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복지위, 보건복지부·질병관리청 대상 국정감사

"필수의료 및 지방의료 붕괴 막기 위해 의대 정원 확대 필요"
"마약류 오남용, 의사 셀프처방 문제 차단책 마련 시급"
"직능 벗어난 전문약 처방 사례 빈번"
"혈액제제 안정 공급 위해 수가 보전 필요"

11일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는 보건복지부 및 질병관리청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11일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는 보건복지부 및 질병관리청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올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첫 국정감사는 의료 인력 부족 문제에 집중됐다. 이와 함께 마약류의 오남용, 무분별한 전문약 처방 등에 우려도 이어졌다.

11일 개최된 복지위 국감은 보건복지부 및 질병관리청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 이기일 복지부 제1차관, 박민수 제2차관 및 지영미 질병관리청장 등이 위원 질의에 답하기 위해 자리했다.

 

일본, 미국, 호주에 비해 현저히 낮은 국내 혈액제제 약가,
안정 공급 위해 충분한 수가 보전 이뤄져야

최재형 국민의힘 의원
최재형 국민의힘 의원

최재형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품절 문제를 겪고 있는 혈액제제의 수가 문제를 언급했다.

최 의원은 "안정한 혈액 공급을 위해 정부가 적정혈액수가를 보전하겠다고 했음에도, 2009년 인상 이후 제자리 걸음인 상황"이라며 "노동집약적인 혈액제제 특성상 인건비 등도 많이 들어가는 만큼, 혈액제제의 수가는 적정한 공급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헌혈 목표치가 2018년부터 2020년까지의 80% 수준으로 미달되고 있는 상황이며, 현재 의료계에서 수요가 가장 큰 백혈구 제거 제제도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며 "혈액제제는 항상 충분히 준비돼 있어야 하는 국민 건강에 필수 제제인데, 수가 문제로 충분히 공급되지 못하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최 의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혈액수가는 미국, 일본, 호주 등 국가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적혈구 제제 기준 미국은 우리나라 보다 약 3배 가량 약가가 높고, 백혈구 제제 혈액제제의 경우 일본은 우리나라의 2.6배, 미국은 약 3배, 호주는 약 5배 정도 약가가 높게 책정돼 있다.

조규홍 장관은 정부가 2020년부터 준비하고 있는 혈액 공급 기본 계획의 진행 상황에 대해 "계획했던 대로 혈액제제 원가 요인을 분석해서, 이를 인상할 방안을 강구 중"이라며 "혈액제제 확보에 차질이 없도록 추진하겠다"고 답변했다.

 

OECD 평균 대비 낮은 의사 수, 
필수의료 및 지방의료 붕괴 위기...의대 정원 확대 필요 

올해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들은 최근 의사 수 부족으로 인한 필수의료 및 지방 의사 인력 부족 문제와 관련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내 의사 인력은 OECD 평균 대비 최하위 수준인 반면, 급여는 최고 수준"이라며 "동네 병의원 의사 수입은 대학병원 및 종합병원 의사의 1.6배 수준으로, 지난 5년간 늘어난 의원급 의사 수에 비해 (상급)종합병원 등 인력은 턱 없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소아 24시간 응급 의료기관이 전국 92개(22.5%)에 불과하고, 춘천·안동의 중증 환자 사망률이 수도권에 비해 1.3~1.7배 높은 등 의료계 지역간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며 "공공 의료 붕괴가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의료체계 현실과 인구 고령화를 고려한 적정 의대 정원 증원 △서남대 의대 정원을 시작으로 공공의대 설립 추진 △필수의료 적정보상 △비급여 관리 △포괄수가 등 지불제도 개편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의대 정원 확대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동의했다.

김영주 의원은 "2035년까지 2만 7000명의 의사가 부족하게 될 것이라는 통계 결과가 있다"며 "이런 필수 의료 인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의대 정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보건복지부가 국민들이 찬성하고 있는 '의대 정원 확대'와 의사 단체들이 주장하는 '의대 정원 확대 반대' 의견 중 어떤 선택을 하실지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신현영 의원은 지역별 인구 대비 전공의 정원 현황을 자료로 제시하며, 시급한 의료 인력 지역 불균형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신 의원 자료에 따르면, 서울은 1만 명당 전공의 정원이 14.1명인 반면 경북은 1.36명에 불과했다.

조규홍 복지부장관이 보건복지위원회 위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조규홍 복지부장관이 보건복지위원회 위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의대 정원 규모에 대해서는 의료계와 지속적으로 협의하고 있고, 2025년 입시부터 의대 정원이 확충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며 "적정 의대 정원은 지금 늘린다고 하더라도 일선에서 활동하기 위해선 약 10년의 시간이 걸리는 만큼, 정원은 정원대로 확충하면서 현재 의료인력을 활용해 필수 의료와 지방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논의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마약류 오남용, 의사 셀프처방 문제 심각,
DUR 강화 등 차단책 마련 시급

최근 압구정 롤스로이스 사건 등 마약류 투약 환자가 발생시키는 사건들이 증가하면서, 마약류 오남용을 막을 수 있는 체계 마련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롤스로이스 사건 당사자 등 최근 문제를 일으킨 마약류 투약 환자 대부분이 모두 이 의약품들을 병원에서 처방받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디아졸팜, 니다졸팜, 프로포폴, 옥시코돈 등 마약류 오남용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의료기관은 이들을 처방하면서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에서 표시되는 약물 중복 및 오남용 경고를 무시하고 있다"며 "현재 법규에서는 이를 확인해야만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처분 규정이 없어 사실상 참고용으로만 사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혜숙 의원에 따르면, 미국도 이러한 경고를 처방 의사에게 표시하고 있는데, 이를 무시한 채 처방할 경우 상당한 벌칙이 주어지고 있다. 

