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도 방어도 '절반의 성공' 노바티스 6년 리베이트
담론을 던진 메디톡스-대웅제약 '제1차 톡신 대전'
식약처 규제 돌아보게 한 영진약품 '유토마' 손해배상

 기획 | HIT가 추려 본 올해의 약업계 소송 ② 

약업계 소송은 단순히 이기고 지는 문제가 아니다. 약가, 수출, 허가 등에 기준이 될 수 있어 앞으로 제약바이오업계 움직임을 판단할 수 있는 바로미터로 작용한다. 히트뉴스는 올해 약업계에서 유의미한 쟁송을 뽑아 2편에 걸쳐 다뤄본다.

6년 싸움, 결론은 씁쓸함
노바티스 리베이트 소송… 그 끝은

한국노바티스 불법 리베이트 혐의 관련 소송은 2017년부터 6년간 이어진 긴 싸움이었습니다. 그만큼 결말은 씁쓸합니다.

2016년 서울서부지검 의약품리베이트합동수사단은 한국노바티스 본사를 비롯해 보건의료전문지 및 학술지는 물론,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 등을 압수수색했습니다. 회사가 세미나와 학술지 제작 등을 위한 좌담회를 열고 의사들에게 금품을 지급하고 있다는 혐의였습니다.

사건은 커져 국내 보건의료전문지를 비롯해 학술출판사 대표, 노바티스 당시 대표를 비롯한 전현직 임원과 사업부 구성원까지 수십 명이 피의자 혹은 참고인 진술 등 조사를 받았습니다. 검찰은 2016년 일부 의사에게 총 25억9000만원 상당의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노바티스 측은 '개인의 일탈'이라며 반발했습니다. 서부지검은 그러나 회사 및 전현직 임원 등을 포함해 총 20여명을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합니다. 6년간 이 소송을 쫓아다니며 검찰 측이 들고 오는 한 수레의 증거와 수많은 이의 진술, 낮에 시작해 깜깜해져야 끝나는 소송 기일을 몇 번이나 경험해야 했습니다.

노바티스 등 피고 측은 '변종 리베이트가 아니라 어쩔 수 없고 또 정당한 수단이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희소성이 있는 질환인 만큼 부를 수 있는 전문가(의사)의 수가 적고 나름의 기준이 있었다는 것이죠. 검찰은 판매 촉진 목적을 입증하는 진술과 더불어 수익률 분석 자료, 실제 만들어지긴 했지만 발간되지 않고 모 전문지 창고에 쌓여 있던 학술지 등 압수수색 상황을 고려할 때 다양한 차원에서 조직적 리베이트가 있었다고 피력했습니다.

정작 1심은 회사 측에서 리베이트 혐의를 진술했던 일부 직원과 의약전문지에 책임을 묻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조직적 범죄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었죠. 공소시효 문제도 있었고요. 2심도 비슷하게 진행됐습니다. 하지만 사건은 무죄를 받았던 일부 피고가 유죄를 받으면서 다시 대법원으로 넘어갔습니다. 결과는 상고 기각으로 2심 판결을 확정 지었습니다.

이 소송 결과는 업계에서 여전히 회자됩니다. 누군가 유사 혐의로 566억원의 과징금을 받았던 것과 비교해 가볍다는 것이죠. 검찰은 6년에 걸쳐 조직적 범죄를 입증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무위에 그쳤습니다. 무엇보다 소송은 2018~2019년을 기점으로 부상한 CP 관련 이슈 등으로, 소송 당사자들만 열을 낸 아쉬운 쟁송이기도 합니다.
 

길고 길었지만 아직도 한참 남은 '진짜 결론'
메디톡스와 대웅제약, 6년간 1차 톡신 대전 

변론기일 21회, 준비기일 21회, 감정 2회, 서류는 수레 몇 대에 달할 정도로 대형 소송전이었습니다. 대웅제약과 메디톡스,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이른바 '톡신 6년 1차대전'입니다. 메디톡스가 대웅제약을 상대로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금지 1심 소송은 사실 사건 밖에서 더 큰 담론을 만들어낸 사건입니다.

판결 결과부터 이야기하면 서울중앙지법은 2월 청구소송 1심에서 원고인 메디톡스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여기에 대웅제약과 대웅이 메디톡스에 손해배상금 400억 원을 지급하고 메디톡스에 균주를 인도하며 이를 대웅제약 측이 사용할 수 없도록 회사 사무소, 연구소, 공장, 창고 등에 보관된 독소 제제 완제품, 반제품을 폐기하라는 선고를 내렸습니다.

