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약사회 "병원약사 업무 과중의 해결책으로 기대"

병원약사회 병원약제수가 관련 기자간담회 (좌측부터 김정태 대외협력이사, 김승란 보험이사, 김정미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 TF 팀장, 손현아 사무국장)
병원약사회 병원약제수가 관련 기자간담회 (좌측부터 김정태 대외협력이사, 김승란 보험이사, 김정미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 TF 팀장, 손현아 사무국장)

"이번 건정심 회의로 마약류 관리료가 신설되고, 삼킴 곤란 환자에게 가루약 조제시 수가가 가산된 것은 병원약사의 업무, 환경, 향후 인력 수급에 있어 희망적인 정책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 도입 후 마약류 취급보고와 제형변경 조제로 '업무 과중'에 몰렸던 병원약사들은 '수가 신설'이 "병원약사 처우 개선의 시작"이라고 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달 29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을 열어 '가루약 조제료 가산과 마약류 관리료 신설'안을 확정했다. 

의사가 삼킴 곤란 등 환자 상태를 확인 후, 가루약 조제를 처방한 경우에 관련 조제 행위에 대한 가산료가 생겼다. 또 의약품 관리료 외에 '마약류 관리료'가 별도로 신설돼 입원의 경우 입원 1일당 220~250원, 외래·약국은 방문당 150~170원을 더 지급받게 됐다.

병원약사회는 4일 '마약류관리료 및 가루약 조제시 수가 가산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어 그동안의 요구 과정과 앞으로 병원약사회 측의 대응을 설명했다.

병원약사회 손현아 사무국장이 진행한 이번 간담회는 김정미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 TF 팀장(삼성서울병원 약제부장), 김승란 보험이사(서울아산병원 약제팀 조제2UM), 김정태 대외협력이사(강동경희대학교병원 약제실장) 등이 동석했다.

▶ "마약류 관리료 신설, 약사 1명 고용할 가능성 제시해" 

김정미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 TF 팀장
(삼성서울병원 약제부장)

김정미 팀장은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 정착 과정이 마약류 관리료 신설의 기폭제가 됐다고 본다"며 "시스템 구축·유지 비용, 리더기 구입·유지 비용, 업무량 증가에 따른 추가 인력 충원 등의 인건비에 대해 의료기관은 재정적 부담이 컸다. 2016년부터 식약처에 마약류 관리 전담약사 인력 법제화 및 마약류관리료 수가 신설내용을 건의했다"고 했다.

이후 2017년에는 시스템 준비 TF 재정비, 식약처 민관협의체 참석, 식약처에 시스템 개선과 관련한 의견 제출과 함께 전담인력 확충, 마약류관리료 수가 신설을 지속적으로 건의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협회 측은 올해 3월 여러 사회적 사건이 불거진 이후 '수가 개발 간담회'에 참여해 마약류관리료 및 고위험약물안전관리료 수가 신설을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4월에는 식약처 마약관리과에 시스템 도입 전후 업무 변화와 관련 인력 증원 요청의 예시 등을 진술한 자료를 제출하기도 했다.

김 팀장은 "병원약사회와 식약처 마약관리과가 마약류 통합관리에 대해 많은 논의를 했다. 특히, 식약처 마약관리과는 복지부·심평원과 관계에서 우리 입장을 자주 전달해주고, 지속적으로 협력했다"며 "개인적으로 식약처 마약관리과 직원분들에게 감사하다"고 표현했다.

이어 "심평원에게는 마약류 취급보고는 일상화돼 한시적인 수가가 아니라 상시 수가로 신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첨언했다.

이후 지난 8월 복지부 보험급여과·심평원 의료수가운영부 등의 관계부처 공무원들이 삼성서울병원을 찾아 일반약과 마약류관리 업무량과 업무소요시간 비교, 현장 업무 현황을 파악한 후 일반약 대비 업무량이 큰 차이가 나므로 수가 가산을 고려한 것 같다고 병원약사회 측은 설명했다.

실제 삼성서울병원 병동약제파트에서 마약류와 일반약 업무 소요시간을 계산한 결과 일반약 관리에 1일 2만8천건 1만3천361분, 마약류 관리에 1일 4천5백건 8천52분이 각각 소요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건당 시간을 살펴보면 일반약 관리는 한 건당 0.49분, 마약류는 1.79분이 걸린 것이다.

