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관객과 코워커로서 여정, 일과 생활의 조화(Work & Life Harmony)

마스크 해제, 활력 찾은 KIMES 2023

마침내3월 20일 긴 팬데믹 터널의 끝, 대중교통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됐다. 지난주(3.22-26)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국내 최대 의료기기 전시회 KIMES 2023에는 국내외 1300여 기업이 참여한 속에, 마스크 없는 참관객으로 활기가 돌았다. 코엑스 A B C D홀 전관과 그랜드볼룸으로 모자라 로비까지 4만평방미터 행사장은 그야말로 부스로 넘쳐났다.

미국의 CES나 스페인의 MWC 같은 초대형 ICT 전시와 비할 바 못되지만, 올해 38회인 KIMES는 5만명이 넘는 참관객으로 그 규모가 북미방산선의료기협회 주관 RSNA전시나 세계 최대규모의 임상종양학회의 ASCO전시의 메인 행사장인 시카고 맥코믹 전시장(South, North 2개 홀을 통합한 규모(4만평방미터)와 견줄만한 장소에, 참관객 수는 ASCO의 4만명 수준을 능가한다.  

 KIMESS 2023 코엑스 행사장 입구 전경
 KIMESS 2023 코엑스 행사장 입구 전경

 

 KIMES 2023 개막일 COEX 행사장  입구 전경
 KIMES 2023 개막일 COEX 행사장  입구 전경

양적 성장 비해 쉽게 피곤해지는 전시장, 관람객 여정도 돌보길 

올해도 KIMES는 전통적인 영상장비진단 기업 외, 셀바스헬스케어, 유비케어, 이지스헬스케어, 메디블록 같은 벤처사에서 선보이는 EMR, 그리고 굿닥 등의 메타버스 서비스기업과의 콜라보레이션, 디지털치료제 임상 CRO 서비스를 선보인 위키 CRO나, 올해 식약처 DTx 품목허가 1호를 기록한 에임메드의 의 스탠드 부스에 이르기까지 스펙트럼이 넓어지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다.

식품의약품 안전처 부스 부설, 디지털치료기기 품목허가1호 에임메드 
식품의약품 안전처 부스 부설, 디지털치료기기 품목허가1호 에임메드 

그러나 디지털 환자 여정(Digital Patient Journey)의 개선 같은 전시부스에서 메시지와 무관하게 관람객 패스포트에는 '골드바' 경품 이벤트 소개가 차지했고, 전시장 내에도 주최측의 리얼월드 '골드바' 경품 이벤트에 선 긴 줄과, 일반 건강체험 공산품 할인매장 같은 일부 부스는 여전히 미완의 숙제로 남았다. 비즈니스를 위한 교류가 아닌 '건강체험'과 '휴식'을 위해 의료용 침대에서 누워있는 참관객이 여전했다. 전시장에는 CIS권과 중국, 동남아 관람객도 적지 않았다. KIMES도 어느새 38회를 맞이했다. 올해 주제는 '더 나은 삶, 더 나은 미래(Better Life, Better Future)'다. 이제 아시아를 대표하는 전시로서 질적 성장을 위해 전문성에 부응한 참관객을 위한 편의와 배려도 트랙별로 세분화, 성숙해졌으면 한다.

 

출장지 부산에서 "워케이션(Work+Vacation)"

부산 출장을 다녀왔다. 장거리 일정 중 리모트 워크(Remoto Work)를 위해 부산역 근처에 묵은 한 호텔 공간 24층엔 뜻밖의 '워케이션(Work+Vacation)' 센터가 운영중이었다.

통유리창으로 시원하게 펼쳐진 전망으로 부산항만이 보인다. 말그대로 단순한 업무 데스크 이상(More than a Desk)의 워케이션 공간이다. 비즈니스(Business)에서 아이디어(Idea)를 행동(Action)으로 바꾸면 부산다움(Busaness)이 된다는 관계자의 설명이 인상적이다. 워케이션이란 일(Work)과 휴가(Vacation)의 합성어로 휴가지에 머물면서 일을 병행하는 근무형태이다. 

부산역 근처 호텔 24층에 자리잡고 있는 부산워케이션센터 입구
부산역 근처 호텔 24층에 자리잡고 있는 부산워케이션센터 입구

 

부산시(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가 아스티호텔과 협업해 제공중인 부산워케이션센터
부산시(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가 아스티호텔과 협업해 제공중인 부산워케이션센터
 부산워케이션센터에서 바라본 부산항만 야경
 부산워케이션센터에서 바라본 부산항만 야경

50대 이상의 세대는 "휴가면 휴가고 출장이면 출장이지 왜 일과 휴식이 섞이냐"고 거부감을 보이는 이도 적지 않다. '일과 휴가'에 대한 이분법적 사고다. 마이크로 소비 형태에 익숙한 MZ세대는 다양한 스펙트럼 속에 집중력있는 선택적 소비에 능하다. 언제 어디서나 워킹 툴로 접속(Connect)하며 '디지털 노마드'적인 일에서도 '속도와 효율'에 익숙하다. 비대면회의를 하면 불필요한 간섭이 없고 집중된 아젠다에 대해 회의시간이 빨라지고 효율적이라고 호응한다. 구직자 70%가 유연근무나 탄력근무, 재택근무를 중요한 입사 조건으로 고려하고 있음이 최근 잡리서치사의 보고다.

