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터뷰 | 장덕규 건보공단 법무지원실 변호사

무한경쟁은 법조계도 예외가 아니다. 변호사로 전문성을 쌓고, 나아가 공익성까지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싶었다. 유망한 헬스케어 분야에서 시작해 자신만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도 생각했다. 그렇게 국민건강보험공단 법무지원실에서 10년간 다양한 소송을 수행한 장덕규 변호사를 히트뉴스가 만났다.

 

변호사로 건보공단에 입사하셨어요.

흔하지 않은 결정일텐데 이유가 무엇인가요.

"처음부터 공단에 입사한 것은 아니고, 사법연수원 수료 직후에는 로펌에 취직을 했어요. 당시 가지고 있었던 직업적 고민이 두 가지가 있었는데 하나는 전문성, 나머지 하나가 공익성이었어요.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전문가가 되고 싶었고, 공공기관이나 공직에 있으면 그 두 가지를 다 잡을 수 있을 것 같았죠. 때마침 공단에서 모집 공고가 나서 입사하게 됐어요. 헬스케어는 당시에도 유망한 분야였고, 시장도 커지고 있었어요. 헬스케어 산업에 관하여 쌓을 수 있는 전문성에 대한 기대도 공단에 들어오게 된 이유인 것 같아요."

 

공단 10년인데, 기억나는 소송이 있으시겠죠. 

"소득월액보험료 대법원 상고심이 생각이 나요. 배당소득이 많았던 직장인이 공단을 상대로 소득월액 보험료 부과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고 원고 승소로 판단한 원심을 대법원에서 뒤집은 건이에요.

소득월액보험료가 처음 생겼을 때였고, 매월 바로바로 월급에서 보험료를 납부해 온 직장가입자에게 작년 수입에 부과되는 소득월액 보험료 제도는 낯선 개념일 수 있었죠.

새로 도입된 보험료인 만큼 조세저항이 있었고 하급심 법원도 낯선 제도에 대해서 위법하다고 판결을 내렸었는데, 대법원에서 제도의 합리성과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어필해서 판결을 뒤집었어요.  

사무장병원에 관련된 공단 최초 승소 사례도 있어요. 수사단계에서 검찰로부터 무혐의처분을 받은 사무장병원에 대해 처음으로 행정법원의 환수처분 취소소송에서 승소했어요. 아무리 봐도 사무장병원이 확실하다 싶어 다양한 방법으로 사실관계를 입증하는데 주력했죠. 이사장님 표창도 받았어요. 

최근 생각나는 건은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 관련 환수협상 명령 집행정지 인용을 막은 거에요. 협상명령 자체가 행정쟁송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어요. 임상재평가가 실패하게 되면 건보재정 손해가 막대할 텐데, 집행정지 신청이 모두 기각, 각하되어서 건보재정 절감에 기여한 것 같아요.

그 외에도 공단의 약제비 소송 전담, 요양급여내역 수사기관 제공 위험 확인 헌법소원, 요양기관 부당이득 환수처분 취소소송 등 다수를 수행했어요." 

 

이력을 보니, 제약 관련 소송도 많이 맡으셨어요.

몇 년 새 제약사 소송이 급증한 것 같은데, 이유가 있을까요?  

"우선 개인적 의견임을 전제하고, 저는 이유를 3가지 정도로 보고 있어요.  제약사를 포함해 국민들의 권리의식이 늘었다는 게 첫 번째 이유에요. 과거에는 이른바 관에서 정책을 펴고, 어떤 일을 한다고 했을 때 저항이 많지 않았어요. 대항을 하지 않았다고 표현할 수 있겠네요. 이제는 사회 전반적으로 상대가 정부라고 하더라도 권리를 찾겠다는 의식이 강해진 것 같아요. 

그리고 두 번째로는 행정소송 법리가 많이 발전한 것이 한 가지 이유라고 봐요. 최근 증가하는 약제 관련 소송은 대부분 복지부나 식약처를 상대로 하는 행정소송인데, 관련법리가 발전하면서 행정소송을 제기해 볼 수 있는 범위가 넓어졌어요. 이를테면 행정청의 '고시'는 원래는 행정소송의 대상이 될 수 없지만 복지부의 약가인하 고시는 제약사의 권리의무를 제약하는 처분으로 행정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온 후에 약가소송의 길이 열린 것 처럼요.

그렇게 보면 콜린 협상명령에 대한 최근의 행정소송이 대상적격이 없다는 이유로 각하되고 있는 것은 공단 입장에서는 다행스러운, 주효한 점인 것 같아요. 

마지막 이유로는 시장이 커졌어요. 제 기억으로 2000년대 초반에만해도 건강보험 약품비는 6~7조원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24~25조원이에요. 과장되게 보면 1년에 1조원씩 커졌는데, 이렇게 커지는 시장이니 로펌이 개입하는 일이 많아진 거죠. 콜린 제제, 불순물 구상금 사례를 봐도 로펌에서 설명회를 열잖아요. 집행정지가 인용돼 일정기간 약가가 유지되면 회사도 로펌도 나쁘지 않은 거죠." 

 

약제관련 소송을 더 여쭤볼게요. 조프란과 온다론 역지불합의 관련 소송에서 승소 경험이 있어요. 최근 공정위 과징금 처분을 받은 아스트라제네카와 알보젠 담합건도 손해배상 청구 가능할까요? 

