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성 논란 비만약 '벨빅'이 불러낸 '리덕틸'
안전성 논란 비만약 '벨빅'이 불러낸 '리덕틸'
  • 이현주 기자
  • 승인 2020.02.19 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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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안전한 약으로 불리던 리덕틸도 10년전 퇴출

기시감 또는 데자뷔. 어디서 많이 본 듯하거나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 현상을 말하는데, 로카세린(벨빅)의 판매중지 과정을 보면서 10년 전 시장에서 퇴출된 비만약 '시부트라민'이 떠오른다. 

시부트라민은 어떤 퇴출 과정을 겪었나? 시부트라민 제제의 오리지널 품목인 애보트 '리덕틸'은 1997년 미국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았다. 중추신경계에 작용해 식사 시 포만감을 줘 식사량을 감소시키고 지방세포의 에너지 소모를 늘려 체지방을 감소시키는 이중작용 약물이다. 

2001년 국내 출시된 이후 '가장 안전한 비만치료제'로 조명받으며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실제 애보트는 100여건 이상의 임상시험과 실제 처방 경험을 통해 안전성과 효능이 검증됐다고 밝혔다. 당시 시부트라민제제 중 유일하게 FDA 승인을 받았다고도 했다.     

리덕틸
리덕틸

리덕틸의 PMS가 종료된 2007년, 한미약품(슬리머), 대웅제약(엔비유), 종근당(실크라민) 등의 국내 제약사가 염변경 의약품을 내놓으면서 경쟁적으로 비만치료제 시장에 뛰어들었다. 단순 제네릭을 출시한 곳도 수십여곳이다. 영업력을 갖춘 국내사들이 가세한데다 숙명같은 다이어트 욕구가 맞물리면서 시부트라민제제 시장은 가파르게 성장했다. 2008년 비만치료제 시장이 1000억원을 넘어선 가운데 시부트라민 시장은 절반에 가까운 450억원 규모에 달했다. 전년대비 무려 87%나 성장한 수치였다. 

하지만 잘나가던 시부트라민제제에 음영이 드리웠다. 2010년 1월 유럽의약품청(EMA)이 애보트가 진행한 스카우트(SCOUT)연구 중간결과를 토대로 리덕틸의 심혈관계 질병 유발 위험이 비만치료 효과보다 크다고 보고 판매중단을 결정한 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시부트라민을 복용한 비만환자는 위약 복용군에 비해, 뇌졸중이나 심근경색 등 심혈관계 질환 발생 위험이 1.4%p 높았다(11.4% vs 10%). 당뇨까지 있는 환자에서는 13.9%대 11.9%로 상대적 위험이 2%p 높았다.

FDA는 같은해 10월 SCOUT 최종 보고서를 살펴본 후 시부트라민의 유익성이 위해성을 앞서지 않는다면서 판매중단을 결정했다. 이어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당시 식품의약품안전청)도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자문을 거쳐 시부트라민제제 최종 판매중지 및 회수 조치를 내렸다. 

비만치료제 잔혹사 행렬에 들어선 벨빅  한때 1000억원을 넘어서던 비만치료제 시장이 시부트라민제제 퇴출로 침체기를 맞았다. 그러나 일동제약이 로카세린 성분 벨빅의 국내 독점 판매계약 소식을 전하면서 분위기는 반전됐다. 

벨빅은 세로토닌2C 수용체(5-HT2C)에 선택적으로 작용해 심혈관계 부작용 등을 회피하면서 식욕억제와 포만감 증대를 유도함으로써 체중 감량 효과를 얻는 약물로, 2012년 FDA 승인을 획득했다. 안전한 비만 치료제에 대한 갈증을 해소시켜 줄 것으로 기대된 벨빅은 국내에는 2015년 출시됐다. 

벨빅

시부트라민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에자이는 벨빅의 심혈관계 안전성을 확인하는 임상연구(CAMELLIA-TIMI61)를 진행했다. 연구결과, 벨빅을 통한 장기적 비만 치료가 MACE의 발병률을 증가시키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발암 가능성에서 발목이 잡혔다. 지난달 FDA는 로카세린 성분에 대한 임상시험에서 발암 가능성이 관찰돼 평가 중이라고 밝혔다. 한달 후인 13일(현지시각) FDA는 암 발생 가능성을 확인하고 에자이에 허가 철회 및 판매 중단을 권고했다. 

FDA에 따르면 로카세린 투여군 462명(7.7%)에서 520건, 위약 투여군 423명(7.1%)에서 470건의 원발암이 진단됐고, 위약 투여군에 비해 로카세린 투여군에서 췌장암, 대장암, 폐암 등 일부 암 종류의 발생률이 높았다. 로카세린 치료기간이 늘어날수록 위약 대비 암 발생률 차이도 증가했다. FDA는 로카세린의 잠재적 위험성이 유익성보다 크다는 결론을 내렸다. 에자이는 이에 따라 벨빅을 미국 시장에서 자발적으로 철수하고 판매를 중단하기로 했다. 

식약처도 국내 판권을 보유한 일동제약에 판매중지 및 회수를 권고했고, 일동도 이를 받아들여 판매를 중단했다. 

벨빅 후속조치는? 식약처는 일동제약과 후속조치에 대해 논의 중이다. 

우선 전문가에게는 로카세린 성분 처방 및 조제 중단을 권고했고, 약물을 복용 중인 환자에 암 발생 위험 정보와 복용중단을 안내하고 대채치료법을 논의하라고 말했다. 마약류취급자는 로카세린 성분 재고를 마약류취급도매 또는 일동제약에 반품하고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에 보고할 것을 주문한 상황이다. 

식약처는 벨빅의 재심사(PMS) 중간결과 암 발생 보고는 없었지만 FDA의 임상결과 자료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PMS는 허가 후 처음 2년간은 6개월마다 보고하고, 이후에는 매년 1회씩 중대한 이상사례를 보고한다"며 "지금까지 암발생 보고는 없었다. 허가취소 등은 결정되지 않았고 FDA 자료를 검토 후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앨러간 인공유방 건은 인체에 삽입된 사례로, 의료기기 피해구제 제도가 따로 없어 회사에서 환자에게 재수술 비용 등을 지불했었다. 약은 복용하고 소실되기 때문에 케이스가 다르다"면서 "회사 측과 후속조치는 논의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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