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복용 편의성 향상, 조제도 용이… 장기보관 어떡하지?"

해열·진통제와 독감 치료제가 연달아 가루 형태로 시판에 나설 전망이다.

아세트아미노펜 제제와 오셀타미비르 제제가 각각 '산제'로 품목 허가를 획득했다. 입에 털어 먹을 수 있어 소아와 고령 환자의 복용 편의성을 높였다는 특징이 있다.

약국가는 "아세트아미노펜은 이미 시럽제, 츄어블, 작은 크기의 알약 등 제품 제형이 다양해 산제의 특장점을 모르겠다"며 "오셀타미비르 캡슐제를 복용하지 못하는 환자에게는 일일이 까서 조제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는데, 산제가 이를 개선할 것 같다"는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지난 23일 안국약품 계열사 안국뉴팜은 해열·진통제인 일반의약품 '아세인산(성분명 아세트아미노펜)'의 품목허가를 받았다. 1포 단위에 아세트아미노펜 300mg를 담았고 포장 내 28개 들이로 제품을 묶었다. 

아세트아미노펜 산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60포 혹은 100포 들이로 대형으로 묶인 제품들이었다. 아세트아미노펜 품목이 이미 많은 가운데, 제형을 통해 특정 타깃층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노년층과 연하 곤란 환자에게 필요한 가루약을 만드는 이유로 보인다.

안국약품 관계자는 "아세인산은 아세트아미노펜 시장의 차별성과 경쟁력을 공략하고 복용 편의성을 꾀한 품목"이라고 했다.

지난 28일에는 오리지널 약물 '타미플루'로 알려진 독감치료제 오셀타미비르 제제의 산제 품목이 잇달아 시판허가를 받았다. 

산제 개발에 성공한 씨티씨바이오 '이지플루산제'를 비롯해 안국약품 '애니플루산제', 한국휴텍스제약 '타미인플산제', 한국유나이티드제약 '타미셀바산제', 보령제약 '보령타미산제', 보령바이오파마 '에이플루산제', 씨제이헬스케어 '플루클산제' 등 제약사 7곳이 허가됐다.

타미플루는 초기 캡슐제형으로 허가를 받았다가 지난 2017년 특허 만료 이후에는 캡슐 복용이 어려운 소아나 노인들을 위해 현탁용 분말 제형을 제네릭사들이 출시하기 시작했다. 분말을 물에 타서 복용한다.

하지만 현탁용 분말은 보관기준이 까다롭고 휴대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었다. 현탁액 조제 후 2~8℃에서 17일 간 보관하거나 25℃ 이하에서 10일간 보관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500억 원대 시장규모를 보이고 있는 오셀타미비르 치료제 시장에 새 제형이 틈새를 노릴 수 있는 여지가 있었다. 씨티씨바이오는 지난해 12월 타미플루 현탁용 분말과 오셀타미비르 스틱형 산제의 생동성시험을 승인받은 후 올 5월 그 개발이 성공했다고 밝힌 바 있다.

씨티씨바이오 개발팀 관계자는 히트뉴스와의 통화에서 "산제는 분말형태로 파인애플 향을 첨가해 어린이나 캡슐을 삼키기 어려운 환자들도 복용할 수 있게 해 편의성을 높였다. 스틱형 산제로 캡슐제와 동일한 형태"라며 "물에 타서 일정기간 보관 후 복용하는 게 아니라 보존제가 들어가지 않아 안전한 보존도 가능하다"고 했다.

또한, 씨티씨바이오는 같은 날 허가받은 6곳의 제약사의 위·수탁을 맡게 됐다. 

이 관계자는 "보험급여 등재 절차 후 독감유행 시기인 내년 1월 1일을 목표로 출시하려 한다"고 했다.

현장에서 정제나 캡슐제 복용이 어려운 환자에게 가루약으로 조제하는 경험을 겪던 개국 약사들은 제제별로 상이한 반응을 보였다. "실제 출시될 때까지 지켜봐야겠다"며 "정량 조제는 가능하나, 특정 시기를 지나면 계속 보관해야 할 수 있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소아과 인근의 경기 A 약국장은 "아세트아미노펜 산제는 잘 모르겠다. 현탁액(시럽 제형)과 츄어블, 매우 작은 크기의 알약 등 제품이 다양해 산제를 써야 할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경기의 다른 B 약국장은 "아세트아미노펜 정제는 츄어블로 나온다. 씹어먹을 수 있어 굳이 가루약은 필요한지 모르겠다"며 "오셀타미비르는 캡슐제라 캡슐을 열어 조제하면 된다. 이것도 필요성 여부를 잘 모르겠다"고 했다.

서울 C 약국장은 "아세트아미노펜은 해열 진통제가 늘상 먹는 게 아니"라며 "필요할 때만 투약하면 되는데 병원의 경우 가루약 조제를 하고, 남은 약들을 다 버려야 하는 단점이 있다"고 했다.

C 약국장은 이어서 "삼킴 곤란 환자들에게는 경관 투여가 많다. 적은 시장이지만 제약사들이 영업력을 통해 시장을 키울 가능성은 있다"며 "특히, 오셀타미비르는 스틱형 포장으로 정용량이 된다. 우리가 갈아서 30포를 해주면 약간 용량차이가 있지만, 스틱형이라면 정용량이 가능해 유용하다고 본다"고 했다.

또 다른 경기의 D 약국장은 "오셀타미비르는 체중 대비 용량으로 캡슐을 복용해야 한다. 캡슐제 복용할 수 없거나 제조된 용량 이외로 처방될 경우, 캡슐을 까서 조제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는데 산제로 나오면 해결할 수 있어 좋다"며 "아세트아미노펜은 시럽제나 츄어블, 작은 크기의 알약 등이 다양해 산제 출시 후 봐야겠다"고 했다.

경기 지역의 E 약국장은 "가루약은 정량 조제가 용이하다. 기존 캡슐제는 반알 조제와 소분 조제가 곤란했었다"며 "그렇지만 가루약은 약의 안정성이나 장기보관 시 변질할 우려를 지울 수 없고, 기존 낱알 반품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불편함이 생길 수 있겠다"고 했다.

이어 E 약국장은 "특정 시기에 많이 처방돼 그 시기가 지나가면 오래 보관해야 할 경우도 생긴다"고 했다.

서울 F 약국장은 "소아과 인접 약국의 가루약 조제는 솔직히 힘든 일이다. 그래서 약사회는 통 단위의 약도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가루약 단위로 제품이 나온다면 조제 행위에 있어 일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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