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 
배진건 이노큐어테라푸틱스 수석부사장

인류기원설 Out-Of-Africa로 보면 'HLA-A24'에 눈길 가
HLA는 사람이 가진 유전자 중 다형성 가장 심한 유전자
현 시점서 말할 수 있는 것은 '개인 면역증강 노력" 중요

 

Out-Of-Africa

 

왜 아시아 국가들의 코로나19 사망률은 서유럽과 북미에 비해 현저히 낮을까?

배진건 우정바이오우신클 심의단장
배진건 우정바이오우신클 심의단장

면역 체계는 인체를 외부의 위험한 침입자로부터 방어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바이러스 같은 침입자나 암세포 같은 이물질로부터 인체를 방어하기 위해 면역 체계는 무엇이 인체에 속하는지(자기), 무엇이 그렇지 않은지(비자기 또는 이물질)를 구별할 수 있어야 한다.

항원은 면역 체계가 인식하여 면역 반응을 자극할 수 있도록 하는 물질이다. 항원이 질병을 유발할 수 있는 위험한 것으로 인식될 경우 인체의 면역 반응을 자극할 수 있다. 항원은 세균, 바이러스, 다른 미생물, 기생충 또는 암세포 내부나 표면에 포함될 수 있다. 

항체(면역글로불린)는 B 세포라는 백혈구에 의해 생성되고 침입자의 항원에 단단히 결합하여 침입자를 공격 대상으로 표시하거나 직접 중화하는 단백질이다. 우리 몸은 수천 종의 서로 다른 항체를 생성하고 각 항체는 주어진 항원에 특이적이다.

사람에서 조직 적합성을 결정짓는 단백질을 '인간백혈구항원(human leukocyte antigen, HLA)'이라고 부른다. 주요 조직 적합 유전자 복합체(MHC)는 '인간백혈구항원'과 같은 말이다. 조직이 적합하면 장기이식 성공률이 높기 때문에 이식을 하기 전에 기증자에게 수혜자의 조직형 즉 HLA를 검사하게 된다.

HLA는 사람이 가진 유전자 중에 다형성이 가장 심한 유전자이며, 종족간에 항원, 유전자, 일배체형의 분포에서 특징적인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류의 기원은 가장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는 'Out-Of-Africa'라는 말로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기원설의 발상지인 아프리카를 가장 왼쪽에 놓으면 인류 이주경로의 추정도는 북극이 가장 먼 지역에 속한다.

A*2402 유전자가 가장 많이 발현된 종족이나 지역을 보면 북극에 가까운 유픽(Yupik)과 그린랜드, 파푸아 뉴기니아, 타이완 원주민들이다. 남동부 아시아인들(Southeastern Asia)에게도 상당히 많이 발현되었다. 유라시아도 그 다음이고 북아프리카나 케냐가 조금 발현된 지역이고 아프리카는 거의 없다. 그렇기에 A*2402는 'Out-Of-Africa'를 잘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의 유전자 중 하나이다.

코로나19를 둘러싼 미스터리 중 하나가 왜 아시아 국가들의 코로나19 사망률은 서유럽과 북미에 비해 현저히 낮을까? 하는 질문이다. 2020년부터 전세계 과학자들이 이 수수께끼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고심 중이다. 바이러스 확산에 대한 대응 속도, 유전적 차이, 바이러스 변이, 비만율 등 여러 요인들이 꼽히고 있지만 명확한 답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여러 이론들이 만들어졌다.

그 중 하나가 아시아 국가들의 높은 결핵 백신(BCG 백신) 접종률이 영향을 줬다는 주장이다. 이 백신이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을 증강시키는 데 도움이 됐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일본과 프랑스의 BCG 백신 접종률은 거의 비슷한 것으로 알려져 있기에 결핵 백신은 아닌 것 같다.

하버드 의대 역학 학자인 메간 머레이는 '사람의 장에 존재하며 면역력을 조정하는 수조개의 박테리아'가 지역별 사망률 차이의 원인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서로 다른 음식을 먹은 집단은 다른 장 내 미생물을 갖게 되고, 이것이 면역력의 차이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주장도 모든 것을 마이크로바이옴으로 설명하려는 편견이 담겨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2018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인 일본의 면역학자 혼조 다스쿠(本庶佑)는 아시아와 유럽인들은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계의 대응을 조절하는 유전자인 백혈구 항원(HLA)에 차이가 있다고 말한다.

