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인 진료거부권 도입법 반드시 폐기해야"

사진: 환자단체연합회
사진: 환자단체연합회

환자단체가 상임위원회인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의 '차별적 입법권 행사'에 큰 불만을 터뜨렸다. 의료인 진료거부권 도입법은 심의 안건으로 상정된 반면, 수술실 CCTV 설치법은 외면 중인 처사에 따른 지적이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27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 같이 밝히며 "진료거부권 도입은 환자의 진료받을 권리·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악법이므로 반드시 폐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상임위 법안소위는 20일·21일에 이어 27일·28일에 걸쳐 총 254개의 법률 제개정안을 심의한다. 환자단체는 "문제는 올해 3월 자유한국당 김명연 의원이 발의한 의사의 진료거부권을 도입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법안소위 심의 안건으로 상정된 것"이라며 "이는 의사가 환자를 선택할 권리로, 전면적인 진료거부권을 인정하기 위한 단초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국회의원이 올해 5월 발의한 수술실 CCTV를 설치하는 의료법 개정안의 경우 발의된지 하루 만에 폐기돼 다시 대표발의되는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이번 심의 안건에서는 제외됐다. 

앞서 2016년 성형외과에서 수술을 받고 대학병원으로 전원했으나 과다출혈로 사망한 故 권대희 군 어머니 이나금 씨는 수술실에 설치된 CCTV 영상을 통해 은폐될 뻔한 의료사고 진실과 간호조무사의 무면허 의료행위를 밝혀냈다. 이나금 씨는 아들과 같은 억울하고 불행한 사건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환자단체와 함께 '수술실 CCTV 설치 법제화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환자단체는 "이런 상황인데도 국민의 80~90%가 요구하는 수술실 CCTV 설치법은 외면하고, 유일하게 의사만 요구하는 의료인 진료거부권 도입 관련 의료법 개정안을 심의하는 것은 차별적 입법권 행사"라며 "상임위 법안소위가 김명연 의원이 대표발의한 의료인의 진료거부권 도입 관련 의료법 개정안을 심의한다면, 당연히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이 발의한 수술실 CCTV 설치법도 심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자단체는 "자유한국당 김명연 의원이 대표 발의한 제15조의2 개정안은 '의료인의 진료거부 금지의무' 규정을 '의료인의 진료거부권' 규정으로 변질시키고, 법정사유 8개 이외에는 의료인이 진료거부를 해야 할 특별한 사정이 발생해도 진료거부를 할 수 없는 불합리한 상황이 발생할 우려가 있으며, 환자의 진료받을 권리·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악법이기 때문에 반드시 폐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환자단체가 배포한 성명 전문

국민과 환자가 원하는 수술실 CCTV 설치·운영 관련 의료법 개정안은 외면하면서 의사만 원하는 진료거부권 도입 관련 의료법 개정안은 심의하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소위의 차별적 입법권 행사에 대해 의료사고 피해자와 환자단체는 유감을 표명한다.

국회에서는 현재 지금 20대 마지막 정기국회 법안 심의가 한창이다. 상임위원회인 보건복지위원회(이하, 상임위) 법안심사소위원회(이하, 법안소위)는 지난 11월 20일과 21일에 이어 오늘(27일)과 내일(28일)에 걸쳐 총 254개의 법률 제·개정안을 심의한다, 특히, 성범죄 의료인·무자격자 대리수술 의료인·특정강력범죄 의료인 등의 면허 규제 관련 의료법 개정안이 집중 심의될 예정이다. 

문제는 “올해 3월 11일 자유한국당 김명연 국회의원이 대표 발의한 의료법 제15조제1항에서 규정한 ‘의사의 진료거부 금지의무’를 ‘의사의 진료거부권’으로 변질시키는 의료법 제15조의2 개정안이 이번 상임위 법안소위 심의 안건으로 상정되었다.”는 것이다. 최근 의료계의 진료거부권 도입 요구에 대해 의료사고 피해자와 환자단체는 작년(2018년) 11월 7일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임시회관 앞에서 “의료사고 피해자와 유족의 고통을 외면하고, 환자를 선별하는 진료거부권 도입과 과실 의료사고에 대해 형사처벌을 면제하는 특례법 제정을 요구하는 대한의사협회를 규탄하는 기자회견”까지 개최하며 강도 높게 반대했었다. 이는 의사에게 환자를 선택할 권리로써 전면적인 진료거부권을 인정하기 위한 단초가 될 수 있고, 국민과 환자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의료계의 요청에 응답한 김명연 의원에게 유감까지 표명한 법안이다.

