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일 질병관리본부 기관생명윤리위원회 심의위원

5월 연휴 이후 6일부터 정부는 '생활 속 거리두기'로 일상 생활과 경제 사회활동을 영위하는 방역체계로 전환을 발표했다. 연휴 직전, 정부는 코로나19 대응 및 경제활력 제고를 위한 10대 산업분야 규제혁신 방안도 발표했다. 그러나 코로나19와 힘겨운 '사회적 거리두기' 전쟁에서 질병관리본부가 대 국민 메시지로 가장 많이 사용한 단어는 '당부'다. 보건의료 산업에서 비대면(Untact) 원격의료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COVID19 사태는 우리 시대가 겪는 새로운 '제 3차 세계대전' 같다. 디지털 헬스케어에 대해 국내외에서 국지전을 치러본 경험적 '당부' 3가지를 전한다.

첫째, 의료산업의 규제 테크놀로지(Regulation Technology)에 대한 이해다. 생명을 다루는 의료산업은 절차적 투명성과 객관적 타당성을 요구한다. COVID19 대응에서 세계로부터 한국이 인정받은 부분이다. '디지털 헬스케어'는 '디지털'이라는 혁신적 산업이 '헬스케어'라는 엄격한 절차를 검증받아야 하는 것이다. 한국이 실전에서 보인 빠르고 우수한 K-방역체계와 K-바이오 진단의약품도 글로벌 의료 프로토콜과 가이드라인을 처음부터 충족한 성과였다. 이번 정부의 규제혁신안 (정보통신부)은 의료데이터의 가명 처리된 정보활용의 경우 기관생명윤리위원회(IRB)의 심의 면제에 해당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모든 임상연구는 IRB의 심의를 받는 것이 기본적인 글로벌 규약이다. 연구자 이익 보다 피험자의 인권을 우선시한 글로벌 안전장치가 바로 기관생명윤리위원회(IRB) 설치와 심의이다.

다만, 호주나 스웨덴 등의 국가는 권역별 중앙 IRB제도를 통해 효율을 높이고 있어, IRB 운영의 효율화가 보다 바람직한 접근으로 여겨진다. 임상시험 대상자 보호프로그램(HRPP) 또한 글로벌 원칙하에 부차적으로 연계된다.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은 '규제과학'으로서 글로벌 규정과 가이드라인을 비롯한 제반 법률을 숙지하는 '규제기술(RT: Regulation Technology)'의 숙성이 필수적이다. 필자가 창업한 디지털 임상시험 지원앱의 경우도 전문 법률팀의 검토를 거친 후에도 전례가 없어 3년후 규제 샌드박스(Sand Box) 제도를 통해 공인 후 시장에 진입할 수 있었다. '디지털 헬스'는 아주 특정하고 좁은 영역이라도 제도와 현장 글로벌 규제 검증과 임상적 실증을 최우선으로 염두에 두고 접근해야 한다.

The REGTECH Book 중 Regulation Innovation and SandBox 부분. *사진=필자제공.
The REGTECH Book 중 Regulation Innovation and SandBox 부분. *사진=필자제공.

둘째, 모바일을 활용한 적극적인 개인의 자발적 동의(Informed Consent)다. 언택트 문화가 본격화되면 개인정보제공, 임상시험 참여, 수술동의, 처방전 확인, 보험 청구, 후속 서비스 연계 관련 제3자 정보제공 등 의료기관과 관계한 다양한 개인 접점에서 '개인의 동의'가 전제된 영역이 디지털 전환의 변곡점을 만나게 된다. 아울러, 개개인의 사생활과 직결된 의료데이터의 유출에 대한 민감성도 커지고 세분화된 인증과 보안에 대한 기술적 방어 요구도 높아진다. 이는 역설적으로 그만큼 '동의를 받는 시스템적 해결책'이 높은 경제적 부가가치를 가지는 것을 의미한다. 엄격한 EU의 일반 개인정보 보호법(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에서도 국가를 뛰어넘어 데이터 제한의 벽을 허무는 단일 경제권으로서 해결책은 바로 '개인의 자발적 동의'이다.

개인의 자유와 프라이버시를 우선시한 EU국가들이 구글, 애플, 아마존 등 미국발 글로벌 플랫폼 서비스에 장악된 것은 정교한 모바일 디바이스 인증 기술에 기반한 개인별 동의(Permission)때문이다. 특히 실명인증 기반 스마트폰의 네트워킹은 개개인에게 자발적 동의의 공인 절차 후 24시간 '온(On)'상태에서 의료진에게 위치(GPS)와, 식별화된 라이프 로그 데이터의 연동으로 현대의학에서 강조한 증거기반(Evidence-Based)의 기술적 모니터링과 사후 검증, 리뷰가 용이하다. 한국 ICT 기업들도 이 같은 '디지털 인증' 노하우에 있어 온라인 금융, 유통, 공공 서비스의 현장(Real World)와 결합된 통합과정에서 디지털 서명에서부터 정보접근권의 구분과 보안 노하우를 20년간 축적해 왔다.