전 의원은 "우리나라는 시행 10년이 지났음에도, 이 규정에 대한 강제화에 대해 정부가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아 왔다"고 꼬집었다.

이에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말씀하신 강제화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고, 이를 준수했을 시 인센티브를 부여하거나, 준수하지 않을 시 디스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하는 것은 어떨까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전혜숙 의원이 공개한 2018년에서 2022년까지 4년간의 마약류 투약자 범죄 실태를 살펴보면,  매년 평균 200명 안팎이 마약류 투약자에 의한 범죄가 발생하고 있다. 세부적으로 향정신성의약품 투약 환자가 715명 (66%), 마약 투약 환자가 213명(19.7%) 대마 투여자가 155명(14.3%)이다.

한편 최연숙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7월 식품의약품안전처 '마약류 오남용 타당성 심의위원회'가 실시한 마약류 의약품 셀프처방 타당성 조사 결과를 소개했다. 대상은 의약품을 셀프처방한 20개 의료기관이었다.

최연숙 국민의힘 의원
최연숙 국민의힘 의원

최연숙 의원은 "이 중 18개 의료기관이 '타당하지 않음' 결과를 받았고, 심사위원 전원이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한 곳이 3곳이나 됐다"며 "위원회 구성원 14명 중 12명이 의사인데, 같은 의사들 조차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는 것은 셀프처방이 오남용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의원이 소개한 셀프처방 사례를 살펴보면, 의료용 마약 진통제인 옥시코돈을 2022년에만 스스로에게 14만정(하루 440정)을 처방한 경우도 있었으며, 치과의사가 진료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향정약인 디아제팜을 3년간 지속 처방했으나 진료 기록을 남기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최 의원은 "옥시코돈은 하루 최대 240mg까지 밖에 복용할 수 없다. 10mg 제제를 기준으로 했을 때 440정은 최대치의 약 20배에 해당하는 용량"이라며 "이런 과다 처방에도 의사가 진료비를 청구하지 않으면, 복지부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이를 확인할 수 없어 전혀 대응책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즉, 의사가 본인부담으로 처리할 경우, 마약류의 존재는 사각지대로 빠져 버린다는 것이다.

최 의원은 이런 셀프처방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식약처의 마약류 통합관리시스템과 복지부 및 심평원 시스템을 연계해 오남용 사각지대를 없앨 방안을 마련할 것을 조규홍 장관에게 당부했다.

 

삭센다가 한방 병원에? ADHD 치료제가 치과에?
직능 벗어난, 비진료 영역에 대한 전문약 처방 빈번

최연숙 의원은 최근 한의원 또는 한방병원으로 비만치료제 ‘삭센다(성분 리라글루티드)’가 공급되고 있다며, 직능을 벗어난 전문의약품 처방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의료법 및 약사법에 따르면, 전문의약품은 의사 또는 치과의사만이 처방할 수 있고, 한의사는 한방 의료와 한방 보건지도를 임무로, 치과의사는 치과 의료와 구강 보건지도를 임무로 수행하게끔 규정돼 있다. 

최연숙 의원은 “심평원 자료를 살펴보면, 삭센다는 전문의약품임에도 2020년부터 2022년까지 한의원에도 공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한의원과 한방병원은 대부분 한의사만 있는 곳임에도 상당한 양이 한의원에 납품됐다”고 밝혔다.

이어 “삭센다 이외에도 부신피질호르몬제가, 국소마취제, 항생제, 백신류 등 상당한 양의 전문의약품들이 한의원에 납품됐다”며 “본인 부담으로 처리돼 이들이 어떻게 사용됐는지에 대해서는 확인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치과의사가 ADHD 치료제를 셀프처방한 사례도 발견됐는데, 치과의사는 전문의약품 처방은 가능하지만, 의료법에서 규정한 임무를 벗어난 처방은 이뤄져선 안된다는 것이 최연숙 의원의 의견이다.
조규홍 복지부장관은 “일부의 경우 구강 및 안압 등 치료 목적에 사용될 수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반박했지만, 최 의원은 “이번 건은 명백히 ADHD로 처방을 낸 건”이라며 “정신과에서나 처방하는 ADHD 치료제를 치과의사가 처방한 것이 면허범위에 맞는 것이냐”고 질책했다.

지난 2018년 국정감사와 2020년 감사원 감사에서도 이런 직능을 벗어난 전문약 처방과 관련된 지적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최 의원은 “지속적인 지적이 있었지만, 지금까지 복지부는 이 문제를 방관해왔다”며 “면허 취소 등 무분별한 처방을 막을 수 있는 특단의 조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조 장관은 “지적해주신 문제들을 적발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실태조사를 실시했지만, 미비했던 것 같다”며 “향후 실태조사에 더욱 신경쓰겠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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