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매출 98억원 벨빅, 발암 논란으로 판매중지
삭센다 압도적 1위, 디에타민·벨빅 2·3위 격전
후발주자 큐시미아 가세 시 3파전 예상

한 때 비만약 시장 선두를 달렸던 향정신성 식욕억제제 '벨빅'이 발암 논란으로 시장에서 잠정 퇴출되면서, 연매출 98억원에 달하는 로카세린 성분을 대체하기 위한 업체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심혈관계 안전성 논란으로 시장 반토막을 야기한 제2의 리덕틸 사태와 달리, 벨빅은 매분기 실적 부진이 지속되고 있어 퇴출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의약품 시장 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벨빅 연매출은 2017년 122억원에서 2018년 98억원으로 19% 급감했으며, 지난해에는 삭센다에 선두 자리를 내줬다.

에자이·아레나가 공동 개발한 벨빅과 벨빅 서방정(XR)은 2012년과 2016년에 미국식품의약국(FDA)로부터 판매 허가를 취득했다. 일동제약은 아레나로부터 오리지널 판권을 사들여 2015년 2월부터 벨빅을 국내에서 독점 판매해왔고, 지난해 벨빅XR의 시판허가를 승인받았다. 

삭센다·디에타민·큐시미아 '8.4%' 격전 예상

비만 치료제 전체 시장 규모는 2018년 기준 931억원을 상회하며, 2019년 3분기 기준으로는 연 1054억원에 달한다. 성분별로 보면 펜타민 389억원, 오르리스타트 175억원, 펜디메트라진 161억원, 리라글루티드 151억원, 로카세린 88억원, 부프로피온·날트렉손 77억원, 암페프라몬 6억원, 마진돌 3억원 순이다.

벨빅(로카세린)은 2017년 122억원에서 2018년 98억원으로 점유율 1위를 기록하다가 지난해 1분기에 처음 역전당했다. 2019년 3분기 기준 노보노디스크의 삭센다(리라글루티드)는 151억원의 매출고를 올리며 벨빅으로부터 선두 자리를 탈환했고, 디에타민(펜타민)과 벨빅은 각 93억원·88억원을 기록하며 2·3위에 머물렀다. 

점유율을 살펴보면, 14.4%를 기록한 삭센다가 단연 선두를 달리는 가운데 디에타민(8.8%), 벨빅(8.4%), 휴터민·휴터민 세미(펜타민) 7.9%, 푸링(펜디메트라진) 5.1%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자료: 아이큐비아

이 가운데 후발주자인 큐시미아(펜터민·토피라메이트)는 EQUIP·CONQUER·SEQUEL 등 우수한 임상 데이터를 앞세우며 경쟁에 뛰어들 채비를 마쳤다. 실제 약물간 감량 효과를 본 대조 임상에서 큐시미아는 8.8kg로 가장 강력한 감량 효과를 입증했다(삭센다 5.3kg, 콘트라브 5kg, 벨빅 3.2kg).

큐시미아는 체질량지수(BMI) 30㎏/㎡ 이상인 성인 비만 환자군에서 저칼로리 식이요법·만성 체중 관리를 위한 신체 활동 증가의 보조요법으로 국내 허가를 받았다. 알보젠코리아는 큐시미아를 개발한 미국 제약사 비버스와 2017년 국내 판권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지난해 종근당과 공동판매·유통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큐시미아는 한 알당 4000원으로, 상대적으로 고가인 삭센다 대비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7.7%·7.1%이 전부…통계적 유의성 의문"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현지시각 13일 벨빅의 임상 데이터(Camellia-Timi 61) 검토 과정에서 암 발생 가능성을 확인하고, 개발사인 에자이에 허가 철회·판매 중단을 권고했다. FDA에 따르면, 비만 환자 1만2000명을 대상으로 5년간 진행한 임상시험에서 로카세린 투여군이 위약 대비 암 진단을 더 많이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로카세린은 462명(7.7%)에서 520건·위약은 423명(7.1%)에서 470건의 원발암이 진단됐는데, 복용 기간이 늘어날수록 로카세린과 위약 투여군의 암 발생률 차이가 증가했다. 로카세린 투여군은 위약 대비 췌장암·대장암·폐암 등 일부 암 발생률도 높았다. 이를 근거로 FDA는 로카세린의 잠재적 위험성이 유익성보다 크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개발사이자 미국 판매를 담당하는 에자이는 마케팅·판매를 자발적으로 중단했고, 국내 판매를 담당하는 일동제약도 자진 판매 중단을 조속히 결정했다. 14일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안전성 서한을 배포해 로카세린에 대한 처방·조제 중단과 회수 조치 협조를 당부했다.

이번 조치와 관련, 가정의학과 전문의인 대한비만연구의사회 김민정 회장(미하나의원 원장)은 "FDA는 7.7%·7.1%를 근거로 철수를 권고했지만, 통계적 유의성이 있는 분석 결과는 아직 없다. 오리지널 데이터를 좀 더 봐야 하는데 볼 수 있는 자료가 없다"며 FDA 권고에 대한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앞서 2018년 발표된 벨빅의 심혈관 안전성을 평가한 연구에서는 심혈관계 사건(MACE) 연간 발생률은 벨빅 투여군이 2.0%로, 위약(2.1%) 대비 MACE 발생률을 증가시키지 않았다. 이 외 중성지방(TG)·혈당·심박수·혈압 등이 개선됐으며, 추가 당뇨병 발생률도 위약 대비 약 1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민정 회장은 "2018년 발표된 연구를 토대로 만성질환·심혈관계 질환 환자들에게 벨빅을 처방했는데, 그 이후의 데이터를 보니 이런 결과가 나왔다. 가장 안전한 약으로 알려진 벨빅이 발암 이슈로 퇴출되면서 환자들이 비만 치료제에 대해 나쁜 시각을 가질까봐 걱정된다. 대체할 약을 찾아야 하지만, 벨빅은 단기 처방이 대다수여서 안전성 문제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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