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가, 의료진-환자 수용 등 Go-To-Market 넘어야 할 허들 많아
1990년대 엠씨스퀘어 대박 반면교사...최초 넘어 결실에 초점

2023년 2월 15일 우리나라 첫 '디지털치료기기(Digital Therapeutics)' 1호가 허가 받은지 꼭 한 달이 지났다. ㈜에임메드가 개발해 제조품목허가를 받은 불면증 인지치료 소프트웨어(제품명 '솜즈Somzz)'가 그 주인공이다.

국내 디지털치료기기 1호 솜즈(Somzz) 이미지 (출처 : 에임메드)
국내 디지털치료기기 1호 솜즈(Somzz) 이미지 (출처 : 에임메드)

개념적으로 '디지털치료제(Digital Therapeutics: 이하 DTx)'로 불린 이 소프트웨어는 디지털치료기기를 통해 치료적 효과가 있는 비약물적 중재를 의약품처럼 '처방'해 전통적인 의약품처럼 수가를 적용하는 의도를 염두에 둔 용어다.

경제성을 고려해 탄생한 만큼 IT산업과 의료산업이 만난 융복합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의 주역으로 투자시장에서도 큰 호응을 얻었다. 나아가 코로나 팬데믹 기간 원격의료의 체험이 늘어나는 가운데 미국, 독일, 영국, 스위스 등 전통적 제약강국에서도 약물적 치료와 함께하는 병행요법으로서 부가가치를 인정받아, 차세대 DTx 스타트업 기업의 발굴에 붐이 일었다.

이 속에 의약품과 의료기기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검증하는 규제과학적 기준에 따라 '인허가'를 책임지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의료기기인데도 의약품과 같은 개념을 차용한 이 교집합이 도전이 되었을 것이다. ‘혁신’이라는 패러다임 속에서 전례는 없으나 규제과학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하고 '허가'를 책임져야하는 부담까지 기관이 지기 때문이다.

한국의 식약처는 2020년 8월 DTx의 분류기준을 소프트웨어 의료기기(Software as Medical Device, SaMD)로 보고 융복합 산업의 다양한 관점과 해석의 상충을 조기에 진화하고자 했다. '디지털치료제'는 의료기기 관련 규정에 따라 인허가가 결정되는 '의료기기'의 기준 속에 대부분 구성요건이 해당되기에 DTx를 '디지털치료기기'로 공식 정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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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임메드, Go-To-Market을 향한 투트랙 도전

처음에 '디지털치료제'라는 용어로 한국에 도입되자 국내 제약사들도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한시적 원격의료가 허용된 상황에서 디지털 치료제 개발 기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기 시작했다. 녹십자홀딩스는 이모코그, 동화약품은 하이, 한독은 웰트 등의 투자유치 소식이 이어졌다. 유통 장악력과 판매경쟁에 대한 노하우를 가진 전통적 제약기업과 스타트업의 전략적 협업은 향후 5년간 가속화 될 것이다.

2015년부터 사업개발을 본격화한 국산 1호 에임메드도 '솜즈'의 허가 이후 헤쳐 나갈 과제가 많다. 복지부 고시에서부터, 신의료기술평가(NECA), 심평원의 평가와 급여 판단을 통한 정식 수가 지정까지 최소 3년에서 5년까지 소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모든 의료기기가 그러하듯 수가 결정 이후에도 일선의 의료진으로부터 유효한 치료법으로서 인지되어 ‘처방’되어야 하고, 수가 역시 의료기관에 합리적인 보상이 되어야 한다. 환자에게도 비용부담은 적고 편의성이 커야 선택 받게 된다. 의사는 처방하고, 환자는 사용해야 한다.

한국에서 소위 첨단 의료기기가 수용된 사례는 주로 3차 상급병원에서 국민의료보험이 적용이 되지 않는 고가의 의료적 행위이거나, 1차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민간 실손보험을 통해 비용 부담을 덜어주면서 의료소비자의 미충족된 수요를 해소해 준 면이 있다.

