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물의약품 특허로 보호받는 방법 세 가지

**글=김경교 교연특허법률사무소 대표

천연물이란 자연계에서 얻어지는 식물, 동물, 광물 및 미생물과 이들의 대사산물을 말한다. 전통적으로 천연물은 생약(한약)의 형태로 처방되거나 건강기능식품 또는 건강보조식품 등 식품의 형태로 섭취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항궤양제 ‘라니티딘’의 퇴출 전후로 쑥잎(애엽)을 주성분으로 하는 천연물 의약품 시장이 약진하는 현상이 관측되고 있다. 합성 의약품보다 독성 또는 부작용이 낮고 안정성이 높다는 인식 때문이 아닐까 싶다. 천연물 의약품은 헬스케어 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지만, 비교적 한방에 익숙한 국내 시장에서는 분명 수요가 있어 보인다.

특허청 키프리스 검색 결과에 따르면, 천연물 관련 특허로 2019년에 700건 이상이 등록되었으며, 국내에 총 8,000건 이상의 특허권이 등록되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대학교 또는 공공연의 실적을 위한 특허가 대부분으로 추측되며, 상용화를 시도하여 허가까지 성공한 사례는 아래 8종 밖에 없는 실정이다(아직까지 제대로 된 치료제[DMOAD]가 없는 골관절염 시장에 절반(4종)이 몰린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그나마 2010년대 초반까지 꾸준히 배출되던 천연물 의약품의 허가 시계는 최근 10년 가까이 돌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천연물 의약품에 대한 연구개발이 갑자기 중단된 것은 아니고, 동아ST, 종근당, 광동제약, 일동제약 등 여러 제약사들이 꾸준히 문을 두드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스티렌과 모티리톤을 성공적으로 허가 받은 이력이 있는 동아ST가 2018년에 미국 뉴로보 파마슈티털스(NeuroBo Pharmaceuticals)에 기술수출한 DA-9801(산약, 부채마; 당뇨병성 신경병증) 및 DA-9803(상심자, 복령피; 치매)는 미국 2상 종료 또는 진행중으로 글로벌 천연물 신약에 기대를 품게 한다.

또한, 종근당의 CKD-495(육계; 위염), 광동제약의 KD101(연필향나무; 비만), 일동제약의 ID1201(멀구슬나무열매; 치매) 국내 임상 3상 또는 2상 진행중으로서 무사히 잘 개발되어 국내 천연물 의약품 9호, 10호, 11호가 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이러한 천연물 의약품은 합성 의약품이나 바이오 의약품과는 다른 어떠한 특허 세계가 펼쳐져 있을까? 같이 떠나 보자.

의약품이 잘 팔리면? 전쟁이 일어날 수 밖에...

조인스는 누적 매출 4,000억원을 돌파하였고, 스티렌은 한때 ‘국민 위염약’의 위용을 자랑했으며, 레일라 역시 한때 200억원대 매출을 올렸다. 조인스, 스티렌, 레일라가 국내 블록버스터 의약품으로 등극하자, 국내 제약사간의 한바탕 싸움이 시작된다.

2012년 스티렌 전쟁 (동아vs지엘팜텍)

스티렌은 쑥잎(애엽) 95% 에탄올 연조 엑스를 주성분으로 하는 위염 치료제이다. 스티렌 특허(제0181751호)의 청구항에는 쑥잎 추출 용매로 70~100% 에탄올이 기재되어 있었는데, 후발 업체들은 쑥잎 추출용매를 100% 이소프로판올로 사용한 회피 제품을 개발하였다. 추출용매를 달리한 경우 회피 여부에 대하여, 1심에 해당하는 특허심판원은 에탄올과 이소프로판올 추출용매를 균등 관계로 보아 회피가 아니라고 보았다. 그러나, 2심에 해당하는 특허법원은 스티렌 특허의 실시예에 약리 효과가 불충분하게 기재되어 있어 특허 보호범위가 온전히 인정되지 않고, 회피 제품인 이소프로판올 추출물에서 부작용 물질(디쿠마롤)이 보다 최소화된 점 등을 들어 특허심판원의 심결을 뒤집고, 결론적으로 회피라고 판결하였다. 스티렌 사건은 법원으로 하여금 천연물 의약품 특허의 보호범위 해석 기준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스티렌2X에 대해서도 분쟁이 이어지고 있는데, 이는 천연물 특허라기 보다는 제제 특허로서 이번 칼럼에서 논외로 한다.

2015년 레일라 전쟁 (한국피엠지vs마더스)

레일라는 당귀, 모과, 방풍, 속단, 오가피, 우슬, 위령선, 육계, 진교, 천궁, 천마, 홍화 등 12종의 25% 에탄올 연조 엑스를 주성분으로 하는 골관절증 치료제이다. 레일라의 제품을 보호하는 특허는 2종이 있는데, 이중 1건(제0540033호)에 대해서는 2015년 허가특허연계제도 시행과 맞물려 다수 업체의 특허 무효심판이 제기되었다. 위 특허에 대해서는 한의계에서 처방되는 활맥모과주로부터 구성이 쉽게 도출될 수 있고, 효과 역시 현저한 차이가 없다는 이유로 진보성이 부정되었으며, 결국 무효되었다. 나머지 1건의 후속 특허(제1669012호)는 레일라 내 생약 추출물 중 지표성분(아칸토사이드 D) 함량을 한정한 것이었으나, 지표성분 한정에 대해 위 첫 번째 특허로부터 쉽게 발명할 수 있음을 들어 무효되었다. 레일라 사건의 특이점은 무려 12종의 천연물의 조합을 청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효가 되었다는 점이다(보통 구성요소가 많은 특허의 경우 무효시키는 것은 대부분의 구성요소를 개시하고 있는 선행문헌이 존재하지 않는 한 매우 어렵다). 이는 레일라가 한방 처방에서 힌트를 얻은 제품이기 때문이라 추측된다.

