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제 주성분, 첨가제가 됐다? 대법원서 웃은 '유케이케미팜'
한 번의 실패에도 얻어낸 승리, '빌베리건조엑스' 급여 삭제
경기는 제약사쪽으로 기울고… 업체 승기잡는 '톡신 간접수출'

 기획 | HIT가 추려 본 올해의 약업계 소송 ① 

약업계 소송은 단순히 이기고 지는 문제가 아니다. 약가, 수출, 허가 등에 기준이 될 수 있어 앞으로 제약바이오업계 움직임을 판단할 수 있는 바로미터로 작용한다. 히트뉴스는 올해 약업계에서 유의미한 쟁송을 뽑아 2편에 걸쳐 다뤄본다. 

허가받았는데 '주성분'이 아니라고? 약가를 깎는다고?
대법원서도 웃은 '유케이케미팜'

올해 4월 '심리불속행 기각(원심 판결에 법 위반 등 사유가 없다고 판단해 본안을 심리하지 않고 상고를 기각하는 절차)'으로 제약사가 웃으며 결론이 난 유케이케미팜과 보건복지부의 사건은 국내에서도 흔히 있는 형태의 사건은 아닙니다. 이번 사건을 들여다보기 위해서는 2016년 4월로 거슬러가야 합니다.

유케이케미팜은 '타고닌키트주' 등의 주사제 허가를 받으면서 '염화나트륨'을 '주성분'으로 표기했습니다. 허가를 맡았던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를 받아들였고, 그 결과, 해당 약제는 보건복지부와 약가 협상에서 복합제로 약가를 받았습니다.

2018년 7월 문제가 생겼습니다. 식약처가 재평가 과정에서 염화나트륨을 등장화제(等張化劑) 즉, 삼투압을 맞추기 위한 '첨가제'로 본 겁니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큰 문제점은 약가입니다. 복합제가 아닌 단일제로 허가가 변경되기에 약가를 낮게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복지부는 이후 앞선 제품을 비롯한 9개 품목의 약가를 적게는 15%대에서 최대 47%나 인하했습니다. 회사는 반발할 수밖에 없었지요.

회사는 이에 문제를 제기해 2021년 12월 소송을 제기합니다. 그리고 2022년 4월 서울행정법원은 유케이케미팜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정부는 이의를 제기하며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끌고 갔습니다. 그런데 고등법원도 회사의 손을 들어준 겁니다. 정부는 대법원으로 끌고갔습니다. 대법원 결과도 같았습니다.

이번 사건은 급여 등재품목의 허가 변경으로 인한 약가 소송에서 제약업계가 논리를 가질 수 있다면 승산이 있음을 보여준 첫 사례입니다. 실제 그동안 업계 바깥은 '소송이 제품을 높은 가격으로 팔기 위한 수단이 아니냐'는 고정된 시각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소송만 3년, 기록으로 7년에 해당하는 이번 사건이 더 주목받습니다.

한편 결이 조금 다르지만, 국내 제약사들 일부에서 2018년 발사르탄 불순물 관련 구상금 청구소송에서 금액을 깎는 등 일부 승소 판결이 나오고 있습니다. 약가 소송의 추이가 조금씩 바뀐다는 점은 흥미로운 점 입니다.

 

국민에게 '필요한 약'은 무엇인가?
실패와 성공이 교차한 '빌베리' 약가 인하 소송

주목할만한 또하나의 소송은 '빌베리건조엑스' 약가 인하 소송입니다.

발단은 2021년 정부가 약제급여 적정성 평가에서 빌베리건조엑스 성분 제제에 '적정성 없음' 결정을 내린 것입니다. 때문에 많게는 수십억원의 제품이 급여 등재에 실패해 사실상 시장에서 사라질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7개 제약사가 각각 3개군으로 나눠 소송에 돌입합니다. 태준제약이 단독으로, 국제약품ㆍ삼천당제약ㆍ영일제약ㆍ한국휴텍스제약 등 4곳, 유니메드제약ㆍCMG제약 등 2곳이었습니다.

