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터뷰 | 묵현상 국가신약개발사업단 사업단장

"한미약품 등 다양한 신약개발 주체들의 노력 덕분에 국내기업이 빅파마를 비롯한 해외기업에 기술이전할 수 있는 물꼬를 텄습니다. 이제 기술이전을 넘어 빅파마와 공동개발 할 수 있도록 한 단계 더 나아가야 합니다."

'진리는 망망대해와 같다. 우리는 고작 바닷가에서 조개를 주워 기뻐하는 아이일 뿐이다.'라는 아이작 뉴턴의 명언을 읊조리며, 신약개발 생태계에서 국가신약개발사업단(KDDF)이 해야 할 일은 너무 많다고 말하는 묵현상 단장. 최근 학창시절에도 쓰지 않았던 일일 계획표를 세우며,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KDDF 업무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기술이전을 넘어 빅파마와 공동개발, 합작사 설립 등을 통해 블록버스터 약물 출시를 목표로 앞으로 10년 신약개발이라는 망망대해에서 닻을 올린 KDDF 묵현상 단장을 서울 마포 사무실에서 만났다. 

기술이전을 넘어 빅파마와 공동개발, 합작사 설립 등을 통해 블록버스터 약물 출시를 목표로 앞으로의 10년의 신약개발이라는 망망대해에서 닷을 올린 KDDF 묵현상 단장을 마포 사무실에서 만났다.
기술이전을 넘어 빅파마와 공동개발, 합작사 설립 등을 통해 블록버스터 약물 출시를 목표로 앞으로의 10년의 신약개발이라는 망망대해에서 닷을 올린 KDDF 묵현상 단장을 마포 사무실에서 만났다.

 

 #1. 10년 간 2조원 투입하는 KDDF 최종 목표는 블록버스터 약물 출시

선행사업단(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 대비 올해 출범한 국가신약개발사업단은 규모가 성장했습니다. 실질적으로 어떤 변화가 있나요?

연간 쓸 수 있는 정부자금이 330억원에서 1500억원으로, 약 5배가 늘었습니다. 쓸 수 있는 자본이 달라졌으니 이에 따른 목표와 방식에도 변화가 필요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달라진 목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지원 범위 △해외 벤치마킹 방식 측면에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선행사업단의 목표는 (우리보다 개발 혹은 연구 역량이 뛰어난) 기업에 라이선스 아웃을 10건 이상 하는 것이었습니다. 선행사업단에서 200억원 이상의 거래는 24건, 1조원 규모가 넘는 기술이전은 18건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했습니다.

올해 출범한 KDDF의 목표는 기술이전을 넘어, 우리가 개발한 품목들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등 글로벌 규제기관으로부터 4개 제품을 승인 받는 것입니다. 4개 제품 중 하나는 10억달러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는 블록버스터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입니다. 규제당국으로부터 승인을 받는 것과 블록버스터 제품을 출시하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10년 내 달성하는 길이 결코 만만치 않을 것입니다.

 

FDA 등 규제당국으로부터 승인을 받고, 최종적으로 블록버스터 약물이 되도록 돕는 일을 하기 위해선, 기존 연구개발(R&D) 과제 지원만으로는 부족할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예전처럼 좋은 과제를 선정해 연구비 지원과 함께 각종 임상을 위한 임상시험수탁기관(CRO)을 매칭해 주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RA(Regulartory Affair), MA(Marcket Access)에 대한 지원도 필요합니다.

또한 기초연구가 탄탄해야 개발도 탄력을 받을 수 있습니다. 사실 기초연구가 산업으로 넘어오는 허들이 높은 문제는 우리만 겪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선행사업단에서 통계를 내보니, 글로벌에서는 학계에서 산업계로 기술이 이전될 확률은 약 10% 였고, 한국이 5.4% 였습니다.

현재 우리나라도 기초과학을 위해 7조원 규모로 지원을 하고 있는데, 이중 약 1조원 정도가 신약개발과 연관이 있는 생명과학 분야입니다. 산업계로 이전되는 확률을 단순 계산하면, 약 500억원 정도의 기초연구만이 산업계로 넘어오는 것입니다.

