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책임 제약사(스폰서)에… CRO에 전가할 수 없어”
3-1상 혼용 원인, “IP 바뀌었을 가능성 가장 커”

[Hit-Check] 업계 전문가가 본 '헬릭스미스 VM202-DPN 임상3상 데이터 불발'

"한국 바이오벤처가 자체적으로 3상을 이끌고 완료한 것은 그 자체로 인정받고 박수 받을 일이다. 그런데 이 업적을 회사 측에서 적절하게 표현하지 못했다. 주변환경으로부터 임상시험 결과가 성공인가 실패인가에 대한 관심과 요구가 매우 컸기 때문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임상 성공과 실패는 회사가 아닌 ‘규제당국’이 판단할 일이다."(글로벌 제약사 임상을 다수 총괄한 연구자)

"조 단위의 시총을 가진 회사가 내부에 CRO를 감시(oversight)할 인력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한 것은 문제다. 추후 이런 사태가 발생하지 않으려면 (적어도 헬릭스미스 정도의 규모의 회사라면) 개발(development) 역량이 있는 MD 인력이 내부에 있어야 한다."(글로벌 제약사 출신 임상개발 컨설턴트)

"헬릭스미스 임상을 ‘실패’했다고 표현할 수 없다. 다만 신약개발 역사가 워낙 짧다 보니, CRO 관리 등 미숙한 측면이 있다. 회사 측에서 혼용 데이터를 제외하고, 다시 통계적으로 데이터를 잘 정리하면 충분히 FDA와 협상이 가능하다."(글로벌 제약사 출신 바이오벤처 대표)

"임상시험의 최종 책임은 CRO가 아니라 스폰서(회사)다. 결코 CRO에 책임을 전가할 수 없다. 스폰로서 임상시험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항상 면밀하게 검토하고 관찰해야 한다."(글로벌 제약사 임상 총괄 임원)

헬릭스미스는 지난 23일 VM202-DPN 임상3상 자체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발표 내용은 일부 환자에게서 위약과 실험군 간의 약물 혼용 가능성이 발견됐다는 것입니다. 회사 측에서 발표한 ‘3상 데이터 도출 불발’은 언론을 중심으로 ‘임상 실패’라는 단어로 재가공 돼 퍼져 나갔고, 투자자들에게 혼란을 야기했습니다. 이후 회사 측은 혼용된 데이터를 제외하면, 유효성과 안전성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한 차례 ‘데이터 불발’ 발표 이후에 이어진 회사 측의 발표는 투자자에게 큰 주목을 받지 못했는지, 하락한 주가를 온전히 회복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김선영 헬릭스미스 대표는 지난달 24일 NH투자증권 본사에서 엔젠시스 임상 결과 도출 불발과 관련한 입장을 밝혔다.

히트뉴스는 헬릭스미스 사태를 통해서 짚고 넘어가야 할 업계 전반의 문제와 왜 이런 문제가 발생했는지를 정리해봤습니다. 지난 10일 혁신신약살롱 송도에서 유승신 헬릭스미스 R&D센터 바이오본부 본부장이 답변한 내용과 업계 전문가들이 자문한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Oversight' 할 수 있는 개발경험 있는 MD 출신이 가장 좋지만…

업계 전문가들이 헬릭스미스 사태를 언급하며 한 목소리로 한 말은 “신약개발 전 주기에 걸쳐 모든 책임은 임상시험수탁기관(CRO)이 아닌 스폰서(회사)”라는 것입니다. 헬릭스미스 공식 입장 역시 약물 혼용의 원인은 자체 조사를 진행 중이고, CRO에게 전적인 책임을 물을 순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또 자신들의 CRO 관리가 소홀했다는 점도 인정했습니다. 이와 함께 약물이 혼용된 3-1상과 다시 통계적 유의성을 나타낸 3-1B상의 CRO가 바뀌었다는 사실도 밝혔습니다.

유 본부장은 “임상 2상과 3-1상을 진행한 CRO는 동일했다. 2상 때는 발견하지 못 했지만, 3-1상을 진행하면서 이 CRO가 3상을 온전히 수행할 역량이 안 된다는 것을 내부적으로 인지했다”며 “3-1상 도중에 CRO를 바꿨고, 3-1B상은 현재 다른 CRO로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글로벌제약사 출신 임상시험 컨설턴트는 CRO를 감시(oversight)하기 위해선 내부에 개발(development) 역량이 있는 의학박사(MD) 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의 말을 정리해 보면 이렇습니다.