첫 판결은 태준제약의 소송에서 나왔습니다. 패소였습니다. 업계는 어느 정도 상황을 예상했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그동안 약가 소송은 정부가 승소하는 경우가 많았으니까요. 이변이 일어납니다. 국제약품 등 4곳의 제약사가 승소 확정 판결을 받은 것입니다. 승산 없다고까지 여겨지는 소송에서 승소한 것은 '사회적 필요도를 제시한 논리'가 먹혔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정부의 재평가 기전을 다시 한 번 볼 필요가 있습니다. 복지부는 △임상적 유용성(충분한 의학적ㆍ과학적 근거 및 표준의 일관성 여부) △비용효과성(대체 가능성 및 투약 비용) △사회적 요구도 등을 들어 유용성 여부를 평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해당 약제를 대신해 완벽하게 일치하는 약은 사실상 없는 상황입니다. 더욱이 해당 약제를 막으면서 다른 약제의 풍선효과가 일어난 것은 업계 입장에서는 주지의 사실이기도 합니다. 즉 완벽히 적용되는 약제가 없이 다른 약제를 복용하게 하는 것은 환자 입장에서는 비용효과성이 떨어진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를 어필한 것이 먹혀들어간 셈입니다.

이렇게 한 쪽은 실패해 급여 삭제되고, 또다른 회사는 급여로 남은 이번 소송은 내년 마지막 유니메드제약ㆍCMG제약의 판결만을 앞두고 있습니다. 판결선고기일이 연기되면서 정부 승리 일변도의 판결이 나오기 어렵다는 주장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편 이와 관련한 자세한 이야기는 내년 초에 온라인 및 오프라인으로 발간 예정인 <끝까지 HIT> 8호에서 자세한 내용을 보실 수 있습니다.

 

간접수출, 업계로 기우는 분위기?
메디톡스와 파마리서치의 '간접수출 소송'

<히트뉴스>가 발간하는 계간지 <끝까지HIT>에서도 다뤘던 '톡신 간접수출' 사건의 첫 결론이 하나씩 나오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 결과가 점점 제약사의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것입니다. 첫 판결은 대전지방법원이 지난 7월 6일 메디톡스가 대전식약청을 상대로 낸 제조판매 중지명령 등 취소 청구소송에서 메디톡스의 청구를 인용했다는데서 시작합니다.

이번 소송 역시 지난하지만 핵심은 간단합니다. 수출용 의약품을 자체 수출하지 않고, 판매를 대행하는 무역업체에 넘길 경우 '약사법 위반이 되느냐 아니냐'입니다. 이걸 '간접 수출'이라고 표현합니다.

의약품을 수출하는 방법은 크게 2가지입니다. 직접 진출해서 파트너십 혹은 해당 국가에서 직접 영업을 하거나 무역업체 등을 통해 수출용으로 판매하는 것입니다. 국내에 판매하지 않고 해외에 판매한다는 조건으로 가능한 지점입니다.

문제는 식약처가 메디톡스의 역가 조작 혐의 등을 조사하던 와중 이같은 '수여'를 약사법 위반이라고 봤다는 점입니다. 그동안 이는 수많은 업체들의 관례였던 것이 사실입니다. 더욱이 1990년대 해당 조항이 대외무역법 대상이 돼 식약처와는 관련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약사법 위반으로 본 식약처의 태도에 국내 업체들은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현재 소송을 제기했다고 알려진 회사만 메디톡스를 포함해 휴젤, 파마리서치바이오, 제테마, 한국비엠아이, 한국비엔씨 등입니다.

업체들은 관세청에서 수출이 됐다는 사실을 증거로 제시하며 간접 수출은 수출의 증거고, 식약처가 오히려 법령을 잘못 해석하고 있다는 주장을 폈습니다. 그리고 7월 메디톡스와 11월 파마리서치바이오가 각각 승소 및 일부승소하면서 사실상 무게추가 조금은 업체 측으로도 기운 모양새입니다. 물론 메디톡스를 비롯해 항소와 상고라는 가능성 높은 카드가 남아있긴 하지만, 식약처 입장에서는 1심을 뒤집을 수 있을 만한 새로운 논리가 필요하기도 합니다.

이번 소송이 특히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 보툴리눔 톡신 때문만은 아닙니다. 주사제 등을 비롯해 국내 제약사의 제품 중 많은 수가 이같은 형태로 수출되고 있는 이유에서입니다. 만약 휴젤과 파마리서치가 연이어 승소하지 않았다면 기존 주사제 등을 비롯한 의료기기형 주사제 등 역시 전부 '걸면 걸리는' 상황이 된 것이지요. 업계 입장에서는 한숨을 돌린 상황입니다만, 향후 2심과 3심 가능성이 남아 있어 앞으로의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참고로 이 수 개의 사건의 '베이스'는 2편에 다시 등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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