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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포치료제 업계 전문가가 바라 본 '첨바법'

첨단바이오의약품 전주기 안전관리 체계를 마련하고 환자 치료기회 확대를 위한 신속허가제도 도입을 골자로 한 첨단재생바이오법이 오는 8월 시행됩니다. 코로나19 사태로 다소 늦어졌지만 관련하위법령과 구체적인 시행방안도 마련됐습니다. 

[출처=게티이미지뱅크]

히트뉴스는 첨단재생바이오 산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전해드리겠습니다. 이를 위해 이번 법안의 제정 초기부터 관여한 세포치료제 업계 관계자의 자문을 토대로 블라인드 인터뷰 형식으로 각색했습니다.

#‘첨바법’이 나오기까지…비하인드 스토리

-첨바법은 어떤 과정을 거쳐 탄생하게 된 건가요?

"법안만 보고는 알 수 없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죠. 박근혜 정부 시절 이해관계가 다른 여당과 야당이 공동으로 발의한 법률안입니다.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두 그룹으로 나눠져 있었는데요. 박소라 인하대 교수가 주축으로 보건복지부와 함께 일본처럼 첨단재생의료분야를 '치료행위'에 중점을 둬 규제완화를 이야기하는 그룹이 있었고요, 다른 한편에선 식품의약품안전처를 중심으로 의약품 산하단체(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 한국바이오협회,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과 함께 '의약품'에 방점을 둬 현행보다 규제를 마련해야 한다는 그룹이 있었어요.

결론만 놓고 보면, 두 그룹이 주장하는 바가 모두 달라 이들의 주장이 상충되지 않게 법안을 정비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기도 했고요, 식약처에서 주장했던 '의약품' 중심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관점이 많이 반영되긴 했어요."

-식약처 중심의 규제강화 목소리 그룹이 더 많이 반영됐다는 게 어떤 의미인가요?

"결국 첨단재생바이오 분야를 '의약품' 관점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거죠. 이를 위해선 의약품 제조방법, 의약품제조품질관리기준(GMP)에 맞는 시설을 갖춰야 하죠. 또 판매 이후 위해성관리(RMP)도 해야 하고요. 기존에 명문화 되지 않고, 가이드라인만 있었던 재평가, 재심사 제도가 명문화 됐고요. 추가적으로 '장기추적관찰조사'도 해야 합니다.”

-규제가 강화돼 업계에 어려움이 있겠군요. 관련 내용은 뒤에서 더 자세히 말씀해 주세요. 원래 이 법안은 일본의 '신재생의료법'을 본떠 만들어 졌다고 들었어요. 일본의 상황이 궁금한데요.

"일본도 관련 분야를 '의약품'으로 볼 지, '의료행위'로 볼지 의견 대립이 있었고, 현재 공존하고 있어요. 다만 CAR-T, CAR-NK 등 면역세포치료제를 활용한 항암 분야는 '행위'로 구분해 규제를 완화해 주는 전략으로 가고 있죠. 아베노믹스 일환으로 후생노동성 주도가 아니라 경제산업성 주도로 '신재생의료법'을 제정했고, 경제부흥을 목표로 자신들이 글로벌로 나아가기 위해서 '첨단바이오'분야를 육성해야 한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죠.

일본 제약사는 이미 글로벌화를 이뤘어요. 이 법안을 제정하기 위해서 글로벌 제약사의 도움으로 이미 전 세계 현황을 파악하고, 산업 육성뿐만 아니라 이를 통해 환자가 최대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치밀하게 준비한 법안이에요. 현재 세포치료제 분야에서 일본은 미국, 유럽과 함께 선두 그룹이죠. 2000년대 초반 기준으로 봐도 CAR-T 연구를 하는 곳이 200여개가 넘었는데, 지금은 더 많을 거에요."

#산업계가 제기한 첨바법 이슈-세포보관관리업과 장기추적관찰조사

-구체적으로 이번 법률안으로 산업계에서 어려움을 겪는 부분이 무엇인가요?

"현재까지의 일반적인 임상시험은 식약처가 승인을 해 주도록 돼 있어요. 하지만 법안에 따르면 첨단재생의료 임상연구는 별도의 심의위원회에 적합 통보를 받아야지만 임상연구를 진행할 수 있어요. 이 심의위원회는 복지부와 식약처 공동으로 심의위원회를 두는 것이죠.(관련 조항 제12조 2항-보건복지부장관 또는 식품의약품안저처장은 첨단재생의료 연구 계획의 적합여부에 관한 심의위원회 심의 결과를 재생의료기관에 통보하여야 하며, 적합 통보를 받은 재생의료기관은 첨단재생의료 임상연구를 할 수 있다.)

(하위법령 내용을 더 살펴봐야겠지만) 결국 이 조항은 복지부 소관으로 가면서 신고제도로 빠질 가능성이 큽니다."

-이번 법안으로 세포보관업에도 변화가 많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는데요.

"사실 기존 생명윤리법으로 세포보관업에 대해 관리가 이뤄지긴 했지만, 명문화된 형태로 세포보관업을 관리하는 규제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기존에 제대혈 은행처럼 줄기세포를 보관(banking)하는 형태는 있었습니다. 관련 회사들은 유지·보수비만 받았고요. 실제 세포를 '배양'하게 되면 생명윤리법에 어긋나는 행위이기 때문에 말그대로 '보관'만 했어요. 주로 줄기세포치료 시술을 많이 하는 강남 개원가에서 많이 요구했던 서비스인데요, 보관회사에 용역을 주는 형태죠.

