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처방·대리처방' 첫 날…TK '차분', 직능단체 '울분'
'전화처방·대리처방' 첫 날…TK '차분', 직능단체 '울분'
  • 강승지 기자
  • 승인 2020.02.25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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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전면거부 → 수용" · "약사회 "환자·병의원 요구 시 수용"
약국, 조제약 택배 안돼… "다른 지역서 전화오면 어떡하나"
대구·경북 약국 "만성질환 앓는 어르신… 자녀가 대신 약 타가"

지난 24일부터 한시적으로 전화상담을 통한 진료와 처방이 허용됐다. 의사 판단에 따라 환자가 굳이 병·의원을 가지 않고도 전화로 상담, 처방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정부는 코로나19 지역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한시적으로 전화상담 · 처방, 대리처방을 허용했다. 국가 재난상황에 환자가 병·의원을 찾았다가 감염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그러나 대한의사협회는 "정부의 발표를 전면 거부한다"며 회원들에게 참여하지 않을 것을 요구했다가 24일 순차적으로 "대구 · 경북 지역은 수용한다", "만성질환자에 대해서는 의료진의 판단에 맡긴다"는 의견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약사회는 23일 "해당 조치에 대해 의협과 병협, 각 병의원의 입장이 상이한 만큼 약국은 환자와 병·의원이 전화·대리처방 절차에 따라 진행을 요구할 경우 수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했다.

이와 관련, 경상북도의사회는 회원들에게 "대구경북은 코로나19 확산이 상당히 심각한 상태다. 의료진까지 감염돼 환자를 돌볼 수 없다면 그 피해는 엄청날 것"이라며 "의협과 논의한 결과 사태가 심각한 경북은 전화상담, 처방 · 대리처방을 시행하기로 했다"고 통지했다.

지역 의사회가 전화상담, 처방 · 대리처방을 수용한 만큼 24일 대구·경북 일부 병·의원은 이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허용 방안에 따라 병·의원은 진료환자의 전화번호를 포함해 팩스·이메일 등으로 환자가 지정하는 약국에 처방전 (사본)을 보내왔다. 

전화처방에 따른 조제 업무 흐름도 (사진출처=대한약사회 요령 일부 발췌)
전화처방에 따른 조제 업무 흐름도 (사진출처=대한약사회 요령 일부 발췌)

약국은 환자에게 전화 · 서면 복약지도를 하고 조제의약품 교부와 본인부담금을 수령하면 된다. 대리수령자를 통한 교부가 권장됐다. 택배 배송은 허용되지 않는다. 사실상 '원격진료' 시행 첫날이었지만 혼란은 없었다는 게 대구·경북 약국가 의견이다.
 
대구 동구의 A 약국장은 "오늘 대부분은 환자 대리인이 왔다. 우리는 대리인에게 복약지도를 했다. 가벼운 감기를 앓은 젊은 환자는 병·의원 문 앞에서 전화를 했다고 한다"라며 "종합병원의 상황은 모르겠지만 동네 약국가 상황은 이와 같다"고 했다.

이 약국장은 "병·의원이 팩스를 보내온 경우도 있다. 체감해보니 시민들이 평소보다 병·의원, 약국을 오지 않는 것 같다. 경증 질환이라면 상비약 복용으로 버티고, 중증 질환인데다 연로한 환자는 전화상담을 받은 것으로 파악한다"고 했다.

대구 달서구의 B 약국장은 "노인 환자의 자녀가 약을 대신 받으러(대리처방) 온 경우가 많았다. 이전과 비교해 크게 달라진 건 없다. 첫 날, 원활히 진행됐다"고 했다.

경북 청도의 C 약국장은 "웬만하면 병·의원을 가지 않으려는지 당뇨 · 고혈압 · 콜레스테롤 약 등을 장기처방 받는 대리 처방환자가 많았다"고 했다.

정부의 이번 조치는 확진자가 다수 발생한 대구·경북 지역 외 전국에서 시행됐다. 필요한 지역에만 제한적 조치를 단행하면 될텐데 "굳이 전국에 시행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의견이 전국 약국가에서 제기됐다.

전화 상담·처방이 환자를 병원에 안 오게 할 수는 있지만 코로나19 감염 확률을 낮출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이유에서다. 의사가 대면진료를 하지 않아 의심환자를 선별하기 어려울 수 있고 처방 · 조제약 수령은 결국 약국에서 하는 만큼 감염된 환자가 약국에 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의 D 약국장은 "환자는 처방전만 있으면 조제해 주리라 믿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대체문제가 대두되는데 이 문제가 알려지지 않다"며 "전화 한 통화로 처방받는데 대리인이 오겠느냐. 택배로 보내달라 할 것이다. 전화 처방에 제대로 확인이 안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서울의 또 다른 E 약국장은 "감염이 우려돼 대리인이 이동하는 게 감염병 확산을 방지할 지 모르겠다. 원격진료의 전초전"이라며 "처방전이 약국에 오면 약을 포장해 환자에게 보내야 하는데 전국적으로 시행해야 하겠는가"고 꼬집었다.

약사의미래를준비하는모임(이하 약준모) 로고
약사의미래를준비하는모임
(이하 약준모) 로고

약사단체인 약사의미래를준비하는모임(이하 약준모)은 전화처방 철회를 요구하며 "관련 단체와 협의나 조율이 없는 일방적 발표다. 업무 지침도 결정되지 않은 졸속 행정"이라고 했다.

약준모는 "전화처방 허용은 코로나19 확산 방지와 의료진의 보호라는 명분으로 시행함에도 일부 지역에 국한하지 않고, 전국적으로 시행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또 약준모는 "의사 대면진료가 제한돼 의심환자 선별이 어려워진다. 전화처방의 조제약 수령은 약국이 해야하기 때문에 실효성에도 의문이 든다. 정부는 이를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의사협회 등 의료계는 물론 약사단체도 비판에 나서자 대한약사회는 자체 입장을 냈다.

대한약사회는 "기존에 대한약사회가 반대하는 원격진료와 그 성격이 다르다. 코로나19 전국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로 약국의 협조가 필요한 사항"이라며 "반대의사를 표한 의사협회 등 상대단체의 입장을 존중하지만 정상 절차의 조제요청이라면 약국은 대응해주기를 당부한다"고 했다.

약사회는 "고육지책으로 이해하고 협조를 부탁한다"며 "비상사태 발생 시 전화처방에 우선하고 처방전 리필을 통해 의료기관 방문을 최소화하면서 처방약 확보가 가능하도록 처방전 리필 법제화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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