해외에서도 이에 대한 고민이 크고, 신약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과 일부 유럽 국가들은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이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제가 주목한 해외 프로그램은 △ 미국의 스탠퍼드 SPARK 프로그램 △미국 국립 보건원(NIH) SBIR 프로그램(브릿지 프로그램) △영국의 라이프아크(LifeArc) 입니다.

 

해외 프로그램을 어떻게 벤치마킹하면 좋겠습니까?

궁극적으로 영국의 라이프아크로 모델을, 현 단계에서는 NIH 브릿지 프로그램을 채택할 계획입니다. 라이프아크는 영국의 KDDF와 같은 곳인데, 이곳에서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의 전임상과 1상을 맡아 진행한 뒤, 상업화를 위한 2상 이후는 미국 MSD가 진행했습니다. MSD에 넘기면서, 로열티를 받은 것입니다.

현재 전 세계 키트루다 매출이 7~8조원입니다. 라이프아크는 연간 MSD로부터 1조5000억원~2조원 가량의 로열티를 받고, 이를 토대로 올해는 정부 예산을 받지 않고 운영됩니다. 그동안 라이프아크에 배정된 예산은 옥스퍼드대학교와 캠브릿지대학 등 기초연구에 배정됐습니다. 라이프아크는 제 2의 키트루다를 찾기 위해 오로지 항암제 관련 과제만을 발굴하는 역할을 합니다.

NIH는 브릿지 프로그램을 통해 기초 과제를 받아 GLP 독성시험을 진행해 해당 연구기관이나 학교에 넘겨줍니다. 최종적으로 임상시험계획승인신청(IND)과 TPP(Target Product Profile)를 꾸려 학교에 제공하는 것입니다. 지난 9년 동안 NIH는 16개의 프로그램을 지원했습니다. 

라이프아크는 실험실(wet lab)을 보유하고 있어, 물질에 대한 권리를 완전히 사들여 연구 전반을 진행한 뒤, 원개발사에 이익분을 배당해 주는 형식입니다. 반면 NIH와 KDDF는 연구시설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물질 권리 자체를 갖고 오지는 못 합니다. 

 

KDDF는 어떤 식으로 이들을 벤치마킹하나요? 구체적인 사례가 있나요? 

선행사업단 때부터 약 4개의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우리는 물질에 대한 권리를 가질 수 없기 때문에, 일정 단계를 수행한 뒤 원개발자에게 돌려줍니다. 대표적으로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MRSA, Methicillin-resistant Staphylococcus aureus) 백신 개발 프로젝트가 있습니다.

주로 수술한 환자들이 MRSA 감염에 취약하기 때문에 수술 환자 접종을 목표로 개발을 진행 중입니다. 국내 환자는 37만4000명이고, 전 세계적으로 약 3000만명의 수술 환자에게 접종이 가능할 것으로 예측합니다. 부산대 약대에서 메커니즘 개념(Proof of Mechanism) 기초연구 데이터만 있었고, 선행사업단에서 비임상 CRO와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과 연결해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현재 유의미한 결과가 나와서, 올해 KDDF만 정규 지원 프로그램이 됐습니다. 향후 GLP 톡스를 지원할 계획입니다. 사실 이 프로그램도 처음에는 치료제 개발이 목표였다가, 임상의 조언에 따라 백신으로 개발된 것입니다. 의사들의 조언이 없었다면, 초기 연구부터 개발 전략을 짜는 데 어려움이 있었을 것입니다.

 

또 다른 사례는 톡신-안티톡신 항생제 개발이라고 들었습니다.

서울대에서 나온 프로젝트로, 박테리아의 톡신-안티톡신 시스템을 활용해 새로운 개념의 항생제를 개발하는 것입니다. 아직 초기 단계의 연구로, 이 연구가 약이 되려면 약 10년 간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봅니다. 톡신-안티톡신 기전이 갖는 △균주 선정 △환경 조건 △발현 여부 등에 대한 연구가 필요합니다.

