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평원 약평위 재심의 결정...'관리당국 의견 결정적' 후문

식약처 "희귀센터·심평원 일...우리는 몰라" 모르쇠

대마성분 함유 의약품인 카나비디올(CBD, 에피디올렉스) 신속 급여에 적신호가 켜졌다. 지난달 29일 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를 통과해 이르면 10월 등재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급제동이 걸린 것이다. 약평위는 일단 재심의로 의결했는데, 이는 약가와 예상사용금액 등의 변수 등 급여 측면에서 불투명한 측면도 있었지만 식약처의 의견이 결정적이었다는 후문이다.

1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마약류관리법 개정으로 올해 3월부터 대만성분이 함유된 의약품도 자가치료용으로 쓸 수 있게 됐다. 대신 식약처와 희귀필수의약품센터의 철저한 관리아래 공급과 투약이 이뤄진다.

희귀필수의약품센터는 법령에 따라 드라벳증후군, 레녹스가스토증후군에 사용되는 카나비디올 성분의 에피디올렉스를 긴급 도입해 3월부터 환자들에게 공급하고 있다. 뇌전증환자 중 일부에서 나타나는 증상이다. 희귀센터는 수입과 함께 급여 등재 신청서도 심사평가원에 제출했다. 이 약제는 국내 정식 허가를 받지 않고 희귀센터를 통해 수입돼 환자에게 공급되는만큼 급여등재 절차도 간소하게 진행되도록 돼 있다.

별도 검토 필요성이 없는 경우 약평위(사후보고)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상정돼 등재될 수 있고, 필요에 의해 약평위를 거치더라도 약가협상 없이 곧바로 건정심으로 속행한다. 따라서 상한금액도 다른 신약이나 희귀질환치료제보다는 상대적으로 높게 책정되는 경향이 있다.

희귀센터는 올해 4월26일 등재 신청 후 두 번의 보완서류까지 냈기 때문에 8월29일 약평위는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기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재고수량이 12월이면 바닥나기 때문에 스케쥴상 이번 약평위를 통과해야 급여를 감안한 재주문과 공급이 이뤄질 것으로 판단했다. CBD 오일은 주문에서 공급까지 약 2개월이 소요된다.

하지만 약평위가 갑작스레 브레이크를 걸고 나서자 희귀센터 측은 당혹스러워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비싼 약값 때문에 급여등재만 손꼽아 기다리는 환자들이 적지 않은 탓이다. 실제 공동구매 물량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기는 하지만 CBD 오일 한병 약값은 160만원이 조금 넘는 수준이다. 성인의 경우 월기준 4~5병을 쓰는만큼 보험적용 없이 쓰기 위해서는 상당한 경제적 부담을 져야 한다.

최근 열린 대마함유 의약품 관련 협의체에서는 경제적이 이유로 의약품을 투약하지 않고 기다리고 있는 환자 수요를 고려해 신속 등재 필요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렇다면 급제동이 걸린 이유는 무엇일까. 심사평가원 측은 "약평위가 재심의로 결정했다. 약가와 공급관리 등 여러 사유가 있었다"고 했다. 사실 CBD 오일은 가격도 비싸지만 예상수요 예측이 어려워  재정영향분석이 쉽지 않다는 말도 나왔다. 심사평가원과 약평위가 급여평가에서 부담을 가졌던 건 바로 이 지점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재심의 결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건 식약처의 의견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식약처가 하반기에 있을 EMA 허가 이슈, 공급관리상의 문제 등 여러 사유를 들어 급여평가를 12월로 연기하자는 의견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식약처 마약정책과 관계자는 "CBO 오일 급여는 희귀센터가 등재 신청했고, 심사평가원이 급여평가 업무를 진행하기 때문에 우리와 무관하다. 재심의로 결정됐다는 말만 들었다"며, 의견제출 사실을 부인했다.

자가치료용 의료용 대마의약품 수입과 공급 등 관리업무는 희귀센터가 위탁받아 수행하지만, 관련 정책과 제도 관리·운영 등 전반적인 책임은 식약처가 갖고 있다.

만약 이 관계자의 말처럼 식약처가 급여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면 업무를 방기한 것이 되고, 심사평가원에 의견을 제시하고도 이런 답변을 내놨다면 뭔가 석연치않은 이유가 개입된 게 아닌 지 의구심을 갖게 한다. 따라서 정당한 이유가 있다면 숨기거나 '모르쇠'로 나올게 아니라 정부를 믿고 급여등재만을 손꼽아 기다려온 환자들이 납득할만한 설명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희귀센터는 올해 3월 자가치료 의료용 대마성분 의약품 안정적 공급을 위해 대한약사회와 협약을 체결했다. 희귀센터가 위치한 서울을 뺀 전국 15개 시도(세종 미포함)에 소재한 약국 30곳을 거점으로 지정해 환자에게 의료용 대마 의약품을 공급하기로 한 것이다. 여기에는 제주도 2개 약국도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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