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약사회 원고 적정도 해당 약국 이의도 모두 기각
명의자, 위치 바뀐 약국, 일각선 편법 개설 새 사례될라 지적

서울 강남 모 병원 내 원내약국 이슈를 두고 벌여왔던 소송에서 대한약사회와 인근 약국이 다시 승소했다. 하지만 대한약사회는 원고의 자격이 없다는 결론을 받아들었고, 이슈를 불러왔던 약국은 소송에서 졌지만 2심 도중 이미 약국 위치를 바꿨고 주인마저 바뀐 상황이다. 때문에 다툼은 주제와 장소를 바꿔 '다음 장'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서울고등법원 제9-2행정부는 15일 오후 대한약사회 등 2명이 강남구보건소 등을 상대로 한 '약국개설 등록처분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양측 주장을 모두 기각했다. 이번 소송은 앞 1심에 더해 항소심 도중 원내약국 이슈가 있었던 약국의 폐업 신청 등을 비롯해 피해 약국의 손해배상 의무를 더하기 위한 약사회 측과 보건소 측의 입장 차이가 있었던 사안이다.

대한약사회와 지역 약사회 등이 2018년 입지 문제로 개설이 무산됐던 약국을 4년 뒤인 2022년 동일한 위치에 개설허가한 강남구보건소를 상대로 시작된 이 소송전은 약사회 등이 1심에서 승소한 이후 자연스럽게 2심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이후 소송 진행 전부터 해당 건물 내 약국의 폐업 및 옆 건물 약국 개업 신청, 약사회 측의 손해배상 청구 및 강남구보건소 담당 직원 및 대한민국으로의 피고 범위 확장 등이 공판에서 끊임없이 다뤄졌다.

약사회 측은 문제가 불거졌던 약국이 폐업하고 약국을 옆에 짓는 식으로 인근 약국에 피해를 주고 있다는 점, 소송 중 이전 허가는 부적절하다면서 손해배상 소송을 합치자고 주장했다. 새로 개설된 약국 역시 개설 취소 처분 이후 재개설 제한 기간 6개월이 있는데, 약국을 다시 내어 주는 것 자체에 제동을 걸어달라는 뜻이다.

강남구보건소는 여기에 손해배상 소송 대상 중에는 1심에 참여하지 않았던 허가 담당 직원 등이 있어 이들이 죄가 있는지 없는지를 따지기가 애매하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재판부 역시 소송 중간에 새로운 내용의 손해배상 청구를 진행한 선례가 없다며 고심했다. 결국 지난해 12월 약사회 측이 관련 청구 소송을 취하하며 손해배상을 제외한 약국개설 등록처분 취소의 결과만이 판결 대상이 됐다.

 

이겼는데 이기지 못한, 졌는데 지지 못한 양측

결국 흐지부지된 사건 속이야기는?

1심 승소 이후 약사회 등과 강남구보건소 등은 각각 맞항소했다. 약사회 측은 1심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대한약사회가 원고의 자격이 있는지' 여부를, 보건소 측은 1심 결과를 납득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런데 소송 중 약국이 폐업을 신고하고 인근에 약국 개설 신청을 낸 뒤 강남구보건소가 이를 허가하면서 약국은 결국 재영업을 시작한 것이 첫 변수였다. 앞서 약사회가 손해배상 및 가처분 신청 등을 진행하면서 문제를 제기했던 이유는 이같은 문제 소지를 최소화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재판부 측이 고심을 거듭했고, 약사회 측 변호를 맡은 이들 역시 향후 소송의 결과를 보고 다시 한 번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됐다.

두 번째 변수도 있었다. 소송 진행 중 해당 약국의 명의자가 이번 소송의 피고에서 다른 약사로 넘어간 것이다. 대표약사가 같은 경우 1심의 결과를 준용해 해당 약국의 개설허가가 취소되지만, 이미 '다른 사람이 다른 위치에서' 운영하고 있는 약국은 소송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대한약사회가 원고로 받아들여지지 않은 점은 차치하더라도 이번 소송의 결과는 결국 '당초 위치했던 약국을 약사법상 금지하고 있는 원내약국이라고 볼 수 있다'는 선언적 의미로 남은 셈이 됐다. 물론 판결의 의미는 크지만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혹여 향후 새로운 편법 원내약국의 가능성을 속으로 품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만약 문제가 생겼을 경우 결국 위치와 명의를 바꾸는 식으로 문제를 회피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만약 바뀐 명의자가 동업자 혹은 금전적 관계로 얽혀있는 상황이라면 악의적으로 처벌을 피하는 수단으로 전락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다.

민감한 원내약국 소송에서 승리했지만 다소 씁쓸함을 남긴 약사회와 인근 약국, 항소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약국, 이번 소송으로 문제에서 뒤로 비껴난 보건소 등이 한데 엉킨 이번 소송은 향후 새로운 소송전 가능성이 남아있어 향후 그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히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