"CRO를 oversight하는 행위는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매일 실시간으로 들여다 봐야 하는 것입니다. 스폰서가 oversight를 하기 위해선 ▲품질보증(QA; Quality Assurance)에 대한 내부 표준운영지침(SOP)을 마련하고 ▲개발 역량이 있는 의학박사(MD)를 내부 인력으로 고용해야 합니다. 특히 oversight를 할 수 있는 내부 인력을 고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어 그는 현재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이뤄지고 있는 CRO 관리 실정도 지적했습니다.

“많은 회사에서 CRO를 관리(manage)하는 방식으로 월별 보고서(monthly report)를 받는다고 합니다. 이 행위는 CRO oversight를 한다고 할 수 없습니다. 이런 행위만 반복한다면 (헬릭스미스 사태와 같은) 신약개발 과정에서 큰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전혀 위기 신호를 미리 감지할 수 없어요. 그들에게 매일(day to day) 임상시험 진행 상황 전반을 보고 받도록 해야 합니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들도 이런 지적에 공감했지만, 현실적으로 내부에 MD 출신 인력을 고용하는 게 쉽지만은 않다고 했습니다. 특히 유전자치료제와 세포치료제 등 새로운 기전의 약물을 개발할 때, CRO를 선택하는 것부터 쉽지 않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말입니다. 관련해 유 상무 역시 이런 어려움을 토로했습니다.

“우리가 임상을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유전자치료제 약물을 다루는 CRO 자체가 전 세계적으로 많지 않았습니다. 우리 기전의 약물을 CRO에 이해시키는 과정 역시 어려웠고요. 저희도 (3상까지 임상을 끌고 오면서 배운 것이지만) CRO 역시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하다 보니, 가격이 높지 않은 프로젝트의 경우 자연스럽게 좋은 매니저를 배정해 놓지 않았어요. 이런 과정을 통해 저희 역시 내부에 CRO를 관리할 인력을 갖추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걸 알았어요. 하지만 이 인력을 고용하는 것 역시 쉽지 않았어요.”

이 같은 지적은 세포치료제를 개발하는 업계 관계자도 비슷하게 말했습니다.

“CRO가 정말 우리에게 모든 정보를 공개하는 것인지 애매할 때도 있어요. 이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저희도 내부 CRO 관리 인력을 채용하려고 하지만, 이런 인력을 채용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아요. CRO에서 보내주는 리포트 역시 계약 형태에 따라 주기를 결정할 수 있는데, 이런 조항이 추가되면 비용은 더 늘어나겠죠.”

실제로 개발 역량을 갖춘 MD 출신 인력 자체가 국내에는 아직 부족한 실정이라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이와 관련해 국내 바이오벤처 업계 관계자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국내 상위 제약사 역시 개발 역량이 있는 MD 인력이  소수이며 1명도 확보하지 못한 곳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진료가 아닌 신약개발 경험이 있는 MD 출신 인력 풀 자체가 우리나라에 두터운 편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진료임상과 개발임상은 완전히 다른 영역입니다.”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현 시점에서 개발 경험을 갖춘 MD를 내부 인력으로 고용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다국가 임상경험을 가진 임상시험 컨설턴트는 “현 상황에서는 적어도 다국가 CRO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CR(Clinical Researcher) 매니저급을 직접 고용하거나, 외부 자문형태로라도 활용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3상 데이터 도출 불발…꼭 그렇게 발표해야만 했나?

임상시험의 성공과 실패는 회사가 판단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닙니다. 그들이 3상까지 임상을 완료한 뒤, 데이터를 잘 가공해 규제 당국에 제출해 승인 여부를 기다리면 됩니다. 그러나 헬릭스미스가 3-1상 데이터 불발을 발표하는 문제는 투명성과 정확성 측면에서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리고 이와 같이 섣부른 결과 발표는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 투자 생태계에 던져주는 시사점도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들이 헬릭스미스 3-1상 결과 발표 방식에 제기한 문제는 이렇습니다. 왜 회사가 직접 나서서, 통계적 유의성 여부를 판단해, 투자자들에게 혼란스러운 정보를 제공했느냐는 것입니다. 아직 VM202-DPN 임상3상에서 약물이 혼용된 원인은 자체 조사 중이며, 명확한 결과는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또 회사 측은 혼용된 데이터를 제외하고 도출한 3-1B상에 대해선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를 가지고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NDA를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바이오벤처 업계 관계자가 정확한 발표가 아니라고 제기한 문제는 이렇습니다.

