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T CHECK | 2024 바이오 투자 시장 ④
이른 시기 '수익성' 입증하면 초기 기업에도 수백억 베팅
'파두 사태'의 나비효과… '기술'→'실적' 무엇보다 중요해져

2024년 1월 비상장 바이오ㆍ헬스케어 투자 시장에서 눈여겨볼 지점으로 '메디테크' 기업의 약진이 꼽힌다. 그간 신약 연구개발(R&D) 기업으로 이뤄진 바이오텍이 주도한 자금 조달 시장에서 의료기기를 비롯해 장치 및 장비 산업에서 승부를 보려는 기업에 대규모 자금이 몰리며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자금 조달에 성공한 메디테크 기업 수와 투자 유치 규모가 모두 급증한 것은 또 다른 의미를 내포한다. 비상장 바이오ㆍ헬스케어 섹터가 극한의 투자 침체기를 지나는 가운데 작년 기업공개(IPO) 시장을 뒤흔들었던 '파두 사태' 여파까지 더해지며 비상장 바이오ㆍ헬스케어 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선택지 역시 달라졌다는 점이다.

25일 히트뉴스가 자체 집계 및 분석한 바에 따르면, 지난달(주금 납입일 기준) 총 1306억원의 자금 조달을 마친 국내 비상장 바이오ㆍ헬스케어 기업 18곳 가운데 5곳이 메디테크 기업이었다. 메디테크는 진단 및 치료 때 의료 전문가를 보조하거나 대체할 수 있는 여러 장비와 기술, 솔루션을 뜻한다. 이들 기업으로 향한 자금 총액은 340억원으로, 해당 기간 조달액의 21%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메디테크 기업의 자금 조달 성과가 한 건도 없었던 것과 대조된다.

지난달의 성과는 2023년 국내 비상장 메디테크 기업의 자금 조달 성과(635억원)의 절반이 넘은 수치다. 작년 하반기부터 메디테크 기업으로 향하는 투자금 추이가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했는데 2024년 첫 해부터 긍정적인 흐름을 보인 것이다.

단위: 억원, 괄호 안은 업체 수 / 자료=히트뉴스 자체 집계 및 재구성
단위: 억원, 괄호 안은 업체 수 / 자료=히트뉴스 자체 집계 및 재구성

통상 비상장 바이오ㆍ헬스케어 펀딩 시장은 혁신신약 R&D 및 헬스케어 벤처를 중심으로 움직인다. 이에 따라 메디테크 기업의 자금 조달 성과는 대개 있어도 미미한 수준이었다. 다만 작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흐름이 달라졌다. 물론 아직은 R&D 바이오텍이나 헬스케어 벤처 대비 열위한 수준이지만, 성장세만 놓고 보면 추후에도 같은 상황이 이어질지 예단하기가 쉽지 않다.

해당 기간 시리즈 B 투자 라운드에서 200억원을 조달한 메디컬 에스테틱 기업 바임이 톱픽(Top-pickㆍ최선호주)이었다. 바임은 2014년 설립돼 생체적합성, 생분해성 고분자 관련 자체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인체조직 재생 관련 제품과 개량의약품을 개발하는 메디컬 에스테틱 회사다.

'일회용 내시경'을 전면에 내세운 다인메디컬그룹 역시 시리즈 B에서 100억원을 조달했다. 이번 라운드에는 KB인베스트먼트와 한국투자파트너스, 파트너스인베스트먼트, 데브시스터즈벤처스가 참여한 점도 눈길을 끈다. 이들 모두는 바이오 영역을 주요 포트폴리오로 갖추고 있는 중ㆍ대형 벤처캐피탈(VC)로 꼽힌다. 메디테크 기업의 입지가 투자 시장에서 한층 달라진 점을 미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대규모 자금을 유치한 기업들은 모두 조기에 '매출'을 인식할 수 있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모습이다. 바임은 전반적인 성장 산업인 에스테틱에서 '쥬베룩(juvelook)' 등 제품을 출시해 안티에이징과 슬로에이징 등의 자금 조달 '테마'의 중심에 있다. 다인메디컬그룹 역시 재사용 내시경의 한계인 교차 감염과 높은 수리 비용,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일회용 내시경 사용 권장 흐름 등에 올라탔다.

다만 이번 자금 조달 성과는 단순히 비상장 메디테크 기업의 사업 성과만으로 이뤄진 결과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올해 들어 가장 눈에 띄는 시장 변화가 IPO를 통해 투자자들에게 엑시트(Exitㆍ자금 회수) 가능성을 두고 극명하게 갈렸다는 점에서도 이유를 찾을 수 있다.

R&D 바이오텍들의 경우 280일의 상장심사 끝에 최근 상장을 자진 철회한 피노바이오, 하이센스바이오 등 기술특례상장 국면에서 연이어 고배를 마시는 사례가 나왔다. 다만 치과용 심미보철 소재를 생산ㆍ판매하는 하스의 경우 기술특례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한 지 3달 만에 한국거래소로부터 '승인' 결과를 따냈다.

업계 관계자는 "작년 파두 사태 이후 거래소 및 인허가당국에선 심사 기업에게 한층 까다롭고 엄격한 매출 요건을 제시하도록 하고, 수익 실현 가능성을 묻고 있다"며 "자연스럽게 호흡이 길어 수익 실현 시기를 전망하기 어려운 바이오텍들에는 허들이 높아지고, 상대적으로 단기에 매출을 내는 메디테크 기업들에는 우호적인 결과가 나오면서 투자 시장에서도 조금씩 변화의 흐름이 포착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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