디지털 치료기기 기업이 고객과의 첫 대면에서 성과에 이르기까지는 일련의 'Go-To-Market(GTM)'에 있어 수가(공공 혹은 민간 보험), 의료진, 환자의 수용에 이르기까지 하나 하나 다시 뛰어넘어야 할 허들이다.

그런데, 디지털치료제의 경우 3년전 미국 프로테우스의 몰락처럼 개념적 호응에 비해 가격 경쟁력을 잃거나 기술적 순응에서 '혁신의 저주'를 겪은 사례를 유념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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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FDA와 협업하며 4개의 허가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디지털치료제 기업 페어 테라퓨틱스(Pear Therapeutics)나 최초의 디지털 치료제 승인 기업 알킬리 인터랙티브(Akili Interactive) 조차도 가시적인 성과를 아직 보이지는 못하고 글로벌 증시하락장에서 구조 조정기를 거치며 숨을 고르고 있다. 작년 9월말 보스턴에서 열린 DTx East 컨퍼런스에서도 보다 보편적인 보험과의 연계를 통한 시장진입 등이 주요 아젠다로 논의된 바 있다. 최근 페어 테라퓨틱스의 경우 의료수가에 대한 현실적 부담을 줄이는 ‘저수가’적 접근을 통한 조기확산을 위해 메디케이드(Medicaid)와 적극적 제휴가 시도되고 있다. 국민 의료 보조 제도로써 주로 65세 미만의 저소득층과 장애인 등 의료취약계층을 위한 재정적인 부담을 낮추는 메디케이드 보험을 통해 Go-To-Market에 임하는 사례는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난 2월15일 허가 브리핑때 수가에 대한 질문을 복지부에 돌린 이유다.

대의적으로는 정부 역시 '디지털 치료기기'를 예방 의학적 관점에서 조기에 의료적 중재의 수단으로 보험 재정을 줄이고, 보다 다수의 의료혜택을 제공하는 혁신적 방법으로서 보편적 의료복지로서 매력을 느낄 것이다.

그런데 정부가 의료급여시장 지원에 적극 나서더라도 이 융복합적 산업은 학습할 요소가 의사와 환자의 몫으로도 남아있는 부분이 크다. '물 마시며 약 한번 꿀꺽 삼키는' 행위와 달리, '디지털 치료기기'는 복제에 있어서 한계비용이 적다는 인식을 가지기 쉽지만, 원외 환자의 결과(Patient Reported Outcome)와 관련해 의료진의 안정된 검증에서부터 환자의 올바른 이용에 이르기까지 그 서비스 운영 과정에서 적지 않은 교육비용과 기회비용, 유지비용이 별도로 소요 될 수 있다. 결국 모든 것이 시간과 비용과의 싸움이다.

에임메드는 이번 허가를 계기로 불면증 인지치료 외에도 공황장애,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등 디지털치료제 파이프라인을 확장할 뿐만 아니라 △웨어러블 기업 및 제약사와의 협업 확장 △독립분사 △IPO 추진 전략 등 향후 적극적인 패스트 투트랙 로드맵을 전하고 있다. 이제 또다른 전면전 라운드가 시작된 것이다.

속도가 중시되는 투자 시장에서 시간과의 싸움을 감수해야 하니 투자자를 계속 설득시키며 실탄도 마련해야 한다. 전쟁 중 계속 발사한 과녁의 점수를 확인하고 집계해야 하는 임상에 대한 유효성도 병행해야 한다. 시장에 나선 이후에도 디지털치료기기 시장에서 의료진과 환자에게 인지적으로 선택되는 과정 또한 남아있다.

지난해 디지털치료제기업 로완이 자사의 '슈퍼브레인'과 관련해 이번 허가와 무관하게 '국내 최초 신의료기술평가를 통해 상용화한 다중영역중재 치매 예방 디지털치료제'라는 문구를 임의 사용해 복지부와 식약처로부터 의료기기법 위반이라는 이슈가 제기된 바 있다. 디지털치료제에서 최초(First in Class)의 포지셔닝을 선점하려는 경쟁이 DTx 생태계에서도 치열함을 보여주는 반증이다.