서울아산병원과 분당서울대병원도 마약류 업무가 각각 3.5배, 3.4배 더 시간이 소요된다는 결과값을 냈다.

김 팀장은 "심평원 관계자들이 업무 상의 어떤 차이가 있는지 공감한 것 같다. 지난 9월 이에 대한 자료를 제출했었고, 10월 24일에 마약류 관리료 수가 관련 심평원 회의가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간담회에 참여한 병원약사회 관계자들은 이번 마약류 관리료 신설이 병원약사들에게 쏠렸던 업무량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는 입장이었다. 김 팀장은 "이번 기회로 약사 한 명을 증원했다. 병원에서도 어려움을 인정해준 것 같다"고 밝혔다.

김승란 보험이사는 "마약류 관리에 어려움이 있었던 부분을 관계부처에서 받아들여줬다는 점에서 기쁘다. 자료를 준비하며, 업무에 대한 가중을 느꼈다"고 전했다. 실제 현장에서는 양적인 업무 시간을 비교했지만, 약사가 마약류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하고 애로사항이 많았다고 강조했다.

김 이사는 "무엇보다도 수가 신설로, 앞으로 수가가 신설돼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근거를 마련할 수 있다"고 호평했다.

김정태 대외협력이사는 "병원마다 기존 일반약 관리와 마약류 관리의 기존 법적 사항을 고려하다보니 인력이 필요했다"며 "'상대가치 총점' 방식으로 특정 관리료를 올리면 다른 관리료를 줄여야 해 수가 개선에 대해 요구하기 어려웠으나, 이번 별도의 항목이 신설된건 다행"이라고 밝혔다.

또한, 병원약사의 처우와 인력 부족의 문제는 장기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웠다며 향후 병원약사의 업무 환경 비전에 대해서도 고려해 볼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승란 보험이사
(서울아산병원 약제팀 조제2UM)

▶ "가루약 조제… 입원환자에게 가산 없을 뻔 했다"

그동안 개국가의 경우 소아조제에 한정해 수가 가산을 받았다.

그러나 병원은 소아가산이 없는데도 가루약 조제는 개국가보다 훨씬 더 많았다고 김승란 보험이사는 말했다. 한 번에 한 포만 조제할 수 없어서, 여러 포를 조제한 후 폐기하는 경우도 발생했고 이에 대한 시간과 비용, 업무는 가중됐다는 것.

김 이사는 "2016년부터 정부에 건의했다. 사견이지만, 환자단체에서도 가루약 조제를 기피하는 일부 약국들에 대한 우려가 있어서 이를 논의하자고 요청이 온 적도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 지난 8월 대한약사회에서 가루약 조제 등 제형변경 조제료 산정기준을 개선하는 것에 대해 의견서를 복지부에 제출했다. 이후 10월 26일 복지부, 심평원, 대한약사회와 병원약사회가 참여해 회의가 열렸다.

이 회의 당시 입원환자에게는 가루약 조제 가산안에 대한 내용이 제외돼 있어서 회의에서 입원환자에게도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는 게 김 이사의 설명이다.

김 이사는 "두 차례 회의 후, 의료기관 내 가루약 조제 시설과 장비, 가루약 조제의 특징과 업무 프로세스 등의 자료를 준비해 심평원에 제출했다"며 "한편으로 가루약과는 별개로 소아를 위한 제형, 알약 복용이 힘든 환자를 위한 고민도 이뤄져야 한다고 느꼈다. 정부와 제약사들도 이를 고려해, 현장에서 더 안전한 약물이 유통되는 게 어떨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 "감염수가·고위험약물안전관리료 수가 등도 필요"

병원약사회는 두 가지의 수가 이외에 기타 수가에 대해서도 개선이 필요하다며 향후 방향을 제언했다. 

지난 4월 의료관련 감염예방을 위해 주사제 무균주제료 수가 현실화, 병동 전담 약사 제도, 항생제 적정 사용 관리의 의견을 대한약사회를 통해 제출한 바 있다. 7월에는 항생제 관리팀 신설에 대한 의견을 전달했다.

병원약사회는 현재 "고위험약물안전관리료 수가 신설은 아직 복지부·심평원과 협의 중"이라며 "고위험군 환자에 대한 약물관리와 안전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구체적인 수가 방향에 대한 협의점은 논의하고 있다. 내년 초까지 결론지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밖에 DUR 수가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고 병원약사회 측은 밝혔다. 심평원의 용역연구에 참여하고 있고 이에 대해 논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히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