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법 위반, 위계공무집행방해 등 총 7개 혐의로 재판

[현장] '인보사 사태'로 구속기소 된 코오롱·이우석 첫 재판-피고 주장 중심으로

"이 사건 공소사실, 검찰이 오인한 겁니다. 법리를 잘못 적용해 매우 부당합니다. 피고인, 공소사실 전부 인정할 수 없습니다."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인보사)' 관련 혐의로 구속기소 된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 등 임원들이 첫 재판에서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이 대표 변호인은 지난 달 29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4부(소병석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일관되게 검찰 측 주장을 전면 반박했다.

코오롱그룹 사옥 전경 (사진출처=코오롱 웹사이트)
코오롱그룹 사옥 전경 (사진출처=코오롱 웹사이트)

변호인은 "인보사 안전성과 효능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은 식약처와 FDA가 여러 차례 확인했다"며 "미국과 한국에서 안전성과 통증 감소, 기능개선 등이 모두 객관적으로 검증됐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미 식품의약국(FDA)은 최근 Clinical Hold(임상 3상에 대한 보류) 조치를 해제하고 임상 3상시험(환자 투약) 재개를 허용했다"며 안전성 강화 논리를 폈다.

변호인은 "인보사에 사망선고를 내리려는 검찰의 판단과 달리 미국 임상 3상 재개로 외국 품목허가 가능성을 갖게 됐다"며 "향후 전 세계 골관절염 환자들은 고통에서 벗어나고 시장의 최초 진입자로서 수익을 창출해 투자자가 그 이득을 얻으면 대체 누가 어떤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냐. 어떤 형사책임을 규명한다는 것이냐"며 항변했다.

그러면서 "최근 코로나19 사태에 한국 회사들이 진단키트를 내놔 찬사받는다. 인보사도 미 FDA 승인을 받으면 국민들 자부심을 키울 것"이라고 했다.

공소 내용에 대해 반박하던 변호인은 "일부 정제되지 않은 여론에 휘말려 희생양을 찾아 형사 책임을 부과하는 게 아닌지 묻고 싶다"며 "본질이나 발생 경위와 무관한 결론을 내려 사후적으로 공소사실을 만든 게 아닌지 의문스럽다"고 검찰을 향해 날선 비판을 이어갔다.

변호인은 '쓰레기 만두' 사건을 언급하며 "검증되지 않은 언론보도와 기소로 관련 임직원들이 구속, 재판받았으나 모두 무죄였다. 결국 회사는 치명적 손해를 입고 도산되기 일쑤였다"고 했다. 글로벌 빅파마는 최초 진입자(퍼스트무버)가 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데 지체되면 2등이 아니라 '실패'가 될 수 있다고도 했다.

변호인들은 오전 공판에서 공소사실들에 대해 변론했다.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사진출처=히트뉴스 DB)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
(사진출처=히트뉴스 DB)

피고 이우석 대표는 "(자신도) 진술할 기회를 달라"고 했고,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여 오후 2시경 공판을 다시 진행했다.

발언기회를 요청한 이유는 공소사실이 자신이 아는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반박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크게 '세포유래 착오'와 '클리니컬 홀드(임상시험에 대한 보류)' 두 가지 사안에 대한 입장을 내놨다.

이 대표는 "지난해 2월 26일 회사로 출근하다 티슈진 임원에게 전화를 받아 처음 알았다. 깜짝 놀랐고, 무엇을 의미하는지 솔직하게 감이 잡히지 않았다"며 "그런데 검찰 측은 2017년 10월 '칼'이라는 사람에게 내가 이야기를 들었고 2019년 2월 재확인 한 것으로 공소장에 적었다"고 했다.

이 대표는 "(검찰 측 공소사실에 대해) 그렇지 않다. 2017년에 알았다면 회의를 소집하고, 난리를 떨었을 것이다"며 "알았더라면 양립할 수 없는 경영상의 의사결정을 많이 했다. 800억원의 돈을 들여 인보사 전용 공장을 짓는 결정 말이다"라고 했다.

또한 '클리니컬 홀드'와 관련된 혐의를 받는 데 대해 설명했다. 환자에 심각한 부작용이 생길 걸 알았던 '시행착오'가 아니였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시료를 생산 못 하고 있어 FDA에 이를 알리고, 승인받는 클리니컬 홀드를 의미했다. 절차적 문제였지 약의 본질에 관련된 유효성이 아니었다"고 했다.

비즈니스 파트너를 만나 물어도 "우리가 (지금) 시료가 없다"는 것을 알면 "클리니컬 홀드가 있겠구나" 감지하고 있었다는 상황이다. 

이 대표는 "적절한 비유일지 모르겠지만 부처님이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킬 때, 대중들이 보라는 달을 안 보고 부처님 손가락을 가지고 우왕좌왕 얘기하는 격"이라며 "클리니컬 홀드 레터(임상 보류 안내문) 존재 자체가 아니라 그 내용과 계획, 이게 신뢰를 줄 만한지가 더 중요한 것 아니냐"고 했다. 