특히 작년 말 일본 내 코로나19 중증과 사망 사례가 다른 나라 대비 적은 배경의 이유를 밝힌 연구가 관심을 끈다. 12월 10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 이화학연구소는 일본인의 약 60%가 보유한 백혈구의 HLA-A24(A*2402)가 코로나19의 중증화를 예방할 수 있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결과는 ‘네이처’의 자매지인 12월 2일자 '커뮤니케이션스 바이올로지'에 'Identification of TCR repertoires in functionally competent cytotoxic T cells cross-reactiveto SARS-CoV-2'라는 제목으로 발표됐다.

연구 결과 감기 면역세포를 지닌 HLA-A24 유전자를 보유한 사람들은 세포가 코로나19에 감염됐을 때 'QYI'를 시작으로 하는 9 mer 펩타이드가 발현되어 '킬러 T세포'를 증식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과거 계절성 감기에 걸렸던 사람이 코로나19에 감염되면, 체내에서 자고 있던 킬러 T세포가 신속하게 증가해 감염 세포를 억제할 가능성이 있다"라며 "이 킬러 T세포는 감염 세포를 파괴해 중증화를 방지한다"고 주장한다.
 

연구진은 HLA-A24 타입을 가진 인구 비율이 일본은 60% 정도지만, 유럽과 미국의 경우 10~20% 정도에 불과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한편으론 대한민국의 HLA-A24 타입을 가진 인구 비율은 40%이다. 그렇기에 연구자들의 주장처럼 일본인 특유의 체질적 요인만은 아니다.

미국 뉴욕대 의대 삼라찬나 아드히카리 교수 연구팀은 미국의 백인들과 유색 인종들의 코로나19에 대한 반응을 조사한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미국의사협회지(JAMA) 네트워크 오픈' 2020년 7월 28일자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미국 도시 158개 지역을 대상으로 지역별 코로나19 감염률과 치명률을 분석했다.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각 지역의 보건당국 데이터를 활용했다. 2018년 미국 인구조사를 근거로 소득 수준과 코로나19 감염률과 치명률과의 상관관계도 조사했다. 조사 기준일은 2020년 5월 10일로 당시 미국 내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137만4087명, 사망자는 8만2939명으로 확인되었다.

연구팀은 "소득 수준에 따른 감염률이나 치명률 차이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인종별 차이는 여전히 유지되는 것에 놀랐다." 다른 무엇보다 인종별 유전자 차이가 분명히 존재한다는 결론이지만 '구조적 인종차별'로 쓴다. 미국에서는 '인종별 (유전자) 차이'가 거의 금기어이기 때문이다. '구조적 인종차별'이란 이해하기 어려운 말보다는 아프리카 기원설, 'Out-Of-Africa'의 발상지인 아프리카 출신 흑인과 백인의 HLA-A24 유전자 발현의 차이가 더 쉬운 설명은 아닐까?
 
타이완이란 지역이 특별하다. 지난해 12월 21일까지 타이완과 한국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대비는 1만6816명 대 57만5615명이다. 타이완의 2021년 추정인구는 2345만 명으로 5170만 명인 한국의 0.45배 정도인데, 확진자는 34분의 1에 불과하다.

더욱 놀라운 건 지난 7개월간 변화다. 모두 백신 가뭄에 시달리던 지난 5월 셋째 주 타이완의 주간 확진자(3390명)는 한국(4360명)과 별 차이가 없었다. 7개월 뒤인 12월 21주 대만의 확진자는 65명에 그쳤지만 한국은 4만7836명에 이르렀다. 대만은 지난 12월 21일엔 지역 감염 확진자 0명(해외 유입은 10명)을 기록했다.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이런 타이완의 좋은 코로나19 성적표 이유 중 하나가 타이완 원주민들의 높은 HLA-A24 유전자 발현이 요인은 아닐까?
 
면역 체계는 외부의 침입자로부터 인체를 방어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침입자의 항원에 단단히 결합하여 침입자를 공격 대상으로 표시하거나 직접 중화하는 항체는 백혈구의 B 세포에서 만들어진다.

결국 이런 면역 체계가 사람마다 다르기에 코로나19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한 백신의 부작용도 결국 개인의 면역 체계 차이라고 설명할 수 밖에 없다. 면역 체계를 높이는 'Life Style'을 어떻게 유지하느냐? 유전자의 차이가 존재하지만 결국 개인의 노력이 면역 증강에 더 중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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