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단체 "약가 인상하면 다음 신약 고가전략 정당화해줄 뿐"

약사단체가 간암 색전술에 쓰는 게르베의 조영제 리피오돌 약가인상 논란과 관련, 64년 전에 개발된 의약품에 높은 약가와 연구개발비를 운운하는 건 민망할 정도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이번에 약가를 인상해 주면 다음 신약의 고가화를 합리화시켜주는 결과만 야기할 것이라는 지적도 내놨다.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는 [그약이 알고싶다 3rd_ 리피오돌과 트럼프의 '공정' 약값, 그에 답하는 문재인 정부의 '적정' 약값]이라는 제목의 언론배포 자료를 통해 이 같이 주장했다.

이 단체는 약가를 500% 인상한 알레르기 응급자동 주사제 에피펜, 5000% 인상한 톡소플라스마증치료제 다라프림 사례를 먼저 들었다.

이 단체는 "마틴 슈크렐리는 임산부와 에이즈 환자에게 치명적인 톡소플라스마증 치료제인 다라프림을 1만5000원에 사들인 후 약가를 90만원으로 5000퍼센트 인상한다. (이로 인해) 슈크렐리는 미국 내 비호감 인물 1위로 등극하며 수많은 비난을 받았지만 다라프림이 필요한 환자들의 세상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약은 여전히 비싸고 내 손 닿는 곳 너머에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리피오돌 사례를 꺼냈다.

이 단체는 "게르베는 간암 색전술에 쓰이고 있는 조영제 리피오돌 약가를 500% 인상해주지 않으면 국내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다라프림은 62년, 리피오돌은 64년 전에 만들어진 약이다. 높은 약가와 독점권을 정당화시키는 '연구개발비' 탓을 하기엔 민망하리만치 오래된 약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트럼프는 '공정한' 약값을 이야기했다. 지금 진행 중인 한미 FTA 재협상에서도 특허 신약에 대해 '공정한' 약가를 주장할 것이다. 정부도 이에 발맞춰서인지 최근 '적정한' 약값을 언급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그러나 '적정성'이나 '공정성'은 매우 상대적인 개념이다. 다라프림은 2010년까지 1달러였으나 현재 750달러가 됐고, 리피오돌은 2012년 5000원 정도였으나 이제는 26만원을 눈 앞에 두고 있다. 5000원과 26만원 사이, 공정한 선은 아마 그 사이 어디 즈음일 것이라 상상하겠지만 이미 그 선은 우리의 손 너머에 존재한다"고 했다.

이 단체는 "제약자본이 환자의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의약품을 연구 개발할 수 있도록 더 강력한 독점권과 더 높은 약가를 챙겨줘야 한다는 일부 전문가들의 주장은 그래서 위험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더 이상 적당하게 약가를 보상해 환자의 생명을 살리고 보자는 이야기는 그만두자. 이번의 적당한 협상은 다음 번에 나올 신약의 고가를 합리화시키고 이는 또 다른 환자의 눈물이 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제약 자본의 독점권을 지고지순한 가치인 양 인정하고 들어가는 협상장에서는 승자가 이미 정해져 있다. 정부에게는 환자를 위협하는 독점권은 언제라도 해체할 수 있다는 신념을, 우리 모두에게는 제약자본의 뻔뻔한 칼놀음에 대한 분노를 기대해 본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히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