연구의 시작은 생물학을 하시는 분들에 의해 발견됐지만, 약이 되기 위해선 물질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화학(chemistry) 팀을 연결해 드렸습니다. 합성과 SAR(Structure Activity Relationship)을 봐야 합니다. 약을 개발해도 입증해 나가야 할 MOA 등이 있기 때문에 생물학자와 유기적 연구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향후 최종 물질이 도출되면 KDDF에서 후보물질에 대한 과제 지원도 할 예정입니다.

 

KDDF 로드맵[출처=KDDF 홈페이지]
KDDF 로드맵[출처=KDDF 홈페이지]

 

 #2. 빅파마 라이선스 아웃을 넘어 공동개발로 

글로벌 규제당국에게서 승인을 받고 블록버스터를 만들려면 라이선스 아웃만으로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당장 국내 기업이 3상 임상을 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통계를 보면 3상 임상 기준, 평균 한국은 임상 참여자 1명당 3000만원, 미국은 6000만원입니다. 미국은 전체 인구가 3억2000명 정도로, 3상을 위해서 최소 3000명의 데이터를 요구합니다. 우리나라는 대략 300~500명의 데이터를 요구합니다. 이 금액은 물론 CRO 수수료 등 기타 제반 비용은 빠진 금액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3상 금액을 감당할 기업이 있나요? 정부 지원은 한계가 있습니다. 유일하게 글로벌 임상을 통해 허가 문턱은 넘은 SK바이오팜의 경우 비교적 질환의 특성상 다른 약제 대비 임상 비용 등을 줄일 수 있었습니다.

뇌전증의 경우 영업 부분에서도, 다른 만성질환과 달리 커버해야 할 의료진이 적었습니다. 미국에서 당뇨병 의료인이 약 45만명인 반면, 뇌전증 의료진은 1500명에 불과합니다. 뇌전증 영업사업 200명을 뽑아 충분히 커버 가능한 규모입니다.

결국 신약개발 경험과 자본이 부족한 우리는 빅파마와 어떤 형태로든 손을 잡을 수 밖에 없습니다. 이젠 기술이전을 넘어 공동개발(Co-development)로 나아가야 합니다. KDDF가 가진 글로벌 네트워킹을 기반으로 우리나라 기업이 빅파마와 연결될 수 있도록 'CPG(Co-development Partnering global) 프로그램'을 진행할 것입니다. 글로벌 파트너를 찾아줘, 공동개발로 10~15년 간 또 다른 성장 모멘텀을 마련해야 합니다.

 

빅파마의 반환이 언제든지 가능한 기술이전이 아니라, 공동개발을 위해선 더 엄격하게 데이터를 볼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신약개발 기업이 빅파마와 공동개발 할 정도로 연구 역량이 충분하다고 보시나요?

아직은 모든 회사가 역량을 갖췄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사실 역량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약을 끝까지 개발하겠다'는 의지입니다. 우리도 여러 초기 과제를 심사하다 보면, 이런 의지보다 단순 초기 임상 결과만 놓고 쉽게 기술이전을 논하는 기업을 종종 보게 됩니다. 이런 기업의 경우 물론 과제 지원을 하지 않습니다. 3상을 직접 자신들이 수행하지 않더라도, 약물의 승인을 목표로 초기 연구에 임해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향후 3상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해 주는 펀드 조성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글로벌제약블록버스터 펀드(가칭)로 약 1조원 규모로 펀성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회사가 아니라, 3상 파이프라인에 투자하는 것입니다. 현재 바이오경제학회에서 기획 중이고, 정부 10%, 유관단체 40%, 민간 50%가 출자할 수 있는 구조로 구상 중입니다.

 

KDDF가 그동안 해온 과제 지원 평가 기준에 변화가 있나요?

선행사업단과 큰 변화는 없습니다. △서면평가 △발표평가 △실사 △투자심의위원회평가 순으로 이뤄집니다. 투자심의위원회평가는 20년 이상 경력을 가진 과학자, 의사, 투자자, 글로벌 영업 담당자들이 모여 자유로운 디스커션 형식으로 결정합니다. KDDF가 추구하는 과제는 △탄탄한 과학 △개발 전략 △개발자의 의지가 중요합니다. 특히 확실한 시장 전략과 끝까지 개발할 의지가 있는 과제를 선호합니다.

