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믿고 나가면 제약바이오는 대한민국의 보배

사춘기에 접어들어 덩치가 부쩍 커졌는데도 왜소했었던 지난 날에 갇혀 여전히 움츠리며 살다가, 체육 시간 우연히 맞붙은 '강한 놈'을 모래 판에 꽂아버리고 신성으로 등장해 새로운 힘의 질서를 세운 친구가 있었다. 친구가 샅바를 잡는 기회를 만나지 못했다면, 그는 강한 자신을 모른 채 꽤 긴 시간 나약한 자신을 한탄했을지 모른다. 남들이 산으로, 들로 놀러다니는 방학 기간 공부의 맛을 알게 된 친구가 돌연 우등생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코로나19 팬데믹'도 대한민국과 제약바이오산업의 있는 그대로를 비춰볼 수 있는 거울이다.

코로나 대응을 보며 '국민 100명 가운데 65명이 우리나라를 선진국이라고 느꼈다'는 19일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의 '국난 재난 상황 인식조사'처럼 우리들은 지금 알에서 깨어나 자신을, 그리고 세상을 객관화시켜 관찰하는 중이다. 2018년 기준 GDP가 세계 10위지만 우리 의식은 개발도상국에 갇혀 있었다. 제약바이오산업도 같은 맥락에 있다. 미국 FDA 신약을 2개나 보유한 것은 물론 30개 넘는 국산 신약을 개발했으며, 크고 작은 신약후보물질을 수출할 수 있는 유망국가인데다, 웬만한 의약품은 거의 모두 생산해 자국민을 예방 치료하는 제약바이오 선진국이지만 우리는 긴가민가, 스스로를 끊임없이 의심해 왔다.

'제네릭 의약품을 뜯어먹고 살며, 신약연구개발(R&D)은 등한시하는 영세성...'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세계 제약바이오의 중심이 될 수 있음을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은 보여주고 있다. '의심자 검사와 확진자 격리조치를 근간으로 삼는 우리나라 코로나19 방역체계'가 작동 가능했던 데는 빠르게 개발된 진단키트가 있었다. 진단키트를 개발한 기업들은 모두 바이오벤처인데 이들은 독불장군일 수 없다. 풍요로워진 대한민국 제약바이오생태계에서 피어난 꽃들이다. 이제 그 향기가 국내를 채우고 넘쳐 외국으로 번지고 있다. 오상헬스케어·솔젠트·SD바이오센서 3곳의 미국 수출 계약금액만 1142만달러에 이른다.

제약바이오생태계에는 진단키트 기업만 있는 게 아니다. '백신과 치료제란 꽃망울'도 불어온 바람을 기회 삼아 만개하려 몸부림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9일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 산학연 및 병원 합동회의에서 "치료제와 백신 개발만큼은 끝을 보라"고 독려했다. 경제성이나 상업성이 없더라도 개발에 들인 노력이나 비용에 대해 100% 보상 받도록 하겠다고도 약속도 했다. 글로벌을 통틀어 독려할만한 기업을 보유한 나라가 얼마나 되나. 자부심을 가질만한 장면이다. 기존 약물에서 치료제를 찾으려는 신약재창출 임상도 진행중이다. 이것 역시 기업들의 축적된 역량에서 비롯된 성과물이다.      

코로나 팬데믹을 통해 전염병 등 질병으로부터 국민의 생명을 지켜내는 나라가 선진국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함께 지켜보고 있다. 경제력도, 국방력도 죽어가는 환자를 지킬 수 없는 현실은 '과연 국가란 무엇인가'라고 묻게 만든다. 이상적인 국가는 다양한 요소들도 구성돼 있고, 제약바이오 역량은 그 중 핵심 요소다. 팬데믹에서 우리가 가장 절실하게 염원한 것이 진단키트요, 치료제요, 백신이라는 점을 알게 됐으니 말이다. 확장하자면, 항생제 내성균을 이겨낼 슈퍼 항생제 개발이 필요하고, 암 치료제 등 만성질환으로부터 생명을 지키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의약품 또한 필요하다.

그렇다고 한다면, 제약바이오산업 생태계 일원인 바이오벤처, 전통제약회사, 임상시험관련 기관 등플레이어들이 혁신할 수 있도록 지속적 관심이 필요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보상할테니 끝장을 보라"고 발언한 그 연장선에서 산업계에 절실히 필요로하는 정책을 마련하거나 묶인 규제를 풀고, 무엇보다 연구개발(R&D)에 따른 혁신에 반드시 보상이 따른다는 선한 질서를 구축해야 한다. 팬데믹이 지나간 후 '한 때 대한민국에도 정부와 의료진과 국민과 기업들이 하나가 돼 어려움을 극복했던 리즈시절이 있었지'하는 추억소환만으로 끝이 나지 않도록 말이다. 제약바이오산업을 건강보험 체계에 복속하는 하부재로써만이 아니라 국민생명을 지키고 경제적 효자가 되도록 정부는 산업의 전략으로, 세심한 정책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바이러스가 시시각각 변이하는 것처럼, 긴급 상황이 끝난 후 정부가 변심하지 않는다면 대한민국이 제약바이오산업은 물론 모든 면에서 '선진국의 롤모델이 되는 선진국'으로 도약할 것이다. 이 같은 이야기들에 대해 혹자는 '정신승리'라고 하겠지만, 세상을 뒤바꾼 위대한 성과 가운데 꿈 꾸는 사람들과 꿈을 이뤄낼 수 있다고 격려하는 정신승리의 분위기 없이 된 것은 거의 없다. 우리가 더 치열하게 생각해 얻은 의사결정이 글로벌스탠다드를 만들어가는 시대를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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