"당시 소송에서 쟁점은 크게 두 가지였어요. 조프란의 특허가 안 끝난 상황에서 역지불합의를 하였는데 이를 두고 공단의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있느냐가 첫 번째였고, 두번째 쟁점은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본다면 손해액이 얼마냐였어요. 

저희는 특허와 무관하게 역지불합의로 인해 약가인하가 늦어졌다는 점을 강조했어요. 손해액에 관해서는 공정위가 과징금을 산정한 경제분석보고서를 바탕으로 손해액을 주장했죠. 1심은 공단 주장을 전부 인정하여 승소 판결을 받았는데요, 2심에서는 경제분석보고서의 효용가치를 두고 열심히 다투게 됐어요. 

약제는 약가가 정해져 있다보니 특이하게 가격경쟁이 안되고 점유율 경쟁만 되는거에요. 결국 경제분석 감정을 두 번이나 했지만 손해액 산정에 대한 뚜렷한 가이드가 없었고 조정으로 끝나버렸죠. 

아스트라와 알보젠 케이스도 유사성이 있기 때문에 공단의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할 것 같고, 특허만료 약제에 대한 것이기 때문에 소송을 하게 된다면 전 보다 공단 측이 조금 더 유리할 것으로 보여요."

 

발사르탄 NDMA 손해배상 소송도 담당하셨어요. 모두의 예상을 깨고 1심에서 승소했는데, 어떤 점에 주력해 변호하셨는지, 2심이 진행 중인데 결과를 어떻게 보시나요. 

"소송 전에는 내부적으로도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한 고민이 많았어요. 더군다나 식약처가 국내의 복약 환경을 고려할 때 인채 위해 우려가 거의 없다는 발표까지 한 터라서 승소가 쉽지 않을 것으로 봤었죠. 

하지만 소송이 진행됐고 주사위는 던져졌으니 승소할 수 있는 전략을 세워야 했죠. 저는 기형아를 출산하게 된 탈리도마이드 사건을 인용했는데, 당시에는 문제가 없고 안전하다고 발표된 의약품이지만 의약품의 약해는 아무도 예상할 수 없기 때문에 그 책임은 엄격하게 물어야 한다는 점을 주장했어요.

그리고 의사 처방에 의해 복용하는 전문약인데, 의학적 판단에 의해 재처방·재조제를 할 수 밖에 없고 이에 따라 공단의 재정이 투입될 수 밖에 없다는 점도 강조했죠.  

발사르탄 성분 의약품에는 결함이 존재하고, 제약사들에게 면책사유가 없다는 것, 또 환자는 제약사에게 제조물책임법에 따른 손해배상청구권을 가지고, 공단은 환자가 제약사에 대해 갖는 손해배상청구권을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대위할 수 있다는 게 모두 인정됐어요.  

발사르탄 소송은 불순물 관련 첫 케이스여서 양쪽이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죠. 항소심이 진행 중이에요. 불순물에 대한 식약처 관리감독이 강화되기는 했지만 어떤 약해사고가 발생할지 모르잖아요. 의약품에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을 누가 져야 하느냐, 제품을 판매해서 이익을 얻은 제약사가 책임을 지는 것이 합당한게 아닐까라고 생각합니다. 복지부와 공단입장에서는 이 같은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고요."

 

제약업계가 주목한 '약제비 환수환급법'이 계류중이죠.

복지부는 환급하는 방향으로라도 개정을 하려고 하는데요.

"음… 약가고시에 대한 집행정지는 일반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와는 좀 다르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일반적인 영업정지 처분을 예로 들면, 한 식당이 문제가 있어서 2주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어요. 식당이 2주간 문을 닫으면 이후에 다시 영업을 해도 손님 발길은 끊어져요. 그렇다면 추후에 소송을 통해 영업정지 처분이 위법하다는 점이 확인되더라도 손해를 회복할 수 없기 때문에 집행정지부터 하고 소송을 진행하는 것이 합리적이죠. 집행정지는 이와 같이 일반적으로 당사자의 권리, 의무가 제3자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 처분을 전제로 만든 제도에요.

하지만 약가인하 처분은 달라요. 약가인하 집행정지가 결정되면 손해는 재정을 담당하는 공단이 보게되는 구조에요. 제약사는 집행정지가 인용되면 편익은 큰데 손해볼 게 없죠. 

이런 불합리를 해소하기 위해 환수환급법이 의원입법 됐지만 법사위에서 주저 앉은 상태죠. 제약사가 신청한 집행정지가 인용되는 이유는 본안소송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게 커요. 복지부가 환급을 해주겠다라고 하면 재판부는 굳이 집행정지를 받아줄 이유가 없을 거에요. 그런데 환수를 포기하고 환급만이라도 해주겠다고 하는 복지부의 시행규칙 개정도 법제처에서 진척이 없어요.  

약제비는 계속 늘어나고, 초고가 약들이 급여권으로 많이 들어오는데 반면 집행정지로 불필요한 재정 손실이 발생하는 상황이죠. 현행 제도 하에서 제약사의 권리행사가 위법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개인적으로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어요."

<약력>

사법연수원(2011. 3. ~ 2013. 1.)
법무법인 유원(2013. 1. ~ 12.)
국민건강보험공단 법무지원실(2014. 5. ~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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