최근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무자격자 대리수술, 유령수술, 수술실에서의 성폭행·성추행·생일파티·인증사진 촬영·집도의사 무단이탈·의료사고 조직적 은폐 등의 범죄행위와 인권침해를 예방하기 위해 수술실 CCTV 설치·운영 논의가 화두(話頭)다. 그만큼 우리나라에서 발생하고 있는 수술실에서의 환자 안전과 인권 침해 상황은 심각하고 의사면허의 권위를 추락시켜 의사에 대한 환자의 불신을 가중시킨다. 이러한 이유로 의료사고 피해자와 환자단체는 작년(2018년) 11월 22일부터 올해 4월 18일까지 무자격자 대리수술 근절과 수술실 안전·인권 보호를 위해 수술실에 CCTV를 설치·운영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국회에서 발의해 달라며 국회 앞에서 100일 동안 릴레이 1인시위를 진행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국회의원이 올해 5월 14일 수술실 CCTV 설치·운영과 촬영한 영상 보호를 내용으로 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대표발의 했다. 그러나 공동 발의자 10명 중 5명이 하루 만에 철회해 법안이 폐기되는 수난을 당했다. 안규백 국회의원이 법안 폐기 6일 만에 공동발의자 15명의 서명을 받아 다시 대표 발의하는 우여곡절을 겼었다. 

2016년 9월 성형외과에서 수술을 받고 대학병원으로 전원 했지만 과다출혈로 사망한 (故)권대희 군 어머니는 수술실에 설치된 CCTV 영상을 통해 은폐될 뻔한 의료사고의 진실과 간호조무사의 무면허 의료행위를 밝혀냈다. (故)권대희 군 어머니는 아들과 같은 억울하고 불행한 사건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의료사고 피해자·환자단체와 함께 ‘수술실 CCTV 설치 법제화 운동’(일명, 권대희법)을 전개했다. 

이런 상황인데도 상임위 법안소위에서 국민의 80~90%가 요구하는 수술실 CCTV 설치·운영 관련 의료법 개정안(일명, 권대희법)은 외면하고, 유일하게 의사만 요구하는 의료인 진료거부권 도입 관련 의료법 개정안을 심의하는 것은 차별적 입법권 행사다. 상임위 법안소위가 자유한국당 김명연 국회의원이 대표발의한 의료인의 진료거부권 도입 관련 의료법 개정안을 심의한다면 당연히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이 대표 발의한 수술실 CCTV 설치·운영 관련 의료법 개정안도 심의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의료법상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고(제27조제1항), 이를 위반하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제87조제1항). 이는 의료행위는 면허를 소지한 의료인에게만 독점시키는 정책을 ‘의료법’이라는 입법적 합의를 통해 수용했기 때문이다. 죽을 사람도 살릴 만큼 뛰어난 의술을 가진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의료인이 아니면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 이는 무면허 의료행위로 취급되어 형사 처벌까지 받게 된다. 의료법이 의료인에게 이러한 독점적 권한을 주는 대신 고도의 윤리의식 또한 요구하고 있다, 불법적?비윤리적 의료행위를 한 의료인에 대해서는 면허를 취소하거나 면허자격을 정지시킨다(제65조, 제66조). 또한 의료인은 정당한 사유가 있는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원칙적으로 진료를 거부하지 못한다(제15조제1항).

이와 같이 의료법에서는 의료인의 진료거부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정당한 사유가 있는 예외적인 경우에만 허용하고 있다. 조문체계상으로도 의료법 제15조제1항에서는 “의료인은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 진료를 거부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지 않고, “의료인은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거부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즉 의료법 제15조제1항에 대해 입법자는 의료인에게 “법률상 권리로써 진료거부권”을 준 것이 아니라 “법률상 의무로써 진료거부 금지의무”를 부과한 것이다. 

