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평원, 의약품 가치평가방안 마련 연구보고서 발표
전문가그룹 "도구 도입 공감하지만 신중해야"
"혈액암에 맞는 임상변수·독성 평가 가치척도 개발 시급"

ASCO(미국 임상종양학회) VF·ESMO(유럽 종양학회) MCBS에서 의미가 모호한 부분을 구체화하고 복잡한 계산을 수식으로 표현해 평가의 객관성·수월성·정확성을 개선한 안이 한국형 가치평가도구로 제시됐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원장 김승택)은 이 같은 내용의 '의약품 가치평가방안 마련을 위한 연구' 최종보고서(연구책임자 강진형 대한항암요법연구회장)를 28일 공개했다. 

암 치료 분야에서 새로운 기전을 가진 항암제들이 등장하며, 다양한 면역항암제가 빠른 속도로 적응증을 확대해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고가 항암제에 대한 재정 부담은 꾸준히 증가하지만, 등재 이후 항암제 효능에 대한 재평가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즉, 지속 가능한 건강보험 재정을 위해 임상적 불확실성이 있는 항암제에 대한 가치평가 기준·근거를 개발하고 이를 시급히 적용해야 하는 상황이다.

ASCO·ESMO에서는 항암제 가치에 대한 객관적 평가를 위해 가치평가 도구를 개발하고 이를 대중에게 공개한 바 있다. 연구팀은 이를 바탕으로 제외국에서 사용하는 가치평가도구를 비교 분석한 뒤 ASCO VF·ESMO MCBS에 대한 이론적 고찰을 진행했다. 

이후 비소세포폐암 표적치료제 타그리소(오시머티닙), 면역항암제 티쎈트릭(아테졸리주맙),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옵디보(니볼루맙), 다발성골수종 치료제 키프롤리스(카르필조밉)·포말리스트(포말리도마이드) 등 총 6가지 약을 두 도구에 각각 적용한 후 비교 평가했다.

아울러 이해관계자 대상으로 인식도 조사와 AHP(Analytic Hierarchy Process)를 통한 항암제 가치평가도구 지표별 가중치 도출, FGI(Focused Group Interview)를 통한 관련 전문가 의견 수렴 등을 진행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중간보고 공청회를 열어 한국형 의약품 가치평가 모델의 필요성·타당성·적합성에 대한 각계 의견을 수렴했다.

연구 결과, ASCO VF·ESMO-MCBS 평가방식에는 차이가 존재했다. 연구팀은 평가도구마다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어 약제별 평가 결과가 다른 점을 확인했다. 또, 임상적 이득에 대한 정의·독성 평가항목에 대한 규정(ASCO VF)·삶의 질 향상 지표·독성 개선 기준(ESMO-MCBS) 등에 대한 명확한 답을 제시하지 못하는 점도 확인했다. 

연구팀은 ESMO-MCBS v1.1과 ASCO VF v2.0의 한글판 개발·역 번역을 진행해 임상의·연구자 대상으로 한국형 가치평가 모형의 타당성을 검증하기도 했는데, 이 번역본에는 원본 대비 수식(Formula)·평가지침 등이 추가돼 평가의 수월성이 향상됐다.

전문가 설문조사·FGI 결과에서는 항암제 가치평가도구의 국내 도입 필요성을 대부분 찬성했으며, 두 도구 중 어느 하나를 선호하기보다 두 가지를 모두 고려하자는 답이 많았다. AHP 분석 결과, 암 전문의들은 ASCO VF 보너스 항목에 해당하는 삶의 질·장기생존 곡선 등과 같은 항목 대비 효능의 상대적 가중치보다 실제 항암제 처방 시 고려하는 효능의 가중치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FGI에서 제약업계는 건강보험에 활용하기 전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반면, 암 전문의들은 최근 고가 항암제 도입 이후 사후평가 부재로 인한 의료비 부담 증가를 이유로 신속한 도입을 주장했다.

최종적으로 ASCO VF 평가 시 평가자간 점수 편차는 큰 편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ASCO VF를 사용해 동일한 임상연구 결과를 평가했는데도 평가자간 점수 편차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이미 발표된 바 있다. 연구팀은 "평가자가 동일한 약제를 반복 평가할 경우 이전 평가가 다음 평가점수 결정에 영향을 미치거나 연습·교육이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며 "가치척도 평가에 대한 세부 지침 마련도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현재 ASCO·ESMO 가치척도는 혈액암 항암제 평가에서 신뢰성이 부재해, 혈액암에 맞는 임상변수·독성 평가를 고려한 가치 척도 개발의 필요성도 확인됐다. 연구팀은 또 ASCO 도구를 한국형 평가도구로 적용하기 위해서는 ASCO VF에서 보너스 평가항목 점수가 국내 진료상황 감안 시 적절하게 설정됐는지, 국내 임상의들이 고려하는 항암제의 임상적 가치 산출을 위해 보너스 항목의 점수 배점을 조정할 필요가 있는지 등을 본격 논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연구팀은 ASCO VF·ESMO-MCBS에서 의미가 모호한 부분을 구체화하고 복잡한 계산을 수식으로 표현해 평가의 객관성·수월성·정확성을 개선해 한국형 가치평가도구 1안으로 제시했다. 2안으로는 보너스 항목(임상적 이득, 독성과는 달리 삶의 질, 증상 완화 등)에서 다루는 값의 경우 평가가 이뤄지는 해당 국가 고유의 가치평가 기준이 더 잘 반영돼야 한다는 의견을 고려해 독성의 최댓값이 20점일 때 보너스 항목의 최댓값이 49.3점을 넘지 않도록 최댓값을 제한하는 조정안을 제안했다.

아울러 연구진·평가자 공통으로 보너스 항목 배점이 너무 커서 임상적 이득이 적은 항암제의 경우 임상적 이득보다 보너스 항목이 더 크게 반영될 수 있다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에 따라 3안으로 가중치 조사 결과에 따른 임상적 이득의 중요도를 확실히 반영한다는 취지에서 보너스 항목의 최댓값을 임상적 이득값 이하로 조정하는 안을 제안했다. 그러면서 연구팀은 "2안·3안의 적용은 전문가간 이견이 있어 적용에 주의를 요한다"고 경고했다. 

연구팀은 "구체적 적용 방안 마련을 위해 심도 깊은 논의가 가능한 전문가 그룹의 조직을 고려해야 한다. 한국형 모델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추가 고려 요인·제외 요인과 근거·가중치 부여와 관련한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 한글판 가치평가도구 활용과 관련해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후속연구도 필요하다"며 "이해당사자 입장을 충분히 반영한 항암제의 가치기반지표를 만들기 위한 지속적인 탐색·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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