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벤처 닥터가이드 "정부 한시적 허용에 근거… 위법 아냐"
놀란 약사회 "엄연한 불법 서비스…지속 시 고발, 가입 막을 것"
약업계 벤처 "어떤 선례될까… 소비자·약사 인정받아야 살아남아"

코로나19로 의료·약료 서비스가 '비대면'의 물결에 몰린 가운데 '약 배달 서비스'도 등장했다. 대면 접촉을 줄이기 위한 의도의 '전화상담 또는 처방 및 대리처방 한시적 허용방안'에 근거, 의약품을 배달 받는 행위가 위법이 아닌 점을 착안했다.

업체는 제휴 약국을 모집하는 반면, 약사회는 회원들에게 가입을 말리고 있다. 양 측은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3일 약업계에 따르면 의·약대생 주축의 '배달약국' 서비스를 운영 중인 스타트업 닥터가이드가 온·오프라인으로 제휴 약국을 모집하자 대한약사회는 전국 약사회원들에 "가입하지 말라"며 주의를 당부했다. 약사법상 의약품 택배(배달)은 불법이며 고발하겠다는 계획이다.

닥터가이드의 '배달약국' 서비스, 소비자 대상 이용안내 (사진출처=배달약국 웹 사이트 발췌)
닥터가이드의 '배달약국' 서비스, 소비자 대상 이용안내
(사진출처=배달약국 웹 사이트 발췌)

'배달약국'은 의료기관에서 받은 처방전을 환자가 선택해 약국으로 전송하면 약사는 구두와 문서로 복약지도를 하고 의약품을 보내는 O2O(온·오프라인 연결) 서비스다. 택배 배송이 아니라 30분 이동권 내의 안전배달 서비스라는 게 업체 설명이다.

닥터가이드 '배달약국'
닥터가이드 '배달약국'

확산 초기인 지난 3월 대구·경북 지역 원격진료 병원과 약국의 약 배송 가능 여부를 알려주는 '맵 서비스'를 하던 업체는 30여곳의 약국에 건당 1500원을 받아 배달 서비스를 해줬다. 서울 지역으로 서비스를 넓히는 상황에서 약사사회와 충돌했다.

대한약사회는 업체 측에는 시정을, 회원들에게는 가입 금지를 당부했다. 지난달 27일 양측은 만나 대화를 나눴지만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한 수준에 그쳤다. 업체는 "복지부와 보건소로부터 '한시적 허용방안'에 근거, 해당 행위는 위법이 아니라고 답변받았다"는 입장이다.

'30분 안전배달' 서비스임을 강조하는 업체는 "감염병 전파 방지와 환자 안전에 기여하는 방안을 모색하자고 제안했지만 약사회로부터 반대 입장을 받았다"며 "계속 논의해 의견을 듣고, 우려하는 부분을 해결하는 방향으로 함께 개선방법을 찾겠다"고 했다.

어떤 중개수수료도 받지 않는 무료 서비스로 출발해 ▲환자맞춤 보험추천 ▲보험자동청구 ▲건강관리 플랫폼으로서 약사들과 신산업을 개척하겠다는 계획이다. 

'배달'을 통해 약국 시장을 키우고 환자 요구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업체의 설명에 약사사회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위법이 아닌 근거도 '한시적 허용 방안'인데 서비스가 이어질 지 모르겠다는 이유에서다.

현행 약사법 제50조에 따르면 모든 의약품은 약국에서만 판매할 수 있어 택배 또는 퀵서비스를 통한 배송 시 약사법 위반으로 행정처분 될 수 있다. 복지부 또한 지난 2월 '한시적 허용 방안'을 발표할 당시 전화 상담 또는 처방을 한시적으로 허용했을 뿐 약제 택배배송의 허용 문제는 확정짓지 않았다. 

약업계는 '비대면 진료' 후에 '약 배달'을 우려했다. 현재로선 의사단체도 '비대면 진료' 철회를, 약사단체도 업체의 서비스 등 '약 배달'을 반대하고 있다. 다만, 해외에서는 약 배달 서비스가 활발한 데 비하면 대조적이다. 

파란색 상자에 시간대별로 복용해야 하는 약을 조제해 배송한다. (사진출처=PillPack)

2013년 창업한 미국의 '필팩(Pillpack)'은 고객이 병원이나 약국에 가지 않아도 복용 할 약을 박스에 담아 배송해준다. 이를 아마존이 인수해 사업을 크게 키우고 있다. 약국 서비스·솔루션 업체 관계자들은 "미국은 이미 필팩 같은 온라인 서비스 약국들이 많다. 우리나라 규제도 바뀔 수 있으며, 약국도 주시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약 배달 서비스가 등장해 약업계에 이슈를 몰고 올 것이란 예상은 해봤었다. 닥터가이드의 배달 약국 서비스가 코로나19를 틈타 등장했는데, 소비자와 약국의 강력한 지지를 받아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업체는 지금 ▲한시적 허용 이외의 법 개정 상황 확인 ▲이해관계자 설득에 주력해야 한다"며 "정부가 비대면 진료를 제한적으로 허용했듯, 약 배달이 허용될 지 여부는 장기적으로 지켜봐야 할 의제"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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