사실 시작은 별것 아니었습니다. 2016년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은 휴젤과 대웅제약이 각각 부패한 통조림과 축사에서 균주를 채취했다고 공개한 것과 관련 정부가 허술하게 독소 관리를 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부터입니다.

메디톡스는 발언 이후 보도자료를 통해 대웅제약과 휴젤에 각사 보툴리눔톡신 제제의 원료인 균주 기원을 규명하자고 공개토론을 제안했습니다. 나보타의 경우 경기도 용인의 한 마구간에서 균주를 발견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그같은 과정에서 균주를 채취해 개발하기는 어렵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일각에서는 해당 사안을 두고 애브비(당시 엘러간)의 미국 진출 제안 이후 진출이 늦어지면서 역으로 좀 더 빠르게 진출이 가능했던 대웅제약의 나보타를 견제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당시 대웅제약과 휴젤 내부에서는 이런 반응을 보이며 결국 타사 톡신 흠집 내기에 불과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메디톡스는 굴하지 않았죠. 결국 대웅제약이 기자회견까지 열며 메디톡스의 결투장에 전면 참전을 선언했습니다. 이후에는 미국 캘리포니아 오렌지카운티 지방법원 소송과 그에 따른 '관할권 없음' 결정을 얻은 뒤 ITC에서 영업비밀 침해를 들어 대웅의 파트너사인 에볼루스 등에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와 함께 진행된 소송이 2017년 제기된 바로 이 사건입니다.

사실 이번 소송이 메디톡스의 일부 승소로 끝났으나 대웅제약은 바로 서울고등법원에 항소한 상태입니다. 때문에 결정이 뒤집히거나 메디톡스에 유리한 결론이 나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번 사건의 중요성은 따로 있습니다. 국내 제약사들이 수도 없이 생산하고 있는 보툴리눔 톡신의 가치를 어디 둬야 하는지입니다. 이번 소송은 앞선 간접수출 건 등과도 직간접적으로 모두 이어져 있습니다. 진실 여부와 더불어 국내 업계의 '보툴리눔 톡신이 정말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라는 고민을 줬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이 내용, 보신 적 있다고요? 네. 지난 10월에 발간된 <끝까지 HIT> 7호에서 자세한 내용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올바른 규제가, 아픔을 막는다'
국산 신약 '유토마' 소송이 남긴건 눈물이었다

2019년 시작해 2심이 진행 중인 영진약품과 알앤에스바이오간 '유토마' 관련 손해배상 소송은 소송가액 이상 시장에서 의미를 가집니다. 해당 소송 내용을 하나하나 따라가 보면 식약당국의 허가 과정 부실에도, 결국 처리하지 못했던 또 다른 이슈가 남아있기 때문이죠.

소송은 2012년 영진약품이 허가받은 유토마외용액 2%의 허가 및 취소 과정에서 판권을 계약한 업체가 그 피해와 손해를 보상받으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돼지 폐의 추출물을 이용해 아토피를 치료한다는 콘셉트로 개발됐던 유토마는 판권이 2012년 알앤에스바이오로 넘어갔지만, 회사는 제대로 제품을 낼 수 없었습니다. 원료의약품이 제대로 생산되지 않았고 시험성적서까지 조작됐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죠.

결국 시판 후 조사도 하지 못한 채 제품은 사라졌고 판권 계약을 한 회사만 손해를 뒤집어쓰게 됐습니다. 결국 알앤에스바이오는 2019년 특정경제범죄와 용역대금 미지급 등의 혐의로 영진약품을 고발했고 손해배상 소송에서 2020년 재청구를 통해 손해배상 비용을 기존 92억 원에서 143억 원으로 늘렸습니다.

영진약품이 올린 공시만 보면 이번 판결은 '유토마외용액2% 판매권 계약 등의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소송 건으로 소송에 대한 1심 판결 선고로 진행되는 것이며 판결 결정금액은 총 소송가액에서 손해배상액이 입증이 없는 약 48억9000만원 상당을 제외한 금액을 보상하는 것으로 결론 났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남겨진 이슈는 여전합니다.