이번 법안이 시행되면, 세보보관업 자체도 GMP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때문에 기존 보관업만 하던 회사가 어려움을 겪게 될 것입니다. 긍정적으로 바라보자면, 이제 음지가 아니라 공식적으로 GMP 시설을 갖춰 사업을 영위할 수 있습니다. 부정적으로 보자면, 업체 입장에서는 GMP 감독(inspection)을 받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겪게 되는 것이죠."

-장기추적관찰조사도 이제 명문화 됐잖아요. 업계에서 불만이 크다고 하는데요?

"(하위시행령에 나와봐야 알겠지만) 현재까지 논의된 바로 장기추적관찰조사(장추)에 대한 부담을 모두 업체가 떠 안아야 합니다. 업체가 모두 시행해야 하고, 정부는 일종의 보고만 받으려고 하고 있죠. 정부 차원에서 장기추적관찰조사를 할 수 있는 중앙시스템을 만드는 게 합리적인 방안이라고 생각해요. 가령 미국 식품의약국(FDA)처럼 중앙 전산으로 세포·유전자치료제를 관리하는 것이죠.

가톨릭대 모 교수님에 따르면, 우리나라도 이미 결핵의 경우 이런 중앙 전산 관리시스템을 구축해 활용하고 있고요. 관련 인프라 구축이 그리 어렵지 않다고 합니다. 현행대로라면, 첫 투약부터 10~15년동안 장기추적관찰조사를 진행해야 하는데, 정부 차원의 명확한 방침은 없고, 업체에 모두 떠 넘긴다면 과연 제대로 된 추적 행위가 이뤄질지 의문입니다."

-식약처 산하 규제과학센터가 장기추적조사 등을 수행하는 곳이잖아요. 이 기관에서 관련 중앙 전산 시스템을 만들면 될 것 같은데요?

"기존 의약품안전관리원이 하던 업무와 비슷해 보이는데요, 별도의 규제과학센터를 왜 지정해야 하는지 의문입니다. 업체 입장에서는 이중 행정처리를 해야 할 소지도 있어요. 물론 규제과학센터가 별도로 지정된다면, 중앙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 장기추적관찰조사 업무를 한다면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논의만 보면 장추로 인해 가장 부담이 되는 곳은 업계입니다. 업계가 부담해야 비용을 정부가 일정 부분 지원해 주는 구체적인 방식이 마련돼야 합니다. 안 그래도 왜 이 시스템에 대한 식약처 차원의 논의가 이뤄지지 않냐는 문제 제기가 있었습니다. 식약처에서 별다른 대안을 내 놓지 못 했는데, 이번 하위법령 시행안에 반영되길 바랍니다. (제21조. 첨단재생의료 임상연구 대상자와 재생의료기관은 제1항에 따른 장기추적조사가 실시될 경우 안전관리기관의 장의 지시에 따라야 한다. 이 경우 정부는 지시의 이행에 소요되는 비용을 지원할 수 있다.)”

#부칙 이슈-법률 시행 후 1년 내에 다시 허가?

-지난해 8월 27일 부칙이 제정됐죠. 법 시행 이후 1년 이내 다시 허가를 받거나 신고를 해야 하는데, 업계 의견은 어떤가요?

"업계 입장에서 허가를 다시 받는 건 쉬운 과정이 아니에요. 이미 허가를 받은 제품의 경우 축적된 리얼월드데이터는 있지만, 이 데이터는 후향적으로 분석한 결과입니다. 규제당국이 리얼월드데이터를 허가 자료로 인정해 줄지가 관건입니다. 하위법령에 이 부분에 대한 내용도 구체적으로 담겨야 합니다. 세포처리시설 허가도 법 시행 이후 6개월 이내에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요. 업계 입장에서 관련 행정절차를 밟아야 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법 시행 1년 내 다시 품목허가를 받고, 6개월 이내 세포처리시설 허가를 받는 게 가능한가요?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업체가 오롯이 그 부담을 다 져야 합니다. 때문에 이로 인해 낭비된 시간과 인력만큼 (의약품 개발) 스케줄에 차질이 빚어질 수 도 있겠죠."

-올해 8월 시행되는 첨바법이 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취지 자체는 동감하지만, 관련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업계 입장에서 규제만 늘어난 측면도 있습니다. 애초에 법안 제정이 취지가 퇴색되기도 했고요. 다만 하위법령을 잘 작업해 운용의 묘를 살릴 수 있기 바랍니다.

국내 세포치료제 분야가 약 20년이 됐고, 이제 업체가 영세하다는 명목으로 자신들의 편의만 봐달라고 할 시기는 지났다고 봅니다. 실제로 글로벌 무대에서 선도할 수 있는 성과를 보여야할 시점입니다. 글로벌 무대에 설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정비하는 작업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법안이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다만, 지금 진행되는 논의와 상위법만으론 세포치료제 산업계 현실과 괴리된 측면이 너무 큽니다. 이번 법안이 단순히 규제만 강화된 것이 아니라, 없던 규제를 마련해 산업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 수 있도록 시행되는데 하위법령 내용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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