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위 법안소위, 전문약사·약대평가인증 도입법 통과

국립공공의대 설립 법안이 장시간 갑론을박 끝에 심의 보류됐다. 환자단체가 반대하는 의료인 진료거부권 신설법안도 결론을 내지 못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는 27일 정기국회 3차 회의를 열고 의료법 개정안 7건, 약사법 개정안 2건, 응급의료법 개정안 7건 등 총 27건의 법률안을 심의했다.

당초 보건복지위는 계류 중인 1491건의 17%에 해당하는 254건의 법률안을 나흘간 법안소위에서 처리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날 3차 회의까지 120여건을 심의하는 데 그쳤다. 오늘(28일) 남은 130여건을 모두 처리해야 한다는 얘기있는데 물리적으로 가능해 보이지 않는다. 바쁜 와중에 간호조무사 중앙회 설립법안, 공공의대 설립법안 등 쟁점법안이 상대적으로 긴 시간을 흡수하는 블랙홀이 됐다.

다음은 주요 법안 심의 내용이다.

국립공공의대 설립=국립공공의료대학 설립·운영 법안은 제정법안이다. 김태년 의원 등 5명이 각각 발의했는데, 의전원 형태 설립, 의무복무기간 10년, 면허취소·학비 반환, 국립중앙의료원 교육실습기관 지정 등의 쟁점이 있다. 

논의 초반 야당 A의원은 "정치·전략적 접근 없이 법안의 핵심만 담백하게 논의하자. 특정 정당의 발의·공약이라고 안 된다는 주장은 배제하자. 지금은 공공의료 붕괴와 의료서비스 지역격차를 방치해서는 안 되는 상황이다. 국민 건강을 위해 책임감을 가지고 접근하자"고 당부했다.

야당 B의원도 "특정 직역 의견을 옹호해서는 안 되며 의사 수를 늘리자는 의견에 동의한다. 다만, 의대 신설을 통해 늘려야 하는지 의문이다. 지역 의대에서 장학의를 늘리는 방법이 더 효율적"이라며 "복지부에서 가장 실현 가능한 극약처방이 이 법이라는데, 극약처방을 쓰기 전에 어떤 대책으로 노력했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여당 C의원은 "특정 지역에 의대를 신설해서 공공의료인력을 확충하는 것은 반대한다. 궁극적으로 의사 수를 늘려 전국 지역의 공공의료를 개선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여당 D의원도 "공공의대 문제와 별도로 의대 정원을 획기적으로 늘리지 못하면 의료취약지 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 공공의대 신설안을 통과시키되, 정원을 49명에서 100명까지 늘려야 한다"고 했다. 

특히 여당 E의원은 "일단 대학 명칭에 의료가 들어간 것이 잘못됐다. 의료는 의학을 이용해 치료하는 행위를 통칭하는데, 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의대에 의료 명칭을 쓰는 건 잘못됐다"며 "10년 의무복무기간도 너무 길다. 의무복무기간이 10년인 경우 군복무·수련기간(인턴·레지던트)을 포함하면 무려 18년을 고생해야 한다. 왜 10년인지, 1년을 늘린다면 왜 늘리는지 이유를 분명히 해야 수용 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모병제로 전환한 일본의 경우 군의관을 배출하기 위해 자치의대를 설립했다. 인구 감소를 겪는 우리나라도 군인력이 점차 감소해 모병제를 논의할텐데, 그 시기에 2000명가량의 군의관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49명 정원의 의대를 신설하는 단기적 접근이 아닌, 공공의료 공백을 해소할 중장기적인 플랜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당 F의원은 "공공의대 문제와 별도로, 의대 정원을 획기적으로 늘리지 못하면 의료취약지 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 공공의대 신설안을 통과시키되, 정원을 49명에서 100명까지 늘려야 한다"고 했다.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은 "의원들 지적대로 공공의대 설립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기존 대책들을 종합해서 보완책을 다시 마련하겠다. 다만 별도 교육인력을 양성해 현장에 배치하는 것은 기존 의대와 다른 교육내용을 통해 공공의대생들이 집단적 소명감·사명감을 가지고 의료취약지에서 역할하게 하려는 취지다. 현 의대 커리큘럼은 이 부분에서 다소 부족했다. 공공의대법이 해결을 위한 첫 출발이라는 점에서 법을 다시 한 번 검토해달라"고 했다. 

기동민 법안소위 위원장은 "상이한 이해집단이 있다고 법안 통과 결정을 못하는 건 정치인이 할 일이 아니다. 언제까지 애매모호한 상황이 되풀이되는 것을 지켜봐야 하느냐. 그나마 있는 성과는 이번 회기 때 입법 공청회를 열었고 제정법 내용을 한 번이라도 읽어본 것이다. 다음에는 더 진전된 논의로 의견통합이 이뤄졌으면 한다"며 "개인적으로는 공공의대가 차선책은 된다고 본다. 장학의 제도·의대정원 증원 등의 대안은 현실에서 이뤄지기 더 힘든 대안들이다. 계속 심사하기로 하고 넘기자"고 했다. 

