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T CHECK | 바이오 투자 시장 ㉝
최악의 바이오 투자 혹한기 불구하고 직전 3년 간 최고 성과
상·하반기 헬스케어가 처음 톱픽 차지 "투자 트렌드 변화 포착"

2023년 한 해 동안 국내 비상장 헬스케어 섹터에 8000억원가량의 자금이 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신약 개발 바이오텍들이 최악의 투자난을 이야기했지만, 헬스케어만 떼 놓고 보면 역대급 성과다. 자금 조달 규모와 업체수 모두 최호황기로 꼽히는 2021년을 넘어섰다는 점이 눈에 띈다.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집계 이래 처음으로 자금 조달 톱픽(Top-pickㆍ최선호주) 자리를 헬스케어 업체가 차지한 점이다. 헬스케어 섹터가 자금 조달 시장의 왕좌를 줄곧 차지해 온 신약 개발 바이오텍 섹터를 밀어내고 투자 주류로 올라선 첫 사례인 만큼 업계에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4일 히트뉴스가 작년 한 해 동안 자금 조달을 마무리한 국내 비상장 바이오ㆍ헬스케어 기업 현황을 섹터별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헬스케어 섹터가 한 해 7793억원의 조달 성과를 낸 것으로 집계됐다. 해당 기간 자금 조달에 성공했다고 밝힌 헬스케어 기업은 총 101곳으로 확인됐다.

자체 집계 이래 한 해 동안 자금 조달에 성공한 헬스케어 기업의 수가 100곳을 넘어선 것은 2023년이 처음이다. 이와 함께 바이오와 헬스케어를 통틀어 최고의 투자 호황기로 꼽히던 2021년(헬스케어 섹터 조달액 7615억원, 조달업체 78곳)의 성과도 뛰어넘었다.

조달액의 경우 단위는 억원 / 자료=히트뉴스 자체 집계 및 재구성
조달액의 경우 단위는 억원 / 자료=히트뉴스 자체 집계 및 재구성

단순히 자금 조달 성과뿐만 아니라 자금 조달의 '질적 측면'에서도 헬스케어 기업들의 약진이 돋보였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국인 2020년을 포함해도 신약 개발기업이 자금 조달 규모에 있어서 톱픽 자리를 놓친 사례는 한 번도 없었는데, 작년에 들어 이 흐름이 바뀌었다.

2023년은 상반기에는 넛지헬스케어(시리즈 A, 300억원)가, 하반기에는 휴먼스케이프(시리즈 C, 400억원)가 톱픽이었다. 상ㆍ하반기 모두 헬스케어 기업이 톱픽을 차지하면서 비상장 바이오ㆍ헬스케어 자금 조달 시장의 새 역사를 썼다. 그간 비상장 바이오ㆍ헬스케어 자금 조달 시장은 사실상 신약 개발업체를 중심으로 움직였다. 다만 이번 휴먼스케이프와 넛지헬스케어의 사례를 들면 추후 시장의 투자 및 자금 조달 트렌드가 변화할 가능성도 감지할 수 있다.

세부적으로 비상장 바이오ㆍ헬스케어 자금 조달 톱픽 역사를 살펴보면, 2020년대 이후에는 줄곧 신약 개발기업이 영예를 차지해 왔다. 2020년 상반기에는 항암 혁신신약을 개발하는 지아이이노베이션(시리즈 C, 300억원), 2020년 하반기에는 중추신경계질환(CNS) 치료제 개발사 콘테라파마(시리즈 B, 510억원)가 톱픽이었다.

2021년 상반기에는 앞서 자금 조달을 마무리한 지 1년 만에 프리 IPO(Pre-IPOㆍ상장 전 지분 투자)를 본격적인 상장 채비를 갖췄던 지아이이노베이션(프리 IPO, 1603억원)이, 하반기에는 중국에서 전략적투자자(SI)를 유치한 보툴리눔 톡신 개발업체 휴온스바이오파마(1544억원)가 으뜸이었다.

2022년 역시 신약 개발을 중심에 둔 투자 트렌드가 이어졌다. 2022년 상반기에는 경구용 알츠하이머병 신약 개발기업 아리바이오(프리 IPO, 1345억원)가, 하반기에는 항암신약 개발기업 아이디언스(시리즈 B, 300억원)가 톱픽을 차지했다.

업계에서도 투자 트렌드가 바이오에서 헬스케어로 넘어간 것인지, 불확실한 경기 흐름에서 신약 개발업체의 일시적 위축인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분위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비상장 투자에서 헬스케어 업체가 조달 최상위 자리에 올라선 게 일시적인 흐름은 아닐 것으로 본다"며 "신약 개발기업들은 아직도 냉기가 흐르는 바이오 투자 시장에서 옥석 가리기가 진행되는데, 헬스케어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초기 투자 국면에서도 적잖은 자금을 동원하는 점도 의미가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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