“헬릭스미스는 이번 발표를 3상 임상이 종료됐고, 하위 분석 결과가 더 필요하다고 발표했으면 됐다고 봅니다. 성공과 실패는 결국 규제당국이 정해줄 문제이니깐요. 데이터의 유효성이나 데이터의 통계적 유의성에 대한 문제를 발견하거나 지적 받으면, 그 부분에 대한 하위 분석을 제대로 해서 결과에 따라 FDA 승인 절차를 밟겠다고 했으면 될 일이었습니다.” 

또 업계 관계자가 투명성과 관련해 제기한 문제는 이렇습니다.

“회사 측이 실제 문제를 인지한 시점과 발표할 때까지 투명하지 않았던 건 문제입니다. 이 문제는 비단 한 순간에 발생하는 문제가 아니었을 겁니다. (회사 측에서 미리 이 문제를 발견했다면) 그 즉시 문제가 되는 지점을 개선해야 했고, 인지한 시점에 즉시 문제를 투명하게 공표했어야 합니다.”

그리고 헬릭스미스 측이 정확한 발표를 할 수 없었던 이유 중 하나로 국내 바이오 투자 생태계 문제가 지적되기도 했습니다.

“회사가 모든 정보를 정확하고 투명하게 발표할 수 없었던 배경엔 국내 투자 생태계도 있다고 봐요. 국내 투자 문화가 성숙되지 못해 한 회사의 발표 하나에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으니깐요. 신약개발에 모든 책임을 한 회사의 책임으로 돌리려는 건 문제입니다. 어차피 신약개발은 사실상 성공보다 실패할 확률이 더 높은 분야입니다. 그렇다면 신약개발에 실패하면, 그 모든 책임을 그 회사에게 물어야 할까요? 3상까지 완료한 헬릭스미스의 업적은 반드시 존중해 줘야 합니다.”

3-1상 데이터 불발…“IP 바뀌었을 가능성이 가장 클 것”

이번 임상에서 약물이 혼용된 가장 유력한 원인으로 ‘임상시약(IP)’이 바뀌었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는 게 전문가 의견입니다. 업계 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로 임상시험실시기관(site)에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다수의 글로벌 제약사 임상을 수행한 연구자의 의견은 이렇습니다.

“약 20여년 동안 다양한 임상시험을 수행했고, 수천개의 프로토콜이 돌아가는 곳에서 임상시험을 수행해 봤지만, site에서 임상 환자가 섞이는 경우는 단 한 차례도 보지 못했습니다. 글로벌 임상이 수행되는 기관과 관련 인력들은 일반적인 생각보다 훨씬 높은 통제와 안전 장치 아래에서 임상시험을 수행합니다. 특히 환자인식, 샘플처리, 샘플분석, 데이터 관리를 바코드나 라벨을 스캔하는 시스템에서는 더욱 그 수준이 올라갑니다. 하지만 임상대상자를 인식하고 임상데이터가 읽혀지고 분석을 위해 옮겨지는 과정 등에서 아주 작지만 데이터가 오염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이에 대한 면밀한 조사는 필요하고 그 결과는 향후 임상시험을 수행하는데 있어 귀중한 교훈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IP가 바뀌었을 가능성에 초점을 둔다면, 과연 CRO에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요? 전문가 의견은 이러한 문제는 CRO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고 했습니다. 그의 설명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다국적 CRO는 주기적으로 대차대조표를 통해 IP의 라벨링과 일련번호를 확인합니다. 통계적 결과에 영향을 줄만큼 IP가 바뀌었을 정도라면, CRO의 임상시험모니터요원(CRA)이 모니터링 과정에서 이를 놓치긴 현실적으로 매우 드문 경우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CRO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IP 제조 ▲IP 라벨링(위약과 시험약의 라벨링을 거꾸로 한 경우)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고 추론해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글로벌 제약사 임상 경험을 가진 전문가는 IP 제조에 더 가능성이 높다고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IP를 라벨링 할 때는, 위약과 실험약이 라벨링이 잘못 되는 것을 막기 위해 같은 방에서도 하지 (라벨링 작업을) 않는다고 들었어요. 이런 상황에 비춰볼 때, IP를 제조하는 과정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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