2018년 조인스 전쟁 (SK케미칼vs한국맥널티)

국내 천연물 의약품 1호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조인스 역시 골관절염 치료제로서, 위령선, 괄루근, 하고초 30% 에탄올 엑스를 주성분으로 한다. 조인스는 최초 특허(제0180567호)가 2016년 만료된 이후 2018년에 지표성분을 한정한 후속 특허(제0483707호)에 대한 무효심판이 청구되었다. 특허심판원은 2019년 2월 무효라는 판단을 내렸으며, SK케미칼은 항소하여 특허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2심 결과가 나오더라도 어떠한 쪽이든 대법원에 상고할 것으로 예상되며, 최종 결론은 빨라야 내년 이후에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위와 같이 국내 제약사의 의약품이라 하더라도 천연물 의약품 역시 블록버스터 의약품은 분쟁이 필연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아직까지 분쟁이 일어나지 않은 다른 품목에 대해서도 언제 전쟁이 터질지 모를 일이다.

천연물 발명, 지지 않는 특허로 보호받고 싶어?

천연물 발명은 천연물을 가공하여 얻은 산물, 이의 의약용도, 제조방법, 제제 등 천연물을 직간접적으로 이용한 모든 발명을 망라한다. 대표적인 형태는 천연물의 추출물 또는 분획물을 유효성분으로 하는 의약용도발명이다.

천연물에 대한 의약용도발명의 경우, 다른 의약용도발명과 마찬가지로 유효성분인 천연물 추출물의 의약용도를 뒷받침하기 위한 약리 효과를 명세서에 기재하여야 한다. 또한, 천연물 추출물은 구조식 및 화합물명으로 명확히 특정되는 화합물 발명과 달리 제조방법 및 물리화학적 성질에 의해 특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당업자가 쉽게 재현하고 수행할 수 있도록 제조방법을 구체적으로 기재하여야 한다. 예컨대 천연물의 ‘분획물’을 청구하는 경우, 분획물 제조의 실시가능성을 고려하여 컬럼 종류와 크기, 용매 종류 등을 명확히 기재하여, 어떤 분획을 수득하여 사용하였는지 특정할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기재할 것이 요구된다.

전세계의 전통적 의학 지식(동북아의 한의학, 인도의 아유르베다 등)은 수천년에 걸쳐 축적된 천연물 관련 지식으로, 이들은 신규성 내지 진보성을 위협하는 선행문헌이 될 수 있다. 예컨대, 동의보감에 이미 기재된 약재에 대해 동일한 치료 용도 특허는 등록이 어려우며, 설령 심사관의 착오로 등록된다 하더라도 이후 신규성 상실을 이유로 무효될 수 있다. 천연물의 선행기술검색 편의를 위해 특허청은 한국전통지식포탈(https://www.koreantk.com)을 운영하고 있으므로, 천연물 발명이 기존 한의학 처방과 단순히 이름이 상이한 것은 아닌지 확인하는 것이 좋겠다(반대로, 무효시키고자 하는 자는 단순 처방 변경인지를 검토하는 검색 툴이 될 수 있다).

천연물 발명의 특성상 아래와 같이 선행문헌의 약리효과와 대비하여 개선된 효과를 입증하여야 특허 등록이 가능한 경우가 많다.

김경교 교연특허 대표.
김경교 교연특허 대표.

1) 같은 속(genus)에 속하는 천연물(식물 등)의 의약용도가 이미 알려져 있을 경우, 약효가 동일하거나 유사할 것이라고 추정되며, 이에 따라 기존 추출물 대비 약리효과가 개선되었음을 입증하여야 진보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같은 종(species)이면서 약용 대상(뿌리, 줄기, 열매 등)을 달리할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비교실험데이터가 필요하다.

2) 기존 약재들을 조합하여 알려진 의약용도로 특허받고자 하는 경우, 단일 약재들과 대비하여 그 조합으로부터 나타나는 상승(시너지) 효과를 입증하여야 진보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3) 공지된 추출물의 추출용매(또는 분획 용매)를 변경 또는 추가하는 것은 천연물 분야에서 쉽게 적용할 수 있는 기술로 추정된다. 따라서 기존 추출물 대비 약리 효과가 개선되었다는 점을 입증하여야 진보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4) 공지된 추출물 안에 함유된 지표성분을 새롭게 밝힌 경우라 하더라도, 분석기술을 활용하여 추출물 내에 포함된 성분을 쉽게 분리/동정할 수 있다고 추정된다. 따라서, 둘 이상의 지표성분을 조합하거나, 지표성분의 함량을 한정하고 그에 따른 약리효과가 기존 추출물 대비 개선되었음을 입증하여야 진보성을 인정받을 가능성이 높다.

천연물 발명을 지지 않는(특히, 무효가 어려운) 특허로 보호받고자 한다면, 위에서 설명한 내용에 따라, ① 명세서 기재요건을 잘 준수하여 출원하고 ② 단순 처방 변경은 아닌지(신규성 상실 여부), ③ 비교실험을 통하여 효과의 현저성이 담보되는지(진보성 상실 여부) 등을 권리화 단계에서부터 대비하는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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