년 2월 한 달 간 국내 비상장 신약 개발 바이오 벤처가 약 40억원의 자금을 조달하는데 머물렀다. 올해 초 모처럼 대규모 자금이 몰린 것과 대비하면 급반전이 일어난 양상이다.

조달 건수와 액수 모두 '0'를 기록한 작년 이맘때의 악몽을 떠올리게 한다. 작년 4분기부터 이어졌던 대규모 라이선스 아웃(Licence Outㆍ기술 이전) 성과, 오리온의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 인수 등의 각종 호재가 높아진 기업공개(IPO) 문턱을 체감 중인 바이오텍 업황에 부딪혀 물거품이 된 모습이다.

17일 히트뉴스가 자체 집계 및 분석한 바에 따르면, 지난 2월(주금 납입일 기준) 신약 후보물질을 파이프라인으로 확립해 자금을 조달한 바이오 기업은 2곳이었다. 이들에 유입된 자금 총액은 38억원이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시프트바이오가 18억원, 프로앱텍이 전략적투자자(SI)를 유치하며 20억원을 모았다. 같은 기간 헬스케어 및 메디테크 기업에 유입된 자금(15곳ㆍ1360억원)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조달 기업과 규모만 놓고 보면 그다지 의미를 찾기 어려운 수준이다.

올해 1월(R&D 바이오텍 조달액 661억원)의 경우 자금 조달 성과 측면에서 잠시 헬스케어(645억원)보다 성과가 앞섰는데 한 달 만에 자리를 내줬다. 지난달에는 자금 조달 시장에서 헬스케어 섹터의 기여도가 90% 후반을 기록했다.

작년 9월부터 다섯달 간 이어진 R&D 바이오텍의 조달 규모 증가세(2023년 9월 222억원 → 2023년 10월 359억원 → 2023년 11월 471억원 → 2023년 12월 542억원 → 2024년 1월 661억원)도 꺾였다. 자금 조달 규모로만 놓고 보면 바이오텍 관계자들이 최악의 자금 조달 난을 호소하던 작년 초로 돌아간 모습이다.

시장에서 이같은 감소세는 일시적일 것이라고 전망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통상 2월은 벤처캐피탈(VC)을 비롯한 재무적투자자(FI)들이 기존 포트폴리오 관리를 위해 주주총회 일정에 집중하는 시즌이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자금 집행을 직전연도 말이나 연초에 마무리하는 기저효과가 나타나는 시기이기도 하다.

다만 작년 4분기부터 시장에 각종 호재가 나타난 것을 고려하면 이같은 급감 기조는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작년 4분기부터 이어진 자금 조달 상승세는 종근당, 오름테라퓨틱, 레고켐바이오 그리고 올해 LG화학까지 업프론트(Upfrontㆍ선급금) 규모가 1000억원 안팎의 빅딜이 이어진 영향을 받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특히 올해 초에는 오리온이 레고켐바이오에 약 5500억원을 투자하면서 바이오텍에 대한 주목도가 한층 높아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시장에서는 다시 투자에 보수적인 기조를 보이기 시작했고, 바이오텍의 조달 성과가 급감하기 시작했다는 게 업계 안팎의 분석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작년 호재가 이어질 때와 비슷한 시기에 상장예비심사에 진입했던 주요 바이오텍 기대주들이 연이어 심사 철회 입장을 내고, IPO 도전을 접은 게 타격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파두 사태 이후 국내 IPO 시장에서 바이오텍의 입지가 한층 좁아진 점이 투자심리에도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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