 

KDDF가 그리는 오픈이노베이션 생태계. 
KDDF가 그리는 오픈이노베이션 생태계. 

 

 #3. 공동개발 시작으로 합작사, 그리고 미국법인 제약사로 

좀 더 큰 담론으로 국내 신약개발 생태계를 이야기 해 보려 합니다. 앞서 빅파마 공동개발에 대한 이야기의 구체적인 전략을 좀더 듣고 싶습니다.

우선 우리가 탄탄한 과학을 기반으로 1상 혹은 2A상까지 수행하고, 임상 2B상부터 대략 임상 비용의 30%는 우리가 부담하고, 나머지 금액을 빅파마가 부담해 공동개발하는 방식을 생각해 봤습니다. 아직 글로벌 CRO도 제대로 통제하지 못 하는 대부분의 국내 기업이 3상을 수행한다는 것은 일정 부분 어려움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전과 달리 단순히 물질에 대한 권리를 넘기는 것이 아니라, 빅파마와 공동개발을 해서 그들의 경험과 자원을 학습할 기회를 가져야 합니다. 이렇게 공동개발을 통해 어느정도 학습을 마치면, 합작사를 만들 수 있습니다.

다케다와 애보트는 1977년 미국 TAP(TAP Pharmaceutical Products)을 합작으로 설립했습니다. 당시 전립선암 치료제 '루프론’(Lupron)'과 소화성 궤양 치료제 '프레바시드(Prevacid)'를 FDA에서 승인 받았지만 미국 유통망이 없었던 다케다는 판매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이를 애보트와 합작사를 통해 코마케팅 전략으로 해결할 수 있었고, 다케다는 이를 통해 미국 유통망에 대한 학습을 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 일본 직원 150여명이 파견돼 미국 제약 유통 구조를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미국의 시장을 이해한 다케다는 글로벌 회사로 도약할 수 있었고, 이후 유럽 등으로 진출해 샤이어 등을 인수하며 현재 세계 7위의 제약사로 도약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도 공동개발을 시작으로 향후 이런 단계를 밟아 나가야 합니다.

 

우리나라에 다케다와 같이 성장할 만한 회사가 있을까요?

지난해 기준 국내 제약회사와 매출과 연구비를 살펴봤습니다. 이를 기준으로 선진시장으로 진출이 가능한 회사는 대략 유한양행, GC녹십자, 한미약품, 대웅, 종근당 등이 있습니다. 연구자금유입모델을 통해서 신약개발로 체질개선이 가능한 곳은 동아, 일동제약, 중외제약 등이 있습니다. 이들 회사가 빅파마와 공동개발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봅니다. 물론 신약개발 벤처들도 상장 공모 자금이나 벤처캐피털(VC) 자금으로 이제 공동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20년간 다양한 형태로 신약개발 생태계에 몸 담으셨는데요, 신약개발 생태계가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 빅파마 공동개발 외에 무엇이 더 필요하다고 보시나요? 

생태계 측면에서는 많은 것이 갖춰지고 있습니다. 정부와 업계의 노력이 컸습니다. 물론 글로벌 신약개발을 기준으로 보면, 아직 가야할 길은 멉니다. 하지만 미국도 100년 넘게 해 온 일을, 이제 20년이 된 우리나라가 단숨에 따라잡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국내 신약개발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축은 금융시장이라고 봅니다. 금융시장이 신약개발 생태계를 발전시키는 데 중요합니다. 이런 측면에서 투자자들이 회사를 보는 안목이 높아져야 하며, VC가 제대로 된 회사를 선별해 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산업이든 거품으로 성장합니다. 거품이 있어야 자금이 유입되고, 유입된 자본으로 산업은 성장합니다. 다만 2000년대 IT 버블과 같아선 곤란합니다. 당시 IT 버블에서 문제를 일으킨 회사 주체들은 모두 구속이 되거나, 살아남은 회사가 없습니다. 네이버, 카카오, 다음 등은 IT 버블 당시는 보이지도 않았던 회사입니다. 바이오 산업이 IT 산업의 이런 전철을 밟지 않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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