진료거부권 도입=김명연 자유한국당 의원이 발의한 의료법 개정안이다. 진료행위 방해, 시설·인력 부족 등 의료인이 진료를 거부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를 법률에 구체화했다. 앞서 환자단체연합회는 이 개정안이 진료거부를 합법적으로 인정하는 규정으로 악용돼, 의사가 환자를 선택하는 상황이 야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보건복지부는 입법 취지를 공감하나 현재도 정당한 사유가 있으면 진료거부를 할 수 있으므로 입법실익이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이 법안은 긍정적·부정적 측면으로 쓰일 가능성이 있어 법제화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면이 있다. 지금도 진료를 거부할 수 있는데 왜 통과시키느냐. 더 논의해야 한다"는 부정적인 의견을 냈다. 

복지부는 환자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조문을 보완하고, 구체적 사유는 복지부령으로 위임하자는 의견을 냈지만,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으로 보류됐다. 

예외적 진료기록 확인 허용사례 추가=환자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진료기록 내용 확인을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경우를 추가하는 의료법 개정안으로, 기동민 의원과 황주홍 의원·송석준 의원이 각각 발의했다. 원활한 업무 수행 지원을 위해 마련됐다. 이 중 기동민 의원안과 황주홍 의원안이 통과됐다.

기동민 의원안은 보훈심사위원회에서 보훈심사와 관련해 요청하는 경우, 황주홍 의원안은 군사법원법에 따른 압수·수색·검증의 경우를 진료기록 열람 허용 범위에 추가하는 내용이었다. 

송석준 의원안은 한국소비자원·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에서 소비자 피해구제·소비자분쟁 조정과 관련해 요청하는 경우를 추가하자는 것이었는데, 여당 A의원이 지적한 환자 동의 문제로 결국 부결됐다. 

요양병원 정의에서 정신병원 제외=현행법상 병원급 의료기관 유형 중 요양병원 정의에서 정신병원을 제외해 정신병원이 일반 병원으로 분류되게 하는 내용으로, 남인순 의원이 대표발의했다. 검토 결과 정신건강복지법상 별도 관리체계가 마련돼 있고, 요양병원과 건강보험 수가 산정체계도 상이하다는 점에서 요양병원과 별도 구분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A의원은 "요양병원에서 정신병원을 떼어내면 정신병원 의무인증이 평가로 전환돼 의료 질이 오히려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또 의료법과 정신건강복지법이 연관된 상태인데 이 연관성을 구체적으로 검토·논의할 부분이 없다는 의견도 있었다. 복지부는 "공포 후 6개월에서 공포 후 1년으로 변경하겠다"며 입법 의욕을 보였으나 결국 보류됐다. 

전문약사 도입=전문약사 제도를 도입하고 약사 국가시험 응시자격을 평가인증을 받은 약대 졸업자로 한정하는 내용의 약사법 개정안이다. 남인순 의원과 김승희 의원이 발의했는데, 시행일을 각각 조정하는 내용으로 가결됐다. 약대 인증은 본회의를 통과하고 공포 5년 후, 전문약사는 3년 후로 수정됐다. 

전문약사 제도에 대해 먼저 보건복지부는 "준비 시일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승희 의원의 '유관단체도 찬성하느냐'는 질의에는 "의료계도 취지에 공감했다"고 했다. 여당 A의원은 "전문약사 제도가 환자진료·약학 발전에 기여한다는 명확한 자료를 가지고 있느냐. 전문약사는 찬성하지만, 이 제도는 기득권 유지 소지가 있으며 다른 단체와 충돌할 가능성도 있다. 직역간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영양약료가 영양사 업무와 충돌할 수 있어 차후 업무범위를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복지부는 "준비기간이 있으면 조정할 수 있다"고 했고, 김승희 의원은 "직역간 갈등보다 국민 건강 입장에서 조속히 도입돼야 한다"며 2년을 주장했다. 결국 3년으로 의견이 모아져 가결됐다. 

휴·폐업 의료기관 진료기록부 관리=직접 진료기록부를 보관하는 휴폐업 의료기관의 준수사항을 강화하고, 진료기록부 등 보관시스템을 구축·운영하는 의료법 개정안으로 김승희 의원과 진선미 의원이 각각 발의했다. 

보건복지부 장관이 시스템 구축·운영을 위탁받은 기관에 그 비용을 '지원할 수 있다'고 한 규정과 관련 여당 B의원은 "의무지원으로 규정해야 국가 책임이 강화된다"고 지적했고, 여당 C의원은 "복지부와 기재부가 재정 지원을 명확히 합의한 상태가 아니어서 현재로서는 지원을 의무화하는 건 무리가 있다"고 했다. 김승희 의원도 법 취지는 공감하지만 강제 규정은 무리가 있다고 동의해, 결국 위원회 대안으로 통과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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