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대규모 정지 후에도 약국 몰아주기 등 백마진 더주기·결제 이어져
회색지대 지적 속 유사 사례 재발 방지책 필요 목소리도

이해를 돕기 위한 그림으로, 생성형 AI로 제작했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한 그림으로, 생성형 AI로 제작했습니다.

지난해 약국가에서 5000원 이상 결제시 카드사 포인트로 우수리 금액을 받는 일명 '5999 카드' 문제가 불거져 900명 가까운 약사 및 지인의 카드가 정지됐지만, 해가 지나도 여전히 시장에서 관행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다한 백마진으로 인한 현행법령 위반 소지가 있다는 데서 문제가 됐던 만큼 추가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6일 약국가 및 유통업체, 제약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신한카드가 카드 부정 사용 및 포인트 부정 수급 문제를 들면서 약사 등 총 890명의 '신한 더모아 카드'의 사용을 정지시켰음에도 올해 1월부터 5999 카드를 이용해 분할 결제를 하는 사례가 꾸준히 벌어지고 있다. 취재 결과 전국 유통업체마다 상황은 다르지만 적게는 한 달 기준 1000만원부터 3500만원 이상까지 다양한 금액이 특정 약국에서 유통업체 쪽으로 직접 거래되는 형태로 진행됐다. 또 기존 부정 사용으로 제한돼 왔던 다른 약국 약사의 특정 약국 분할 결제는 물론, 의약품 전달을 위해 반품을 한 뒤 다시 해당 약사가 맡는 3자 거래식 역시 적지만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말이다.

사실 해당 카드의 혜택은 간단하다. 5000원 이상을 결제할 경우 1000원 단위 미만 금액을 전부 포인트로 적립해주는 것이다. 연간 한도가 정해져 있긴 하지만, 5999원을 결제하면 대금 결제일 이후 999원이 포인트로 모이고 이를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언뜻 보면 우수리 금액이 적어 보이지만 발급 당시 카드 약관을 보면 그 액수가 적지 않다. 카드사가 지정한 특별 가맹점이 아니라고 해도 전월 실적 67만원 이상을 기록하면 주는 추가 포인트 등을 더하면 건당 최대 20% 이상에 추정되는 상황. 한 번에 필요한 의약품을 최대 몇 백만원 이상을 한 번에 구매하는 약국의 패턴을 생각해보면 이들이 구매한 금액 중 많은 금액은 카드 포인트로 적립된다. 해당 카드사 규정상 ‘1포인트=1원’으로 온ㆍ오프라인에서 모두 사용할 수 있기에 캐쉬백에 가까운 형태다.

 

쏠쏠한 포인트 받으려, 약업계 모두 쉬쉬하던 '그 관행'

법령 헛점 파고든 '회색지대'… 일부 의약품몰 유사 사례까지

물론 그 전부터 5999원 조항을 악용하는 사례는 있어 왔다. 네티즌 사이에서 '대란'이라 회자될 만큼 포인트 적립 액수가 컸고, 카드사 측도 채 2년이 되지 않아 카드를 단종시키고 분할 결제를 막을 정도의 사안이었던 탓이다. 약업계 역시 해당 카드의 문제점이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부 유통업체 및 제약사의 의약사 대상 온라인 쇼핑몰에서 '5999원 결제 가능'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면서부터다.

약국가에서 특히 해당 카드가 문제가 되는 대목은 약사가 의약품을 구입할 때 적용되는 소위 '2.8% 백마진 규칙' 이상의 할인을 받는다는 점이다. 지난 2010년 개정된 의료법과 약사법, 의료기기법 등을 보면 약국이 대금을 결제할 때 받을 수 있는 최대 할인폭은 약사법 시행규칙상 1.8%와 카드 마일리지 1.0% 등 최대 2.8%다. 유통업계와 약국 간 뒷거래 문제가 벌어질 수 있기에 할인 상한폭을 법적으로 정해 문제 소지를 처음부터 차단하겠다는 이유에서였다.

반면 5999원 결제 방식을 적용하면 약사가 받을 수 있는 금융비용 최대 할인폭은 이를 넘어선다. 관행적으로 이뤄지긴 하지만, 이는 결국 약사법 내 불법 리베이트 규정 위반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그나마 일반의약품이나 의약외품 등 약국이 취급하는 제품 중 가격이 정해지지 않은 것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처방전에 따른 조제 수익을 받는 즉 보험약가가 있는 전문의약품을 조제하기 위해 구매했던 금액은 법적으로 구매금액이 정해진 보험약가보다 낮은 금액에 거래를 하게 되는 것이고 이는 국민건강보험법에 위배된다는 의견이다.

약업계도 변명의 여지가 있다. 문제에 소극적으로 대처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다는 뜻이다. 해당 카드의 포인트 문제가 그동안 당사자는 물론 정부까지 명확히 답변할 수 없는 소위 '회색지대'라는 평이 그 까닭이다. 카드사의 경우 카드 사용에 따른 포인트를 지급한다는 점에서, 약국은 카드사가 주는 포인트를 받는 것뿐 의약품과 관계된 백마진 할인폭은 지키고 있다는 이유로, 당국은 카드사의 결정으로 정부가 개입할 수 없다는 점을 들어왔다.

일각에서는 해당 카드가 이미 발급 중단된 상황에서 2021년 말부로 유효기간 연장이 불가능한 이상 사라질 문제라는 낙관론도 있다. 실제 가장 해당 카드의 사용기한은 최대 2027년 1월로 고정돼 있다. 하지만 향후 유사 사례 가능성과 현행법에 저촉될 백마진 문제를 카드가 사라진다는 이유로 나둘 수 있는 것이냐는 비판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서울 지역의 한 약사는 "약사들 입장에서도 그동안 쉬쉬하고 있었던 사안이다. 포인트 환원은 생각했지, 법 저촉 여부까지는 생각하지 않고 사용하는 약국도 많았던 만큼 이 문제는 유사 사례를 막기 위해서도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하나의 카드가 10여년간 정착돼 왔던 백마진 상한제를 무너트리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지난해부터 일부 제약사의 (의약사 전용) 몰은 이와 유사한 카드 포인트 지급을 앞세워 약사들이 백마진 상한폭보다 더욱 많은 포인트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기존 제도마저 퇴색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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