2019 Dpharm(Boston) 중 화이자(Pfizer)의 디지털 임상시험 효율 제고를 위한 모바일 활용 사례. (*사진=필자 제공)
2019 Dpharm(Boston) 중 화이자(Pfizer)의 디지털 임상시험 효율 제고를 위한 모바일 활용 사례. (*사진=필자 제공)

셋째로, 개인의 이익 관점에서 데이터 권리(My Data) 제공 인식이다. 작년 가을 세계 최대 디지털 임상시험 컨퍼런스인 미국 디팜(Dpharm 2019)에 참여했을 때다. '임상시험의 고도화를 위한 파괴적인 혁신(Disruptive Innovations To Advance Clinical Trials)'의 주제 아래 IQVIA, Parexel 같은 글로벌 임상시험기업(CRO)부터, 노바티스, 화이자, 바이엘, 릴리 등 글로벌 제약사의 최고 디지털 책임자(CDO: Chief Digital Officer)들이 모여 활발히 디지털 혁신 사례를 논의했다. 제약사 마다 새 용어를 놓고도 '모바일 임상시험(Mobile Clinical Trials), 스마트 시험(Smart Trials), 버추얼/리모트 시험(Virtual/Remote Trials)' 등 주도권 경쟁이 느껴졌다. 그런데, 환자를 위한 혁신(Innovation for Patients)이란 부제처럼 디지털을 활용한 스마트 처방과 전달, 스마트 약물 투여(Dose)와 약물적/비약물적 중재의 전과정에 '참여자(또는 환자)의 이익' 논의가 집중되었다.

임상연구에서 효율은 '제시된 임상의료 제품/서비스의 빠른 참여'에 의한 '다수의 임상시험 결과를 통한 객관적 데이터'의 확보로 귀결된다. 이를 위해 참여자 개인의 이익에 있어 데이터 소유권, 이동권, 접근 열람권, 삭제권 소위 '마이 데이터(My Data)' 원칙이 패러다임을 주도하고 있다. 개인 데이터 역시 수집 및 보관한 기업의 이익 보다 개인의 이익에 우선적으로 쓰여야 한다는 것이다. 디지털 임상시험에 있어서도 리얼월드 데이터(RWD: Real World Data) 기반의 인공지능/머신러닝, 임상시험 사이트 매칭, 소프트웨어 및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관리, 데이터 분석과 쉐어링, 전자동의서(eConsent)와 ePRO(Patient Reported Outcome), IOT/웨어러블 테크놀러지와의 연동, 참여 보상비 결제 지원(Billing)부터 임상센터 방문 콘씨어지 차량(Mobility) 지원을 비롯한 개인 참여제고 툴킷(Engagement Toolkit) 등 피험자가 참여하는 임상현장의 전 여정(Patient Journey)에서 개인 모바일 장치와 플랫폼이 만나는 스퀘어 임팩트로 하이터치의 불길이 붙었다. 23AndMe, AICure, XCures , Science37등 신흥 기업부터 오라클, 마이크로소프트의 헬스사이언스 리더들, 메디데이터 등 전문기업들이 '파괴적 혁신'과 서비스 공급망의 합종연횡을 여러 의과대학 임상팀과 '신중히' 논의하며 서로 개인의 편익에 부합하는 '기준'과 '표준'적인 대안이 되고자 애쓰고 있다.

문제를 회피하고자 할 때는 '핑계'를 찾고, 해결책을 찾는 이는 '방법'을 모색한다고 한다. 한국은 전국민 의료보험 제도하에서 우수한 의료진이 포진한 병의원이 생활 가까이에서 의료문제를 충족시켰기에 '디지털 헬스'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않았다. COVID19로 인해 대두된 비대면 의료시스템의 고도화는 의료수가의 논쟁이 잠재한 민간의료영역(90%)보다 공공성이 강한 응급외상의료나 신종감염병 같은 공공의료의 영역(10%)에서 먼저 롤모델을 만드는 것이 권장된다.

'디지털 헬스케어', 극과 극은 서로를 끌어당기는 강력한 인력을 가지는 패러독스가 있다. 정교하고도 비현실적이라고 전세계가 놀란 한국의 시스템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그리고 가장 진입장벽이 높은 휴먼웨어까지 축적되어 위기상황에서 빛난 소중한 대한민국의 인프라다. 이미 한국은 세계 최고의 스마트폰 보급율(95%)로 이스라엘(88%)을 크게 앞지른다(PRC.2018).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 중 삼성전자는 광혈류측정(PPG)기반의 혈압측정 기능이 탑재한 스마트워치를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앞서 한국의 벤처기업 휴이노는 시계형 웨어러블 심전도 기술로 '애플워치4'의 리써치킷 탑재보다 3년 앞서 FDA 승인을 받은 바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에서는 드라마틱한 영웅은 없다. 세계에서 가장 먼저 시작된 5G 인프라 아래 심혈관계 임상연구의 효율 제고와 만성질환과 관련한 학술적 성과도 기대한다. 실전에서 검증된 이가 곧 프로페셔널이다. 실전 임상현장에서 우리가 인내하고 감내한 노력이 우리를 넘어서 세계적인 '혁신'과 '검증'의 가이드 라인이 되는 특별한 상황을 맞았다. 그동안 선진국의 신기술 '테스트베드'로 선호되던 대한민국이, 이제 실전에서 입증된 새로운 '롤 모델'로 융합적으로 나서주길 의료전문인과 ICT전문가들에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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