워케이션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부터 인도네시아 '발리', 태국 '치앙마이', 포르투갈 '리스본', 스페인 '말라', 루마니아 등 동남아나 유럽에 체류비 부담이 적으면서 풍광이 좋은 지역들을 중심으로 젊은 IT 인력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2022년 11월 스페인 의회는 최대 5년까지 거주 가능한 디지털노마드 비자 관련 법안까지 승인했다. 이웃한 일본 '와카야마'현은 숙박업소의 워케이션 도입 전환, '치바현'은 폐교를 개조한 위성 사무실 활용, 오이타현은 벳푸 온천과의 결합 워케이션 프로그램으로 지역인구 소멸 속 '정주인구'의 한계를 '교류인구' 활성화라는 적극 행정책으로 나섰다. 피서지로 유명한 나가노 현에는 원격근무위성공간만 24곳에 이르고 보조금과 법인세 면제 등의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있다. 

글로벌 숙박플랫폼 호텔컴바인의 워케이션(Work+Vacation)에 적합한 해외 원격 근무지 평가 지수(22년 3월)에 따르면 한국은 전체 순위 63위, 아시아 태평양 지약 11위를 기록했는데, 문화, 현지 영어 소통, 숙박, 렌트비, 치안 등 소셜라이프 부문에선 아시아 태평양 3위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관광형 워케이션'의 제주는 '올레길'에서 시작해 '요가' '곶자왈 산책' 등의 정주형 체험 프로그램을 강화했고, 강원도 양양에선 모 가구 브랜드가 '워크온더비치(WORK ON THE BEACH)'라는 캠페인 아래 자사의 B2B회원과 고객을 대상으로 업무공간과 서핑프로그램을 함께 제공하기도 했다. 

 미 보스턴의 켄달스퀘어의 한 모퉁이를 이식 한듯한 공간 (플레이스 캠프 제주)
 미 보스턴의 켄달스퀘어의 한 모퉁이를 이식 한듯한 공간 (플레이스 캠프 제주)
제주 플레이스 캠프에서의 저녁
제주 플레이스 캠프에서의 저녁

국내 제약기업중에는 스마트워크플레이스을 도입에 발빨랐던 대웅제약도 21년 2월에 인도네시아 발리에 코워킹스페이스를 직접 오픈, 수영장 외 요가, 복싱, 무에타이, 서핑등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중이다. 

대웅제약이 운영하는 BWork 발리, 네트워킹 행사 (출처: B@Work 인스타그램)
대웅제약이 운영하는 BWork 발리, 네트워킹 행사 (출처: B@Work 인스타그램)

헬스케어 산업계 "더 나은 삶, 다 나은 미래"를 위한 워케이션
'워크 앤 라이프 발란스'에서 '워크 앤 라이프 하모니'로 전환

코로나19 이후 한국의 콘텐츠 파워가 디지털 세상에서 영향력이 커진 가운데 아시아에서 한국은 '머스트 비지트(Must-Visit)' 장소로 급부상하고 있다.

빡빡한 일상과 눈도장 찍는 출퇴근에 지친 한국 청년들은 일생의 한번이라는 '버킷리스트'보다 당장 일상에서 '워킷리스트'를 선호한다. 차세대 산업으로 각광받는 바이오 헬스 경제에서, 업무의 자발성과 임직원의 건강과 멘탈 헬스케어를 챙기는 '워크 앤 하모니' 프로그램으로 '워케이션'을 보다 진지하게 바라보았으면 한다.

4차산업혁명과 글로벌 ICT업계에서 스타트업계까지 먼저 패러다임이 된 워케이션은 이제 산업간 장벽을 넘어 바이오제약업계에서도 ChatGPT 등 새로운 AI플랫폼 패러다임 속에서, 실험실에서 인비보/비트로(In VItro, In Vivo)의 검증이 아닌, 집중력과 창의력이 요구되는 인실리코(In Silico)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다가서는 바이오 스타트업에게는 확장된 선택지가 될 것이다.

개인적 선호에 근거한 '워케이션'은 향후 근로자의 만족도 및 업무 효율 제고, 지역 경제 활성화 등 ESG적인 명분 외에도 자발적 팀 빌딩과 능동적인 업무 프로그래밍 권한 부여로 중요한 '인재유치'수단이 될 것이다. 아직 국내 제약업계는 워케이션의 'W'도 생소하다는 기업도 많다. 보유 자산중 연수원을 '단체 패키지 숙박'이 아닌 지자체외 연계한 개방형 '개인 워케이션' 장소로의 전환도 추천한다.

ASCO같은 큰 전시에 참가했을 때 잠시나마 행사장 인근 해변에서 답답한 실험실과 루틴에서 벗어난 해방감을 느끼는 한국인 참관객을 만날 때가 있다. 빡빡한 전시 일정 속 숨구멍처럼 맞는 바다바람의 순간은 너무 짧다. 해변에서 오후에 조깅을 즐기는 현지인처럼, 부산바다, 강원도 양양바다를일상으로 머물며 일하는 행복을 길게 누리고 싶어진 이유다.

미 시카고 ASCO 전시장 인근의 해변
미 시카고 ASCO 전시장 인근의 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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