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hit| 탁상에서 나온 불순물관리대책 업계와 함께 고도화해야

2018년 고혈압치료제인 발사르탄 성분 의약품에서 발암유발 물질인 NDMA(N-니트로소디메틸아민)가 검출되면서 불거진 원료의약품 불순물 관리 문제는 시끄럽고 혼동스러운 일이긴 하지만 의약품 품질관리 측면에서 진일보하는 계기로 해석하는 것이 옳다.

NDMA가 WHO 국제암연구소(IARC)가 지정한 인체 발암 추정물질(2A)이라며 일각에서 호들갑을 떨긴 하지만 식약처나 전문가 단체의 견해는 큰 일이 난 것과는 사뭇 다르다. 발사르탄에서부터 라니티딘, 니자티딘 그리고 최근 메트포르민으로까지 그 불똥이 옮겨붙을 기세지만 NDMA는 약물 제조공정에서 비의적으로 발생하는 부산물이고 우리가 먹는 음식이나 공기, 물, 화장품을 통해서도 들어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약물에서 허용되는 96나노그램은 70년간 노출됐을 때 10만명 중 한 명에서 암이 발생할 정도의 확률상 위험요인이라고 한다.

제조공정 측면에서 명확한 관리기준 조차 없었던 NDMA가 세상에 문제로 드러난 것은 역설적이게도 분석기술의 발전 덕분이다. 행정가도 과학자도 동의하는 이 일을 두고 언론은 단두대에 오를 다음 성분이 무엇인지 알아맞히기式 보도경쟁에 몰입했고 국회는 의약품 불순물 관리대책의 속도전을 다그쳤다. 식약처는 과학적 판단이라고만 보기 어려운 발빠른 회수결정에 과몰입함으로써 여론의 비난을 선제적으로 잠재우는 비법을 썼다.

원료나 완제의약품에서 검출된 NDMA는 품질관리 소홀의 결과물이 아니며 NDMA 생성의 인과관계는 현재까지도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급기야 식약처는 주성분으로 사용되는 합성 원료의약품에 대한 전수조사를 업체 스스로 진행해 2021년 5월까지 최종 보고하도록 의무화했다. 이런 와중에도 메트포르민 같이 추가적인 NDMA 검출 소식이 들어오면 우리는 또 과장된 우려와 경마식 보도, 최고강도의 행정조치를 데자뷔로 경험할 수 밖에 없다.

NDMA 사태를 산업적 관점에서만 해석하면 가해자는 없고 피해자만 있다. 의도적 과실이 없는 기업들이 문제제품 회수에 따른 손실에서부터 재처방 및 재조제에 따른 건강보험 재정누수에 대한 책임까지 떠안은 것이 현실이다. 당연히 기업들은 식약처를 포함한 정부의 대응방향에 드러내놓고 불만을 터뜨리진 못하지만 볼멘소리를 여기저기 흘릴 수 밖에 없다.

식약처가 어느 시점에선가부터 “기업 스스로”라는 말을 내놓기 시작한데서 알 수 있듯이 새로운 과제로 떠오른 NDMA를 포함한 불순물 관리문제는 기업들과의 공조 없이 속도와 완벽성을 담보해 내기는 어렵다. 탁상에서 짜여진 스케쥴과 현실과의 괴리를 좁히는 노력은 그래서 필요하다. 특히나 NDMA 사태는 식약처도, 기업도 몰랐던 비의도적 사건이다. 우리만 몰랐던 것이 아니라 전세계 식약당국 모두가 알지못했던 일이다.

식약처가 생각한 의약품 불순물 관리계획은 이미 세상에 나왔지만, 이제라도 기업들과 함께 이 방안을 고도화하는 작업에 나서야 한다. 미지의 문제를 잡아낸 과학기술의 발전을 효율적으로 써먹으려면 감독과 필드플레이어의 의사소통은 필수이기 때문이다.

라니티딘 잠정 회수 및 판매중지 조치를 발표하는 식약처 김영옥 의약품안전국장. (사진=식약처 제공)
라니티딘 잠정 회수 및 판매중지 조치를 발표하는 식약처 김영옥 의약품안전국장. (사진=식약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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