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hit| 여론이 과학을 흔드는 시대를 경계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 *자료사진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 *자료사진

논란의 주인공인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가 1, 2일 연이틀 의약 전문신문 기자단과 만났습니다. 1일은 산업계, 2일은 식약처 출입기자들과 번갈아 간담회를 가진 이 대표는 허가취소 위기에 몰린 골관절염유전자치료제 인보사케이를 둘러싼 저간의 사정을 격정적으로 토로했습니다.

1액과 2액으로 구성된 인보사케이는 (비)임상개발에서 최종 품목허가까지 모두 2액의 주성분이 연골 유래세포인 것으로 신고됐으나, 미국 3상 임상시험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293세포(신장 유래세포)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국내에서는 허가취소 결정이 임박했고, 미국에서는 3상 임상이 중단되는 비운을 겪고 있습니다.

고의조작 의심까지 받고 있는 코오롱 측은 식약처의 허가취소, 검찰의 수사, 투자자들의 손해배상까지 사면초가에 있습니다. 이 대표가 이런 상황에서 전문지 기자들과 마주 앉겠다고 했으니, 그의 입에 관심이 쏠릴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 대표의 입을 빌어 나온 코오롱의 주장이 그간의 사정과 크게 다를 수는 없습니다. 고의조작은 없다, 허가취소는 부당하다, 293세포의 안전성은 식약처도 인정했다, 행정소송을 진행하겠다, 미국 임상재개에 기대를 건다 등과 함께 식약처와 산업계, 그리고 환자들에 대한 사죄의 뜻도 함께 밝혔습니다.

“사고 경위를 보면 심각한 일”이라고 인정하면서도 “꼬이다 보니 생긴 일”이라는 말을 통해 의도성은 강하게 부정했습니다. 그리고 미국 FDA를 통해 현지에서의 3상 임상을 재개함으로써 재기하겠다는 강한 의지도 어필했습니다.

여기까지는 늘 들었던 말들이라 특별한 감흥은 없습니다. 2일 식약처 기자단과의 간담에서 한 이 대표의 말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균형감을 잃은 것 같다”는 발언입니다. 인보사를 둘러싼 사회적 책임은 행정적, 사법적 그리고 과학적 영역에서 요구받고 있는데 여기에 여론의 무게가 지나치게 뒤섞여 객관적인 판단을 방해하고 있다는 뉘앙스의 주장이었습니다.

그가 문제를 일으킨 기업의 대표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 대표의 이런 주장은 수긍할만 합니다. “293세포는 안전 조치한 이후 약으로 쓰면 안되는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그의 말은 비과학자가 내놓은 꽤 과학적인 발언으로 받아들여 졌습니다. 해외에서는 293세포를 새롭게 조명하는 움직임이 있다고도 그는 말했습니다. FDA의 판단은 다를 것이라는 그의 말 역시 과학적 잣대에 의해 임상재개를 결정할 것이라는 믿음이 반영된 것입니다.

여전히 여론의 일부는 비과학적 영역에 있지만 이제는 앞서 말한 세가지 갈래에서 코오롱의 사회적 책임이 결정되는 시점에 왔습니다. 식약처의 행정적 판단은 법원의 또다른 견제를 기다리게 될 것이고, 비의도성과 관련한 코오롱의 주장은 검찰의 예리한 칼날 앞에 설 것입니다. 그리고 그 판단의 기초자료는 모두 과학의 영역으로부터 도출되어야 마땅합니다.

지난한 시간이 흘러야 이 사건은 최종 결론날 것이고 신약개발 역사의 한 페이지에 그때서야 제대로 기록될 것입니다. 코오롱의 편은 아니지만, 여론의 균형점도 필요하지 않다 말할 수는 없습니다. 세 가지 갈래에서의 사회적 판단이 이루어지는 동안 자연스럽게 여론도 과학적 잣대로 수정되고 균형점을 찾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이 균형점이 코오롱의 편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어떤 결론을 향하든 여론이 과학을 흔들어서는 안된다는 점을 말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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