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수 가능 9조, 불가능 12조 사이서 제약사 '엿가락 기준' 지적
정부 힘주던 '마약류 관리 헛점' 비판도

'마약류 반품' 규정을 두고 약업계 안에서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마약법'에서 양수가 '가능'한 9조와 '불가능'한 12조를 제약사들이 자사 기준대로 해석하면서 어떤 곳은 동일한 성분임에도 반품을 받고, 또 다른 곳은 그렇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최근 정부가 힘주고 있는 '의료용 마약류' 관리에서 제품을 빼돌릴 우려가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14일 약국가 등에 따르면 최근 마약류를 반품하는 과정에서 회사마다 적용하는 법률 규정이 달라 제품을 정산하지 못하는 등의 사례가 나오면서 통일성 있는 규정의 정비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현재 마약류 및 향정신성의약품의 경우 제조사 혹은 수입사(제약사)를 시작으로 유통업체, 약국, 환자에게 지급된 양까지 움직임을 '마약관리통합시스템'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일반적인 조제용 의약품과 달리 '마약류 의약품'은 반품 과정에서 보건소에 보고를 해야 하는 등의 절차가 있다. 문제는 보고까지 한 의약품의 '반품이 가능하냐 불가능하냐'를 두고 제약사들마다 같은 법률 내 다른 규정을 적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행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9조에서는 마약류를 다룰 수 있는 사람(마약류 취급 승인자)이 소유 또는 관리하던 제품을 사용 중단 등의 이유로 원소유자 혹은 마약류 취급자 그리고 마약류 취급 승인자와 외국의 원소유자에게 반품하려는 경우 이를 가능하게 해놨다(반품 가능).

반면 제12조에서는 △ 유효기간 또는 사용기한의 경과 △유효기간 또는 사용기한이 지나지 않아도 재고 관리 또는 보관을 하기에 곤란한 경우에는 '사고 마약류'라는 이름을 들어 마약류 취급자 혹은 취급 승인자가 제품을 폐기하도록 하고 있다(반품 불가능).

업계에서는 제약사가 어떤 기준을 적용하느냐에 따라 어떤 곳은 반품이 가능하고 또 다른 곳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실제 국내사의 경우 가능한 법령을 적용해 보건소 보고 서류 등으로 반품을 가능하게 한다. 마약류의 경우 세트처방용 의약품보다는 가격이 높은 경우가 많아 조제 후 남는 제품의 반품이 중요한데, 제약사가 서로 다른 규정을 적용하고 있다는 뜻이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 발췌

제9조 수수 등의 제한

 ①마약류취급자 또는 마약류취급승인자(제3조제2호부터 제7호까지 또는 제4조제2항제7호에 따라 마약류 취급의 승인을 받은 자를 말한다. 이하 같다)는 마약류취급자 또는 마약류취급승인자가 아닌 자로부터 마약류를 양수할 수 없다. 다만, 제13조에 따라 허가관청의 승인을 받은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②마약류취급자 또는 마약류취급승인자는 이 법에서 정한 경우 외에는 마약류를 양도할 수 없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2. 소유 또는 관리하던 마약 및 향정신성의약품을 사용중단 등의 사유로 원소유자 등인 마약류취급자ㆍ마약류취급승인자 또는 외국의 원소유자 등에게 반품하려는 경우

제12조 사고 마약류 등의 처리

①마약류취급자 또는 마약류취급승인자는 소지하고 있는 마약류에 대하여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가 발생하면 총리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해당 허가관청(마약류취급의료업자의 경우에는 해당 의료기관의 개설허가나 신고관청을 말하며, 마약류소매업자의 경우에는 약국 개설 등록관청을 말한다. 이하 같다)에 지체 없이 그 사유를 보고하여야 한다.

②마약류취급자 또는 마약류취급승인자가 소지하고 있는 마약류를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로 폐기하려는 경우에는 총리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폐기하여야 한다.

2. 유효기한 또는 사용기한의 경과

3. 유효기한 또는 사용기한이 지나지 아니하였으나 재고관리 또는 보관을 하기에 곤란한 사유

 

실제로 반품을 하지 않는 사례는 다국적사에서 더 많이 보인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꾸준히 수요가 있는 정신신경용제를 보유한 다국적사 A사의 경우 서류를 제출해도 12조를 적용해 폐기, 즉 반품이 어렵다는 답변을 유통업체 등에 전하기도 한 바 있다. 이밖에도 다국적사 B사 등이 같은 이유로 약국 반품을 거절하고 유통업체에 폐기를 맡긴다.

약국가와 유통업체들은 이같은 문제가 더 나아가 마약류 의약품의 관리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반품 관련 내용은 마약관리통합시스템이 아닌 유통업체의 자체적인 데이터를 활용하고 있기에 악의를 가진 사람이 이를 빼돌려 사용량을 조작하면 해당 의약품이 음성적으로 유통될 가능성을 내포한다는 것이다.

수도권의 한 약사는 "회사마다 기준이 모호하고 특히 상대적으로 반품 등에서 트러블이 많은 다국적사들이 비호의적인 반응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며 "법 안에 해석의 여지가 다른 2개의 조항이 있다는 것을 왜 개선하지 않는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 역시 "약국 등의 불만은 차치하고 마약류 반품은 보건소가 (반품을) 인정해줘도 제약사들이 엿가락처럼 활용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정부가 마약류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하는데, 정작 일선에서 생기는 문제를 해결할 의지는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정부가 의료용 마약류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나선 분위기에서 현재 자의적으로 해석되는 법률 규정이 병치(竝置)한다는 데서 향후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 주목해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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