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hit| 대조약 변경 등 예외기준 명확히 해야

제네릭의약품의 동등성을 평가하는 시험대에 올라갈 준비를 제약사들이 하고 있습니다. 제네릭 약가를 유지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인데, 대상은 공동으로 진행한 생동성시험 자료로 품목허가를 받은 제품들입니다.

복지부와 식약처는 제네릭 약가 및 허가제도 개선을 하면서 공동생동 제도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하고, 이에 맞춰 단독으로 생동시험을 진행한 제네릭에 약가를 플러스해주기로 했습니다. 이미 판매하고 있는 제네릭에 대해서는 일정 기간내 단독생동 전환을 조건으로 약가를 유지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러다보니 제약사들은 약가가 떨어지는 것을 막아야하는 핵심 제네릭을 전략적으로 고르고 이에대한 단독생동을 진행해야하는 상황입니다. 겉으로만 보면 생동시험을 하고 동등자료를 제출하면 되지 않느냐고 대수롭지 않게 말할 수 있지만, 여기에는 숨겨진 1인치의 디테일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디테일은 일반인들의 오독(誤讀)을 불러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함정까지 안고 있습니다.

까놓고 말해보라면 ‘비동등’ 이라는 결과가 재생동 와중에 나올 수 있다는 숨겨진 우려입니다. 한 두 품목 비동등이 나온다고 뭐 그리 큰 사단이 나겠느냐 하겠지만, 2000년 중반 생동시험 조작 파동을 겪었고 그 이후에도 발사르탄 같은 품질 이슈를 통해 고개를 내미는 제네릭에 대한 ‘불신’ 또는 ‘신뢰문제’를 보아온 입장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생동성시험은 제네릭이 인체내에서 오리지널(대조약)과 동일하게 흡수되고 배설되는지, 복용한 두 약물의 혈중농도 변화과정 등의 비교를 통해 동등 또는 비동등의 결론을 내리는 걸 말합니다. 생동시험은 대조약의 제조원이나 부형제 등이 바뀌거나, 실험 참여자에 대한 순도관리(알코올 섭취 등) 실패와 같은 여러 원인에 의해 비동등이 나올 수 있는 민감성을 보인다고 합니다.

신제품의 경우엔 비동등이 나와도 문제가 없습니다. 오리지널과 동등한 인체대사율을 확보하기 위해 회사측이 제제변경 등 추가적 R&D 노력을 하거나 허가자체를 포기하면 사실 그만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4월 공동생동 제도변화 등을 설명하는 식약처 김영옥 의약품안전국장.
지난 4월 공동생동 제도변화 등을 설명하는 식약처 김영옥 의약품안전국장.

하지만, 이번처럼 약가유지를 위해 이미 나와있는 제네릭의 생동을 다시해야 하는 상황에선 문제가 좀 달라집니다. 시중에 팔리고 있는 제품에 대한 생동시험을 했는데, 비동등하다는 결론이 나왔다면 어떤 파장이 일어날까요? 소수의 결과일텐데, 그 소수의 결과가 불러올 영향관계는 사실 제대로 따져보기가 힘들 정도입니다.

동등하지 않은 제네릭이 있어도 파장을 고려해 허들을 대폭 낮춰주자는 말이 아닙니다. 비동등 결과가 나와 일부 제네릭의 허가가 취소되면 그 결과에 대한 과대해석이나 의도적 왜곡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거봐, 제네릭 믿을 수 없어”에서부터 “가짜약”이라는 억울한 누명까지 쓰도록 방치해서는 안될 일입니다.

생동시험을 통과하지 못한 약은 시중에 당연히 나올 수 없고 나와서도 안되지만, 생동시험이 의약품의 품질을 검증하는 프로세스는 아니라는 점을 일반인들에게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품질에 대한 개런티는 기준및시험방법에 기초를 두고, 주성분의 함량이나 이물질 혼입 여부와 같은 것을 따지는 게 품질이슈라는 점은 사실 설명불가입니다. 생체이용률이 오리지널과 동일한지를 따지는게 생동시험이라고 설명한들 ‘가짜약’ 프레임을 벗어나기는 어렵습니다.

기우(杞憂) 일지도 모를 걱정에는 다 근거가 있습니다. 시중에 유통된지 오래인 제네릭들의 경우 대조약의 제조원 자체나 원료가 변경된 경우도 있고 부형제 등을 바꾼 사례도 있다고 하는데, 이 경우 동등을 100% 보장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그래서 하나의 롯트에서 생산된 제품을 놓고 진행하는 단 한 번의 실험기회를 마주한 제약사들은 암담해하면서도 쉽사리 말을 꺼내놓지는 못합니다. 비동등이 나와도 진짜 비동등이 아닐 수 있다는 말을 어디가서 할 수 있을까요?

이 문제를 담당하는 식약처도 깊이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약가유지를 위해 재생동 라인에 처음으로 서 본 제약사들의 상황, 대조약 변경 등과 같은 불가피한 상황을 제도변화의 후속대책으로 식약처가 어떻게 세밀하게 담아낼지 업계가 숨죽여 지켜보는 이유입니다.

그래서 약가유지용 재생동의 세부시행 기준을 명확히 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식약처도 이 논제를 놓고 제약업계와 대화할 준비를 하는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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