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NDMA 사고보상금 추진할거면서 구상권 청구는 왜 했나

라니티딘 잠정 회수 및 판매중지 조치를 발표하는 식약처 김영옥 의약품안전국장. (사진=식약처 제공)
NDMA 문제로 라니티딘 잠정 회수 및 판매중지 조치를 발표하는 식약처 김영옥 의약품안전국장. (사진=식약처 제공)

발암유발 추정물질로 알려진 NDMA 발생에 따른 재처방·재조제에 투입된 건강보험 재정 손실분을 메우기 위해 식약처 주도로 제약회사와 정부가 일정비율로 이를 분담하는 방안이 논의되는 중이다.

히트뉴스가 27일 단독으로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제약회사가 보상금액의 30%를 책임지는 이른바 'NDMA 사고보상금' 조성에 대한 합의는 사실상 이루어진 상황인데 다만, 분담비율의 경우 30% 이상으로 확대·조정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고 한다. 고혈압약 발사르탄으로 시작된 NDMA 문제가 다른 약물로 확대되면서 이에따른 기금 또는 보상금 조성문제는 정부 사이드에서 작년부터 제기되어 왔는데, 이제서라도 정부와 산업계간 물밑대화가 합의점을 찾아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발사르탄, 니자티딘, 라니티딘에 이어 최근 당뇨약인 메트포르민으로까지 NDMA 문제가 확산된 상황이라면 의약품 불순물 문제는 정부와 산업계가 변수가 아닌 상수로 받아들이고 머리를 맞대야 하는 과제이기 때문이다.

안타까운 점은 발사르탄 재처방·재조제에 들어간 건강보험 재정의 손실분을 받아내기 위해 정부가 청구한 구상권에 대해 산업계가 반발하면서 양측이 소송 중이라는 점이다. 우리는 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개별 제약회사를 상대로 구상권을 청구한 것에 대해 여러 차례 비판한 바 있다. 미국FDA, 유럽EMA, 한국Mfds도 몰랐던 ‘비의도적’ 불순물인 NDMA에 따른 재정손실을 피해 당사자 중 하나인 제약회사에 요구하는 것은 행정절차적으로 정당하더라도 내용적으로는 합리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분석기술 발전으로 새롭게 드러난 NDMA 문제는 의도적 가해자로 지목할 상대방이 딱히 없다. 따라서 국민의 건강권을 보장해야할 정부와 산업계가 협의를 통해 양보와 책임의 경계를 원만히 설정해야할 사안이었다. 구상권 청구라는 행정절차 강행은 정부와 산업계간 소송을 넘어 위수탁 관계에 있는 기업과 기업간 도미노 소송으로 번질 수 있다는 경고를 행정당국은 사실상 외면했다.

정부가 보험재정으로 보상금 일부를 책임지는 것으로 결정했다면, 이는 NDMA와 같은 비의도적 불순물의 원천책임이 제약회사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인정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의 구상권 청구는 정해진 규정을 따른 맹목적인 행정행위에 가깝게 보인다. 한참 진행 중인 소송의 결과를 지켜보고 분담의 %를 조정해볼 요량을 정부당국이 혹여라도 갖고 있다면, 그러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충고한다.

사고보상금을 조성하기 위해 정해야 할 갹출의 방법과 관리의 주체 등 현안이 많다. 살뜰히 살펴봐야할 것은 의약품안전관리원이 운영하는 의약품부작용피해구제기금과 같은 산업계의 불만이 NDMA 사고보상금에서 또다시 재현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매년 세금처럼 의약품피해구제기금을 제약회사로부터 걷어들이지만 쓰지않고 쌓아둔 적립금이 2018년말 기준으로 145억에 달한다. NDMA 구상권 문제가 처음 제기됐을 당시 제약회사들이나 국회가 피해구제기금 활용 문제를 제기한 이유이다. 기금의 성격과 용도가 다르다는 점을 몰라서 꺼내든 카드가 아니다. NDMA는 상당기간 해결해야할 상수가 됐다. 건강보험재정 손실을 보전해야 한다면 NDMA 문제에서 만큼은 신의성실을 원칙으로 협의와 합의를 우선해야 한다.

제약회사는 정부의 곳간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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