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 지침개정 추진...식약처 재평가 결과도 연계

"약가협상 '주객전도' 우려...부속합의 강압적"
"환자보호조치 일환...강제적 요소 없어"

건강보험공단이 개선 추진 중인 약가협상 관련 지침에 각종 배상책임을 부여하는 부속합의 항목이 포함될 것이라는 말이 돌면서 제약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런 가운데 건보공단은 지침 개정 사전 의견수렴에 미온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어 논란도 예상된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백혈병치료제 아이클로시그 공급논란과 조영제 리피오돌 공급중단 논란을 계기로 지난해 새로 도입된 약가협상 부속합의는 ▲약제 공급의무 부여 및 이행강제금(50%) ▲월별 생산(수입) 실적, 공급요청량, 실제 공급량 등 분기별 자료 제출 ▲비급여 전환 시 지속투여 필요 환자 급여적용 및 지속 공급 의무화 ▲수급불균형 발생으로 환자가 해외에서 지급입한 경우 본인부담금을 제외한 차액보상 등이 있다. 물론 약제특성에 따라 부속합의 내용을 달라지는데, 복지부와 건보공단은 이를 '환자보호방안'이라고 명명했다.

여기다 건보공단은 지난해 말 3가지 항목을 더 추가해 부속합의에 반영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적응증 추가 시 통지 의무화, 식약처 재평가를 통한 허가 취하 시 청구금액 반환, 사후 문제 발생 시 건보공단 추가부담금 배상 등이 그것이다.

해외 적응증 추가 시 통지 의무는 해외에서 협상약제의 적응증이 추가되거나 변경되는 경우 국내 허가사항 변경신청 예정시기와 급여기준 변경신청 예정시기 등을 보고하라는 내용이다. 이는 지난해 복지부가 약제 선별급여를 검토하면서 추가 적응증과 급여확대 신청 등에 대한 수요조사를 실시하겠다는 한 내용인데, 건보공단이 아예 부속합의 항목에 끼워넣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식약처 재평가를 통한 허가취하 시 청구금액 반환은 재평가 결과와 등재의약품 사후관리를 연계하는 부속합의다. 재평가 결과 허가가 취하되거나 일부 적응증이 삭제된 경우 해당 청구금액을 건보공단에 반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사후 문제 발생 시 건보공단 추가부담금 배상은 발사르탄 사건 후속대책으로 보인다. 건보공단은 발사르탄 사건과 관련해 추가 부담금을 환수하기 위한 소송을 검토하고 있지만 식약처 조사결과 등에 의존해야 하고, 품목별로 야기한 손해액 자체를 특정하기가 원활치 않아서 현재 소송개시 자체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이 부분을 처음부터 부속합의에 반영하면 손해를 구상하는 데 용이할 것으로 건보공단은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 발사르탄 사건과 같이 문제의약품 교체, 재처방·조제 등으로 추가비용이 발생할 경우 해당 업체가 이를 배상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제약계는 장래에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까지 제약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합의를 강요하는 건 강압을 넘어 '협박'수준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다국적사 한 관계자는 "이런 부속합의 항목이 실제 마련되면 약가 등 주계약이 아닌 부속합의로 인해 협상 자체가 불발되는 사례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그야말로 주객이 전도된 황당한 일이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관계자는 ""본사 설득에는 주계약 자체도 높은 허들이다. 그런데 앞으로는 부속합의가 더 큰 걸림돌이 될 것 같다"고 했다.

반면 건보공단 측은 "환자보호를 위해 필요한 조치들을 부속합의에 담으려는 것이다. 약가협상의 핵심은 상한금액 등을 정하는 주계약이고, 이건 말그대로 부속합의다. 주계약과 분리해서 봐야 할 사안이고 강압적인 것도 없다"고 했다.

앞서 강청희 급여상임이사는 지난 5일 출입기자단 설명회에서 "약가협상 계약서를 환자 알권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정하고 있다. 60일간 충분히 약가협상이 진행되기 때문에 강압적인 계약은 아니다"라고 일축하기도 했다.

한편 제약계는 이런 환자보호방안 표준화 부속합의 내용을 지침에 반영하기 전에 의견수렴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건보공단 측은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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