 

의료기기 시장을 피했던 엠씨스퀘어, 2023년이라면?

규제과학적인 관점에서 벗어나, 디지털 치료기기의 소비자 이용 측면에서 최근 회자되는 사례가 있다.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서 ‘추억 돋는’ 레트로 학습력 집중력 기기로 등장한 '엠씨스퀘어'다. 엠씨스퀘어 대박 신화로 1997년 증시에 입성했던 벤처 1세대 기업 대양이엠씨는 2000년초 시가총액이 한때 1조4100억원을 넘기기도 했다. 지금의 유니콘 기업에 해당한다.

1990년 창업주는 미국 마인드플레이스사가 개발한 명상 기기 마스터마인드 에스프리라는 제품을 접하고 20가지가 넘는 미국 프로그램 중 스트레스 해소와, 수면 유도, 집중력 증진 프로그램 등을 '교육'부문에 집중해 '엠씨스케어 스터디'라는 제품으로 출시했다. 당시 엠씨스퀘어는 뇌파를 알파파 상태로 안정시켜 짧은 시간 내에 긴장감과 피로, 스트레스 지수를 감소시키고 집중력을 향상시키는 제품으로 최종 소비자를 먼저 공략해 성공을 거뒀다. 의료기기로서의 허가 승인을 받은 이후의 시장 진출이 아닌 처음부터 국산화하면서 보조적인 학습 집중력 증진 도구로서 웰니스 시장을 공략한 것이다.

엠씨스퀘어는 일선 학교 교문을 찾아가 학생과 학부모를 먼저 공략하며 당시 제품을 사용한 장학생을 발굴하고 이들의 체험담을 통해 의료적인 검증과는 별개로 탁월한 인플루언서 마케팅 효과를 얻었다. (임상적으로는 플라시보 효과도 더해졌을 것이다.) 물론 대양이엠씨(현 지오엠씨)는 여러 의료적인 효과 논쟁에, 학술적 연구임상 발표를 꾸준히 쌓아왔다. 다만 의료기기로서 인허가 절차로 진입한 것이 아니란 점이다.

엠씨스퀘어는 이후 IT버블 붕괴와 사업다각화 투자 실패, 집중력 향상에 대한 검증되지 않은 과학적 효용성 논란 등으로 2010년 MP3제품과 유사한 형태의 제품을 출시한 이후 영향력을 잃고 증시에서 상장폐지를 겪게 된다.

엠씨스퀘어 제품이 나온 드라마 '응답하라 1994' (출처: TVN)
엠씨스퀘어 제품이 나온 드라마 '응답하라 1994' (출처: TVN)

그럼에도 엠씨스퀘어의 사례는 '디지털치료기기'가 신산업으로 부상한 지금 의료산업으로서 '디지털치료기기' 시장 진입에 시간적 기회비용이 중소벤처기업들의 생존적 과제로 만날 때 선택지로 고려해 볼 수 있다. 물론 '디지털 치료제'라는 의료시장의 본질을 피한 넓은 웰니스 헬스케어 시장으로의 조기 진출은 또다른 유사과학 제품군과 치열한 마케팅 경쟁이 전제된다. 엠씨스퀘어는 지금의 규제과학적 분류 기준으로 볼 때는 디지털 치료제(Digital therapeutics)와 구분되는 신경계에 전기적 자극을 주는 전자약(Electroceutical)으로서의 도전도 유의미할 것이다. 그러나 객관적 입증을 위해서는 끝까지 임상시험을 마치는 스터디가 필요하다. 또 '전자약'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기다리는 상황이다. <응답하라 1994>에서 시험을 앞두고 공부를 끝내지 못한 채 잠들고만 '삼천포(김성균 역)'를 지금 깨우기에 망설여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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