먼저 허위 자료를 감지할 수 있는 식약처의 능력이 얼마나 진화했는지 문제입니다. 실제 2019년 서울서부지검이 유토마외용액의 원료생산업체를 중국으로 변경하기 위해 식약처에 제출한 자료를 조사할 당시 영진약품 직원이 허위 실험자료를 작성한 사실, 그 외 광범위한 허위 자료, 영진약품이 원료물질을 생산하지 않았다는 국회의 지적 이후 식약처는 신약의 허가 정보 범위에서 조직적 운영 시스템을 구축한다고 했으나 현재까지 대책이 마련됐는지에는 업계 내부에서 '잘 모르겠다'는 평이 나오는 것이 사실입니다.

다른 문제는 소송 과정에서 남겨진 이들의 아픔을 보상할 방법이 없다는 점입니다. 실제 특허권자인 최 모 박사는 자신의 기술을 입증받았음에도 허위신고로 '거짓말쟁이'로 수많은 시간을 견뎌야 했다고 주변 사람들은 전합니다. 판권을 받은 회사 역시 결국 판매는커녕 회사를 유지할 수 없는 상황이 만들어졌습니다. 현재 2심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현재의 결과는 충분히 바뀔 수 있다지만 사건과 별개로 '올바른 규제는 잘못된 허가를 막고 애먼 이의 아픔을 막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데서 사건과 다른 의미를 주는 사건이라는 평이 나옵니다.
 

적응증은 '품목별 약가'를 거스를 수 있을까
'포시가' 두고 이어진, 결론 전 끝난 소송전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화제만 끌고 사라진 소송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아스트라제네카의 당뇨치료제 '포시가'를 두고 벌어진 사건입니다. 한 단어로 정리하면 간단하지만 '한 문장', '한 단락'씩 늘려보면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가 숨어있습니다.

한 단어로 정리하면 '약가보존'이 될 것이고,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적응증이 남았다고 약가를 지킬 수 있느냐', 한 단락으로 정리하면 '제네릭이 적응증이 없다는 이유로 회사가 약가 인하를 막을 수 있느냐'라는 약가 정책의 근본적인 문제와 맞닿아 있습니다.

포시가는 지난 4월 8일을 기점으로 특허가 끝나 제네릭이 동시다발적으로 나온 스테디셀러입니다. 작년에만 무려 500억원 이상의 원외처방액을 기록한 바 있죠. 하지만 4월 이후 나온 제네릭과 오리지널 사이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오리지널은 당뇨, 심부전, 신부전 적응증이 있지만 제네릭은 당뇨 하나뿐이라는 겁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보건당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제네릭과 다른 적응증이 있는데 제네릭 등장만으로 약가를 깎는 것은 옳지 못하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당국과 업계 안팎은 술렁거렸습니다. 품목을 기준으로 약가를 책정하던 것은 정부 방침이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상황은 다르지만 유사 사례는 있었습니다. 통증 치료제 '리리카'를 둔 화이자와 국내 제약사들 간 소송입니다. 하지만 이는 남아있는 간질 증상으로만 쓸 수 있었던 해당 약을 아직 용도 특허가 남아있던 '신경병성 통증 치료'에 쓰는데 따른 손해배상의 개념이었고 약가 인하에 따른 문제를 지적한 바 없었습니다. 유사한 사건도 비슷한 방식을 택했습니다. 이 때문에 안팎에서는 소송의 당위성이 무엇이냐는 비판마저 나왔습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국내 제약업계와 내용증명까지 보내며 다툰 이야기는 생략하겠습니다.

해당 소송은 결국 없었던 일로 끝날 예정입니다. 아스트라제네카가 내년 상반기를 끝으로 포시가의 국내 공급 중단을 선언했기 때문입니다. 업계에서는 단순히 국내 약가뿐만 아니라 이미 미국 등에서 10㎎ 30정 기준 최소 금액이 555달러(약 60만원)에 팔리는 상황에서 굳이 약가 인하를 맞아가면서까지 있을 필요가 있겠냐는 이야기를 전합니다. 사정을 들어보면 납득이 가는 상황이기도 하지요.

하지만 2021년 11월 급여기준 확대를 신청한 상태에서 제네릭 등장에 약가가 떨어지자마자 정부에 소송을 제기하면서 방어에 나섰고 집행정지가 끝날 즈음인 2024년 2월이 채 두 달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품목의 자진 취하 결정은 우리 보건당국에는 배짱으로 비쳐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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