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과 마찬가지도 쟁점은 부당이득·제조물책임

2018년 시작된 고혈압치료제 '발사르탄' 불순물 함유 문제와 관련, 제약업계와 정부가 책임 공방을 벌이는 소송이 내년 1월 '두 번째 결론'을 맞는다.

1심과 마찬가지로 불순물이 들어간 약으로 ① 제약회사들이 부당이득을 취득했는지 ② 제조물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가 판결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여 판결에 관심이 모아진다.

서울고등법원 제27민사부(다)는 9일 오전 대원제약 외 33개사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의 마지막 변론 기일을 진행했다. 11월 11일 변론에 이어 한 달만에 열린 것으로 업계는 9일 변론이 마지막이 될 것으로 예상했었다.

정부 측은 "(발사르탄의) 기준치 초과는 일부에서만 나온 것으로 설계와 제조 상 결함이 있다"며 "NDMA는 (세계보건기구가 지정한) 2A급 발암물질로 식약처가 사태 이후 빠르게 이를 검출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기술 수준이 없었다고(낮았다고) 하기 보기 어렵다"고 포문을 열었다.

또 "불순물 검출 당시 발사르탄 관련 규제가 없다는 이유를 제기하지만 규제는 기술을 뒤따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새 약은 앞으로도 면책사유가 생긴다는 것인데 이런 논리는 인정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펼쳤다.

정부 측 변호인은 "(제조물 책임이라는 것은) 만들어낸 것의 위험성을 부담한다는 위험책임이니만큼 면책 규정은 엄격하게 적용돼야 한다"며 "상식에 비춰봐도 이로 인한 이익을 얻은 사람이 (책임을) 부담하는 것이 맞다. 건강보험 재정으로 부담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제약업계 측 변호인은 "약사법 및 관계법령을 준수해 허가받은 대로 만들었다. 해당 사건 의약품은 (규정상) 결함이 없었다. 엄격한 기준으로 제조됐으며 제조 당시에도 약전에도 발사르탄 규격 내 (불순물의) 검출 및 시험법은 없었다"며 반박했다.

여기에 NDMA 등의 검출량 조사에서도 그 양이 적었으며 안전성을 해할 만한 수준 미만이었다는 점을 들며 제약사의 위험방지 조치를 취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웠으니 의약품 결함은 인정될 수 없다는 점으로 맞섰다.

더욱이 품목허가 기준을 넘어서 독자적으로 불순물을 검출 및 조치하는 것은 기대할 수 있는 가능성을 넘어서는 것으로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에서 혹여 가능성이 있었다고 해도 정부가 이를 알지 못한 이상 면책이 적용될 수밖에 없다고 제약업계 측은 밝혔다.

제약업계 측 변호인은 "제약사들은 (발사르탄 사태로) 많은 피해와 손실을 겪고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재판부는 양 측의 입장을 모두 듣고 이들이 남긴 마지막 서면자료와 의견서를 확인한 뒤 내년 1월 13일 해당 건을 판결하기로 했다.

특히 재판부가 이번 소송의 쟁점으로 삼았던 부분 중 업계와 정부 양 측이 강하게 다퉈온 제조물 책임과 이로 인한 부당이득 여부가 이번 소송의 결론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번 사건은 2018년 국내 발사르탄 제제 내 세계보건기구(WHO)가 기정한 2A급 발암유발 가능물질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가 검출되면서 시작된다. 당시 당국은 선제적으로 이들 제제의 판매를 제한하고 검출되지 않은 타 약제로 재조제를 유도했다.

이듬해인 2019년 정부는 이후 제약사에게 재처방 및 조제 등에 따른 구상금을 청구했는데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제약사에게 이에 따른 비용을 지불하라는 입장을 전했고 이에 반발한 제약사가 소송을 제기하게 된 것이다.

더욱이 그 뒤로 이어진 라니티딘 등을 비롯한 여러 문제에서 불순물 함유 사태가 연이어 벌어지면서 이번 소송은 '제약사도, 정부도 몰랐던 불순물 문제의 책임'을 누가 지어야 하는가를 결정지을 하나의 시금석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제약업계의 주장에도 1심 재판부는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33개 제약사는 서울고등법원에 항소를 제출하며 2심을 에고했다.

특히 2심 과정에서 공단은 앞서 나온 주장과 함께 일부 제약사가 검출을 알았음에도 해당 품목을 판매했다는 점 등을 들며 공격에 나섰고 제약업계 역시 문제가 없는 품목을 다시 판매했다는 점을 들며 맞서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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