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환자-디지털 디바이드에 대한 고민부터

*글=이병일 (주)닥터온 대표

메이요클리닉 *필자제공
메이요클리닉 *필자제공

몇 해 전 미국 플로리다주에 소재한 메이요 클리닉(잭슨빌)을 방문했을 때다. 병원 로비 환자 대기실에서, 눈에 띄는 오래된 '종'을 하나 발견했다. 의사가 앞의 환자의 치료를 마치고, 다음 환자를 맞을 준비가 되어 있음을 의료진과 대기환자에게 알리기 위해 종을 3번 치던 의식(Ritual)을 수행하던 종이라고 했다. 기다리는 환자의 여정(Patient Journey)에서는 '희망'을 전하는 소리이자, 치료를 위해 수고한 의료진의 노고에 '존경'의 가치가 병원의 오랜 문화로 자리잡았고, 이제 '소중한 유산(Legacy)'으로 남아있었다.

30년째 미국 최상위 병원으로서 명성을 지킨 메이요 클리닉의 슬로건은 '환자의 필요를 최우선으로 한다(The Needs of the Patient Come First)'이다. 환자의 수요 중심으로 모든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원칙을 내세우며, 호텔식 대기실은 독특한 동선을 자랑했고, 호텔의 의료 코디네이터는 리셉셔니스트처럼 접수부터 퇴원까지를 밀착 안내했다. 경제적으로 유복한 지역 어르신을 주로 상대하는 지역 최고의 고급 프리미엄 병원이기에, 말그대로 '프리미엄 밀착 서비스'가 구현되어 있었다.

 

시스템 중심의 대중화

이제 한국의 병원 대기실은 디지털 스크린 속 환자 번호 알림서비스와 전자 벨소리로 대치되었다. 건강검진센터는 손목에 무선주파수식별태그(RFID)를 주고, 대기시간이 가장 짧은 검사장을 '환자가 알아서 가도록' 안내하고 있다. 혈압이나 혈당, 심전도(ECG) 같은 기저질환과 관련해 병원이나 보건소에서 측정하던 장치는, 병원밖에서 손목시계와 가전제품으로 무장해 '스마트'한 사람을 찾으며, 웨어러블/IOT 시대를 예고하며 '규제혁신'을 외치고 있다.

수요자 중심 요구(On Demand)서비스가 강한 한국은 대중식당에서도 손님이 먼저 종업원을 찾는 '테이블 벨 서비스에 익숙하다. 이 서비스는 유럽과 동남아에까지 '한국식 서비스'로 수출되었다. '빠른 요구' 문화는 최근 코로나19 사태와 함께 시내 번화가와 오피스 타운의 식당과 카페에 입장할 때 키오스크 주문-결제와 스마트폰 앱 알람 서비스가 결합된 '언택트(Untact)' 서비스로 가속화 되고 있다. 오래전 오락용 '바보상자'로 불렸던 가정의 TV는 비로소 디지털 쌍방향 채널이 되어, 화상미팅 모니터이자, 유튜브 영상 학습용 디지털 칠판으로 변모해 '스마트 TV'로 변신하고 있다.

아시아 최초로 국제표준의료서비스(JCI) 인증을 받았던 태국의 범룽랏 국제 병원의 경우, 병원로비에 설치된 병원비 정산 키오스크를 사용하고 나니 공유택시인 그랩(Grap)과 연동되어 택시를 바로 타고 갈수 있게 되어 있었다. 싱가포르에서도 이미 '그랩'은 미국 샌프란시스코발 '우버'를 이기고 동남아 수퍼앱이 되어 택시앱에서 의약품 배달 업무 수행까지 하고 있다. 지난해 세계최대 모바일 전시회(2019MWC.스페인)에서는 QR코드를 휴대폰으로 스캔하면 처방약의 복용법과 주의사항을 가상현실 화면으로 보여주는 VR코드 서비스까지 인기를 끌고 있었다.

 

스마트 환자, 당면한 모바일 디바이드(Mobile Divide)

언택트 의료논의는 디지털 헬스케어에서도 질병 중심모델(Disease-centered Model)에서 환자중심모델(Patient-centered Model)로 모바일 헬스케어(mHealth)의 참여를 높여줄 것을 요구하지만, 모바일 디바이드(Mobile Divide)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점점 환자의 여정(Patient Journey)에서는 '세심함으로 챙겨주는 고급화'와 '신기술시스템을 통한 대중화'라는 패러다임 사이 간극이 격화되고 있다. 전문적인 건강정보 해독능력(Health Literacy)에 한계가 있어 애로를 겪는 일반 환자와 특히 고령화시대 중장년층에는 의료 정보의 격차(Information Gap)에 이어 ICT서비스 활용이라는 기술적 도전까지 소화하는 부담을 만나는 것이다.