진료를 거부할 수 있는 예외적 사유도 일률적으로 정해질 수 없고 구체적 상황 하에서 의료인의 판단이 합리적인지 여부에 따라 결정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입법자인 국회는 정당한 사유의 구체적인 유형을 법률에 직접 규정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에도 별도로 위임하지 않고 최종적으로 법원의 판단에 맡긴 것이다. 만일 일부 구체적인 유형만 정당한 사유로 법률이나 시행령?시행규칙에 규정하면 그 이외의 유형은 "정당한 사유"가 되지 않아 진료거부를 하지 못하는 모순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보건복지부도 유권해석을 통해 법원에서 의료인의 진료거부가 예외적으로 허용될 가능성이 큰 구체적인 유형 8가지를 예시로 소개했을 뿐이다.그런데도 김명연 의원은 안전한 진료환경 조성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진료를 거부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 8가지를 법률에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의료법 제15조의2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김명연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의료법 제15조의2 개정안은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있다.

첫째, 진료거부가 예외적으로 가능한 정당한 사유를 8개 유형으로 구체적으로 한정해 법률에 규정하면 진료거부 금지의무를 규정한 의료법 제15조제1항이 제15조의2 개정안과 결합되어 진료거부권을 인정해 주는 규정으로 그 법적 성격이 바뀌게 된다. 의료행위에 대한 의사 독점주의라는 특권에 더해 진료거부권이라는 권리까지 인정해 주는 것은 절대적 약자일 수밖에 없는 환자에게 가혹한 처사다.

둘째, 진료거부가 예외적으로 가능한 정당한 사유를 8개 유형으로 구체적으로 한정해 법률에 규정하면 8개 유형에 해당되지 않는 유형은 진료거부가 불가피하더라도 진료거부죄에 해당되어 형사처벌을 받는 모순이 생긴다. 이는 정당한 사유의 유형을 일률적으로 규정하지 않고 법원에서 구체적 사항을 고려해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오히려 환자와 의사 모두에게 유익하기 때문에 법률에도 규정하지 않았고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에 위임하지 않은 입법취지를 무시하는 결과가 된다.

세째, 김명연 의원은 개정안의 입법 취지로 작년 말 정신건강의학과 환자의 피습에 의해 사망한 (故)임세원 교수 사건을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故)임세원 교수와 유족은 차별 없는 정신질환 환자의 치료를 강조했는데도 오히려 김명연 의원은 진료거부권 도입으로 (故)임세원 교수와 유족의 유지를 훼손하였다. 안전한 진료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지 정신질환 환자의 폭력 위험 때문에 의사의 진료거부권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환자와 의사 간 불신만 가중하고 정신질환 환자에 대한 차별을 조장하는 더 큰 문제를 야기할 뿐이다.

국회는 의료계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 아닌 국민과 환자의 입장에서 응급실과 진료실과 수술실 안전을 위해 나서야 한다. 의료사고 피해자와 환자단체는 “의료인의 진료거부 금지의무”를 규정한 의료법 제15조제1항을 “의료인의 진료거부권”으로 변질시키려는 의료법 제15조의2 개정안에 반대한다. 그동안 정부는 응급실 안전대책과 진료실 안전대책을 마련해 이미 발표했다. 국회는 응급실 안전을 위한 응급의료법 개정안을 10개 이상, 진료실 안전을 위한 의료법 개정안은 20개 이상 발의해 이미 국회를 최종 통과했거나 현재 심의중이다. 이제는 정부도 수술실 안전대책을 마련해야 하고, 국회도 수술실 안전을 위한 CCTV 설치 법제화에 나서야 한다. 

의료사고 피해자와 환자단체는 “자유한국당 김명연 의원이 대표 발의한 제15조의2 개정안은 ① ‘의료인의 진료거부 금지의무’ 규정을 ‘의료인의 진료거부권’ 규정으로 변질시키고, ② 법정사유 8개 이외에는 의료인이 진료거부를 해야 할 특별한 사정이 발생해도 진료거부를 할 수 없는 불합리한 상황이 발생할 우려가 있고, ③ 환자의 진료받을 권리와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악법이기 때문에 반드시 폐기할 것을 촉구한다.  

2019년 11월 27일

의료사고 피해자·한국환자단체연합회
(한국백혈병환우회, 암시민연대, 한국신장암환우회,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한국GIST환우회, 한국다발성골수종환우회, 대한건선협회,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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