검찰 측에서 생각하듯 조직적이었다면 "클리니컬 홀드 레터를 보낸 곳, 못 보낸 곳도 있었는데 검찰 측에서 생각하듯 기업 관리 차원의 조직적 계획이라면 그렇게 중구난방으로 일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변호인들은 이우석 대표와 코오롱생명과학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위계집행공무방해 및 약사법 위반을 한 혐의에 대해 "식약처는 과학적, 객관적 검증없이 품목허가를 취소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 또한 단편적 의혹과 식약처 직원들에 의존해 사건을 수사했다"고 했다.

이어 "피고인들은 품목허가 심사 과정에서 법령 및 식약처가 요구한 자료 등에 어떠한 조작없이 그대로 제출해 안전성, 유효성 확보됐다는 평가 받고 적법히 품목허가를 취득했다"며 "그 내용대로 제조, 판매했고 승인받은 대로 임상시험도 진행했다. 공무집행방해와 약사법 위반 모두 성립될 여지없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들은 "피고인들이 어떤 방식으로 환자를 기만했는지 규정과 설명조차 없으며 품목허가취소 처분을 내린 데 대해서도 허위자료 제출, 중요자료 미제출이 취소처분 사유가 아니었던 사실이 최근 식약처 직원의 증인신문을 통해 입증됐다"고 덧붙였다.

이는 28일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조모 이사와 김모 상무 등 코오롱생명과학 임원들에 대한 2차 공판에서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정모 세포유전자치료제 과장을 증인신문 한 내용을 근거로 든 것이다.

정 과장은 인보사 품목허가 당시 유전자치료제 세포 관련 업무를 맡았고 지난해 5월 식약처가 코오롱생명과학을 검찰에 고발할 당시 대리인이었다.

정 과장은 "인보사 2액 세포가 원래 의도한 연골유래세포가 아닌 신장유래세포임이 밝혀지고 허가 과정에서 코오롱 측이 제출한 자료가 허위로 확인됐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식약처에서 세포 유전학적 자료와 과학적 해명을 요구했으나 회사가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고 품목 허가의 절차 상 분명한 하자가 있다고 판단, 약사법에 의거해 직권 취소한 것"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진다.

구치소에 들어간 지 네 달이 됐다는 이우석 대표는 "반성도, 성찰도 해봤다. 우리로 인해 인보사 투약 후 걱정하는 3000여 분 옆에 15년 간 장기추적조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500억원이 넘는 예산을 발행해놨다. 15년 끝날 때까지 최선을 다해 팔로우 업하고, 관심갖겠다"고 했다.

이 대표는 "코오롱생명과학과 코오롱티슈진이 '인보사' 품목허가 과정, 기업 상장과정, 인보사 사태 발생 이후 양심이나 윤리기준에 어긋나는 일은 한 적 없다"면서 검찰이 내린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 대표는 "가장으로서도, 가족에게도, 공직을 같이했던 많은 동료들과 친구들에게 부끄럽지 않다. 일으킨 물의에 대해서는 회사가 끝까지 책임 질 것"이라고 했다.

최근 FDA가 인보사의 미국 임상 3상을 재개, 1000여 명의 환자에 투여해도 좋다고 통보한 데 대해 "인보사 사태의 본질적, 근본적 상황 변화"라고 했다. 인보사가 안전하지 않다는 전제로 시작돼 검찰 혐의가 씌워졌는데 "앞으로 달라질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 대표는 "잘못한 부분은 마땅히 처벌받아야 한다. 하지만 인보사를 둘러싼 이해당사자들과 우리나라 입장에서도 본원적으로 바람직한 방향은 인보사가 미국 임상 3상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세계 최초의 골관절염 치료제로 허가받는 것"임을 다짐했다.

이것이 대한민국 바이오산업의 역사에 이정표, 마일스톤이 될 수 있는 계기라는 논리다. 또 지금 한 발언에 대해 "거짓이 없다. 현명한 판단을 부탁한다"고 했다.

한편, 검찰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인보사 2액 성분을 '연골세포'로 등록 허가했지만 신장 유래세포로 제조·판매한 데 대해 이 대표를 약사법 위반 혐의로 지난 2월 20일 기소했다.

또한 식약처 허가 과정에서 신장 유래세포가 포함된 사실을 숨긴 허위 자료를 제출(위계상의 공무집행방해)하고, 계열사 코오롱티슈진의 상장에도 이 자료를 이용한 증권신고서와 회계 분식 등으로 상장심사를 통과한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도 적용됐다.

인보사 성분을 속여 효능을 허위·과장 광고해 환자들로부터 약 70억원을 받아 챙긴 사기 혐의와 FDA로부터 임상 중단 명령 서한을 받았지만 이를 삭제하고 서류를 제출해 '글로벌 첨단바이오의약품 기술개발 사업' 관련 총 82억원의 국가보조금을 받아낸 혐의도 받는다.

함께 구속기소된 코오롱티슈진 최고재무책임자(CFO)였던 권 모 전무와 양 모 본부장도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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