휴대폰 서비스를 처음부터 접한 모바일 네이티브 세대는 정보검색과 전자이용에 숙련된 '스마트 환자'로 나타나 처방약의 성분명의 부작용까지 의료진에 상세히 묻고, 전세계 최고수준으로 수련한 한국의 전문의는 '행위별 수가제' 아래 한정된 시간에 가장 짧고 효율적인 설명과 함께 도대체 환자는 왜 의사의 말을 믿지 않을까 불만 또한 누적되고 있다.

반면, 전문적 의료정보에 소외되고 오랜기간 투병한 기저질환을 가진 고령의 만성질환자 경우 약한 자기효능감(self-efficacy)에 복약 사항, 질환별 주의사항도 쉽게 잊곤 한다. 사이, 병원로비 앞 키오스크에서는 노년층들이 "젊은이, 이거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하고 자원봉사자와 병원 스태프에게 도움을 구한다. 한 종합병원 로비에서 만난 할머니가 전자처방전 출력과 증명서, 정산 등에 도움을 구하고 마지막으로 잡아준 택시에 감사를 전한다.

 

환자를 위한 건강권과 '온택트'로서의 환자

"우리가 뭘 알어? 약국에서 알아서 약사 선생님이 챙겨줄 때가 좋았어."

한국에서 의약분업 사태는 밀레니엄과 함께 서기 2천년에 있었다. 의식주와 함께 또다른 '의(醫)'는 우리시대 삶의 4대 필수요소다. 선제적 예방적 의료에 대응하는 시대를 맞아 '건강권'에 대한 인식이 헌법적 가치로 부상하고 있다. 급변하는 환자 점접기술의 고도화, 정밀화 속에 제도는 뒤따라가는 상황, 코로나19의 공중보건위기대응 아래, 초유의 상황을 겪으며 환자도, 약사도, 의사도 모두가 당황스러운 변화에 "참고" 있다. 기술은 수단일 뿐이다. 본질은 대면이든, 화상이든, 전화이든 "빨리" "안심하고" "쉽게" "믿을 만한" 전문 의료진과 접속(On)하는 '인간 친화적인 온택트(Ontact)'로 수렴된다. 환자를 위한 최상의 의료행위를 위한 시스템적 지원이 모색될 뿐이다. 의료용 소프트웨어(Software as Medical Device, SaMD), 의료 빅데이터 공통데이터 모델(Common Data Model, CDM), 디지털 치료(Digital Therapeutics), 유전자 분석, 웨어러블 기술이 의료와 만나 융복합의 소용돌이 속에서 이해관계자간 '시장 장악'이라는 경제적 이득의 득실이 지나치다. 합리적인 수가적용은 정부와 의료기관이 해결할 복잡하고도 당면한 난제가 되었다. 실제 현장 적용에 있어서의 선택적 스펙트럼과 적응에 있어서 수반되는 시간적 숙성을 전혀 간과된 채, 단순히 이해충돌자의 입장이 되어, 기계적인 '시뮬레이션 모델'로만 과장된 결론 속에 갈등의 기제가 되는 상황이 유감스럽다.

 

의사선생님이 나선 '디지털 왕진'은 없을까?

"옛날엔 의사선생님이 왕진도 해 주셨어."

의료시설도 부족한 시절, 소외된 한 어르신의 기억이다. 정부는 올해 1월부터 1차의료 왕진수가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의료계 또한 환자와 직접적인 대면을 하는 동네 의사선생님(1차의료기관)과 의료 융복합산업적 활로를 찾는 연구중심의 종합병원(3차의료기관)사이 입장은 내밀히 다른 결을 가진다. 그 속에 대열에 동참 하지 못한 중·노년층이나 저소득층, 장애인 및 취약계층은 스마트폰 소외계층으로 전락하고 있어, 시범사업의 선제적, 선별적 적용도 요구된다. 거부감이 크다면 단계적 적용을 하면 될 것이다. 사이 간극이 크다면 '디지털 디바이드'의 최소화를 돕는 '리얼월드 현장 도우미' 프로그램을 운용하는 방식을 모색할 수도 있을 것이다.

코로나19로 전쟁중인 상황에서, 한국은 5월부터 WHO집행이사국 임기가 시작되었다. "모든 인류가 가능한 최고의 건강수준에 도달하게 한다"는 WHO의 목적이 대한민국에서부터 빛을 바라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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