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몰 마켓 아세트아미노펜주사제…급여와 비급여의 다툼
스몰 마켓 아세트아미노펜주사제…급여와 비급여의 다툼
  • 강승지 기자
  • 승인 2020.03.26 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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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환자 측면서 프로파세타몰 vs 파라세타몰 비교하니
단기간 내 발열 치료 효과도 같아… '물에 녹였나' 차이

코로나19 확진자나, 의심자의 발열 때 해열진통제로 아세트아미노펜을 쓰는 것이 낫다는 혼란스러운 정보로 인해 반짝 관심을 모은 적은 있지만, 병원 안에 아세트아미노펜 주사제가 있다는 사실은 그리 알려지지 않았다. 스몰 마켓이지만 공급자간 경쟁은 빅마켓 못지 않다. 

제약업계가 제공한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IQVIA)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해열진통주사제 시장은 872억원 규모로 2018년 731억원과 견줘 약 20% 커졌다. 이 가운데 아세트아미노펜 주사제는 대략 307억원 규모로 2018년 194억원 대비 63% 늘어났다.

해열진통주사제 전체시장에서 아세트아미노펜 주사제의 성장 속도가 빠른 것인데, 이는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의 새 제형 수액제가 잇달아 국내 시장에 출시됐기 때문이다.

아세트아미노펜 주사제를 제형으로 나누면 '프로파세타몰' 주사제와 '파라세타몰' 주사제로 나뉜다. 서로 다른 약은 아니다. 

환자 상태가 위중해 해열진통 경구제를 투여해도 약효가 제대로 발효되지 않을 경우, 또는 위중해 빠른 효과를 봐야 하면 주사제를 쓴다는 게 병원약사들의 설명이다. 아세트아미노펜 주사제는 외과 수술 후 통증 치료나 발열 증상을 신속히 멎게할 때 투여한다.

아세트아미노펜 주사제 구체적 비교 (제약업계 및 병원 원내약국 의견 토대)
아세트아미노펜 주사제 구체적 비교 (제약업계 및 병원 원내약국 의견 토대)

프로파세타몰 주사제는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의 전구체(prodrug)로 인체에 투여하면 가수분해돼 아세트아미노펜으로 전환된다. 

1995년 경부터 영진약품이 데노간주를 허가받은 이후 한국유니온제약 프로세타주, 신풍제약 파세타주 등이 현존해 시판하고 있다. 세계적으론 이미 오래전부터 쓰여와 해열진통제의 '터줏대감' 노릇을 해 왔다. 

아세트아미노펜 주사제 시장 비교 (데이터 출처=아이큐비아)
아세트아미노펜 주사제 시장 비교 (데이터 출처=아이큐비아, 단위=억원)

분말이 든 바이알 주사제로 무색 투명 용액이 앰플의 용제로 첨부됐다. 이를 기초수액에 약제를 섞어 사용해왔다.

그러다 2017년부터 대한약품, 한국콜마, JW생명과학 등 수액제 생산업체가 생리식염수와 아세트아미노펜이 혼합된 프리믹스 제품, '파라세타몰'을 내놓으며 시장판도는 바뀌었다. 별도의 희석 과정 없이 빠르게 투여, 사용할 수 있다. 

대한약품이 생산하고 우성제약이 판매하는 프로파인퓨전주를 시작으로 씨제이헬스케어 아세트펜프리믹스주, 광동제약 파라케이주, JW중외제약 아세타펜주 등이 외형을 키우며 아세트아미노펜 시장을 이끌게 된 것.

아세트아미노펜 주 시장은 지난해를 기점으로 역전했다. 프로파세타몰은 2018년 105억원, 2019년 111억원이었는데 파라세타몰은 2018년 89억원에서 2019년 196억원으로 무려 120%나 올랐다.

파라세타몰 제품은 이제 10여 개 이상 시판되며 다품목 경쟁체제를 이루기도 했다. 

이 같은 변화에 대해 제약업계와 병원약사들은 "파라세타몰 주사제가 의료진이 쓰기 편한 게 사실"이라며 "두 주사제는 응급상황에 따라 쓰임새가 다를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

하지만 또 다른 병원약사들과 프로파세타몰 주사제 품목 보유업체 등은 "파라세타몰이 비급여 약물이라 환자들에 의료비용을 부담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프로파세타몰과 파라세타몰의 시판 경쟁과 판세 변화로 업체와 의료현장의 의견 차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프로파세타몰은 2018년 파라세타몰(=아세트아미노펜) 대비 공급량이 8배나 많았다. 급여 의약품으로써의 비용적 측면을 인정받아왔다.

그러나 프로파세타몰을 파라세타몰로 대체한다면 파라세타몰의 급여화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NSAIDs(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 이외의 국내 사용 가능한 해열진통 주사제는 극히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업체 관계자는 "파라세타몰이 처방돼 의료비용을 부담하게 된 환자와 의료기관 과의 진료비 컴플레인도 발생하고 있다"며 "비급여 약물 시장 확대는 곧 환자의 의료비 부담만 높아지는 결과라 걱정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했다.

수도권 종합병원 A약사도 "우리 병원은 비싼 약 사용을 지양하고 있어 프로파세타몰을 쓰고 있다. 신포괄 수가제도가 적용되는 만큼 환자에 약품비를 부담주는 게 곤란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환자에 필요한 상황에 따라 약물 선택이 다를 수 있는 게 아니냐며 중소병원을 비롯 종합병원에서 '파라세타몰' 사용은 필요할 수 있다는 의견도 많았다. 진료비로 이분법을 지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같은 아세트아미노펜 주사제지만 '프로파세타몰'과 '파라세타몰'의 경쟁 양상은 장기적으로 지켜봐야 알 수 있을 전망이다.

수도권 종합병원 B 약사는 "병원마다 처방 행태가 다른 것일 뿐이다. 취급하는 의료진의 특성에 따라 다르다"고 짧게 답했다.

또 다른 수도권 종합병원 C 약사는 "약물 처방을 비용과 편리성으로 구분할 수 없다. 여러 상황에 따라 선택 포인트가 다르다. 매우 응급상황 시 빠르게 사용 가능한 게 비용보다 더 중요할 수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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