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사용량 이중 타깃, 약품비 합리화 명목 일괄인하
가격·사용량 이중 타깃, 약품비 합리화 명목 일괄인하
  • 최은택
  • 승인 2019.04.11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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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설계 내용따라 제약계 충격파 달라질 듯

정부가 제1차 건강보험종합계획안에 포함시킨 약제비 적정관리는 사용량과 가격,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제도를 마련한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제약산업계 입장에서는 '살 떨리는' 목표다.

더구나 정부가 국내 제약업계의 '캐시카우론'을 수긍해 당분간 약가 일괄인하정책을 구사하지 않을 것처럼 했는데, 해외가격 비교 정기재평가 도입 계획은 약제군별 일괄인하와 다르지 않아 보여 반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달콤한 유혹도 있다. 바로 재평가로 절감된 재정을 중증·희귀질환 보장성 강화 재원에 쓴다는 '트레이드-오프론'이다.

보건복지부가 10일 발표한 건강보험종합합대책 중 약제비 적정관리 방안 중 주요내용을 다시 정리해보자.

먼저 짚고 가야 할 게 있다. 이번 약제비 적정관리가 예고없이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게 아니라는 점이다. 복지부는 2017년 8월 이른바 문재인케어를 발표한 뒤, 재정절감대책을 병행하기 위한 연구사업을 보험정책과 주관으로 진행해왔고, 약품비 관리도 그 중 하나였었다.

따라서 이번 약제비 적정관리 방안은 건강보험종합계획 속에 포함돼 나왔지만 사실 문재인케어와 병행된 재정절감대책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수 있다.

약품비 '덩어리'로 관리하기=복지부는 일단 해외 약제비 관리현황 등을 참고해 '예측 가능한 적정 약제비 관리방안' 연구를 올해부터 시작해 내년까지 추진한다고 했다. 이어 내후년인 2021년 제도 도입을 진행한다고 일정을 제시했다.

여기서 '예측 가능한 적정 약제비 관리방안'은 약품비를 '통째(총액)'로 관리하고 싶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총액관리 대상은 약품비 전체가 될 수도 있고, 약효군 등으로 세분화할 수도 있다. 재작년에도 심사평가원은 만성질환약제를 중심의 총액관리 또는 목표관리제 검토 계획을 밝히기도 했었다.

중요한 건 어떤 방식이든 정부가 개별 품목 단위가 아니라 '덩어리'로 약품비를 관리하고 싶어하고, 2년 내 제도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명시적으로 계획을 발표했다는 점이다.

약가재평가 부활=두번째는 가격에 대한 재평가다. 만성질환, 노인성질환 등을 예시하면서 약제군별로 약가수준을 해외와 비교해 정기적으로 조정하겠다고 했는데, 그 시점으로 2020년을 제시했다. 바로 내년이다.

제약산업계 입장에서는 '그동안 준비된 게 있었나' 의아해 할 정도인데, "검토해 봤더니 가격수준이 수 배 이상 나는 약제군이 많았다"는 곽명섭 보험약제과장의 말에 비춰보면 연구 또는 검토가 상당부분 진행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해외 약가와 비교해 국내 악가를 재평가(인하)하는 제도는 사실 2002년 도입돼 2010년 폐지된 제도다. 이 제도는 당시 3년 단위로 A7국가의 조정평균가를 조사해 적용했는데, 약가비교는 품목단위로 이뤄졌었다. 제도 도입 초기에는 평균인하율이 두 자리수를 유지하고, 재정절감액도 컸다. 당연한 이치겠지만 이후 시간이 흐르면서 효과는 반감됐다. 그러다가 시장형실거래가제도와 기등재약 목록정비 제도가 도입되면서 9년만에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복지부는 이 제도를 다시 약제군 단위로 넓혀 부활시키려는 것이다. 앞선 3년 정기 A7 약가재평가에서 본 것처럼 이 제도를 부활시킬 경우 시행 초기에는 가시적인 약가인하와 재정절감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또 한번 떨어진 가격은 다시 인상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재정절감 효과가 항구적인 측면이 있어서 효과가 반감되더라도 의미는 적지 않다.

이는 거꾸로 제약산업계에는 '재앙'과 같은 일이 된다. 특히 선진국의 경우 제네릭 약가수준이 개발목표품목인 오리지널 종전가격의 30% 수준까지 떨어지기 때문에 비교평가는 상당한 타격이 될 수 있다. 제네릭은 신약과 달리 약가도 투명한 편이어서 표시가격이나 산술평균가 비교가 용이하다.

이 제도가 국내 제약업체들에게 '재앙'이거나 '쓰나미'가 될 지, 아니면 '정밀타격'으로 일부에만 영향을 줄지는 설계를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가령 제네릭 진입이 오래됐는데도 비상식적으로 외국보다 가격수준이 높으면서 재정영향이 큰 약제군에 국한돼 운영된다면 타격이 없지는 않겠지만 '쓰나미' 수준까지는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설계에 따라서는 약품비를 덩어리로 관리하는 약제군과 정기 약가재평가 대상 약제군을 매칭해 관리를 병행하는 것도 가능한 시나리오다. 경우야 어찌됐던 재평가 대상에 포함된 약제군에 속한 품목들은 일괄인하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지난해 세간에 정부가 일괄인하를 고려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었는데, 이 제도를 두고 이야기한 것인지, 아니면 일괄인하가 선회된 결과물인지는 확인이 필요해 보인다.

달콤한 유혹=현 약제비 지출구조 분석을 토대로 약제 급여적용에 대한 중장기 전략을 수립하면서 동시에 지출구조를 개선한다는 '약제 급여전략'의 일환으로 복지부는 '트레이드-오프(trade-off)'를 거론했다.

약제 재평가 결과와 연동해 조정·절감된 건강보험 재정을 사회적 요구도가 높은 중증·희귀질환 의약품 보장성 강화 재원으로 활용한다는 내용이었다. 실제 이런 환류정책이 마련된다면 중증·희귀질환치료제를 보유하고 있는 업체들은 반길 수 있고, 특히 시민사회단체 등 가입자를 대표하는 단체들로부터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실제 그렇게 될 것으로 믿는 제약계 관계자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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