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행정쟁송에 따른 손실보전 개정안 추진...환수법도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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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가'가 제약사에 어떤 의미인지 고려해야 한다

정부가 행정쟁송에 따라 손실보전(환급제도) 시행을 준비하는 가운데 보건복지부가 제시한 '손실 환급제도'는 제약 산업의 환경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제약사에게 약가는 실질적인 피와 살로써 피해구제 수단을 막으면 안 된다는 입장이다. 환급제도가 시행되더라도 산업계와 면밀한 소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히트뉴스는 약가 담당자 4인(통찰력 있는 A씨, 총명한 B씨, 논리적인 C씨, 박학다식한 D씨)과 함께 '손실 환급제도', 정부와 업계간 소통의 부족, 신뢰 등에 대해 터 놓고 나눈 이야기를 정리했다.

 

① 늘어나는 약가관련 소송, 기본권의 연장선

이현주 히트뉴스 취재팀장(사회자)=2018년 이후 약가관련 소송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그리고 집행정지가 많이 인용되고 있다. 작년 국정감사 자료에서는 건보재정 4000억원이 손해를 봤다고 했다. 소송이 늘어난 근본적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통찰력 있는 A씨=소송이 증가한 표면적인 이유는 제약사와 보건복지부 서로가 서로의 손실을 메꾸기 위한 것이지만 내면적으로 바라봤을 때 산업계와 정부 간에 신뢰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012년 일괄 약가 인하가 이뤄졌을 때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약가인하 소송과 비교해 제약사가 받을 영향을 더 클지라도 소송으로 이어진 사례가 거의 없었다. 왜냐하면 그러한 제도가 시행되기 전 복지부와 업계와 많은 소통이 있었기 때문이다.

총명한 B씨=새로운 약가 관리 제도들이 연이어 생겨나는 가운데 설득하는 과정이 좀 부족했다. 건강보험 재정 절감이라는 배경은 너무 좋았지만 직접적인 피해가 있는 업계와는 논의 없이 사회적 합의를 먼저 이뤄버리니까 업계는 당황했다.

이처럼 소통이 없는 상황에서 제약사들은 약가 인하 처분이 수용이 안되니까 결국 방법은 소송이기 때문에 그 방향으로 가게 되는 것 같다.

논리적인 C씨=두 의견에 많이 공감한다. 복지부는 약가 인하로 재정 절감이라는 확실한 이득을 얻을 수 있지만 반대로 제약사는 약가가 인하되면 실질적인 손해가 발생한다. 이런 부분에서 제약사와 복지부 간의 온도차가 너무 크다.

실제로 회사는 몇 프로 깎인 약가를 메우기 위해 원가 절감의 노력, 인원 감축 등의 나비효과가 발생하기도 한다.

제약사에서는 약가와 관련 절박한 입장을 전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복지부는 '너네는 짜면 나와' 식의 태도를 보이기 때문에 제약사는 더 이상 물러설 곳도 없고, 나올 것도 없어 소송이라는 선택을 하는 것으로 본다.

박학다식한 D씨=요즘 집행정지는 대부분 인용된다라는 인식 때문에 소송이 남발된다는 것도 일정부분 맞다. 자정이 필요하다는 것도 인정한다.

하지만, 소송은 회사입장에서 억울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본다. 예를들면, 정부와 소통하는 과정과 다른 처분이 나와 억울했다거나, 재평가 결과에 대한 억울함이 있다거나 한 부분을 항변을 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기 때문에 소송을 택하는 것이다.

10여년 전 처음 소송을 할 때는 약가인하 처분이 회복 불가능한 손해로 볼 수 있을지가 의문이었다. 하지만 집행정지가 인용됐고, 승소까지 이어지면서 현재까지 소송이 늘어나는 것 같다.

 

사회자=신뢰의 문제를 많이 말한다.

A씨=과거 약가일괄 인하할 때 정부가 내세운 캐치프레이즈가 '4월 1일부터 약가가 인하됩니다. 제약산업도 발전시키겠습니다'였다.

제약사에게 약가인하는 피와 살인데 그것을 깎아냈으면 제약 산업 발전을 위한 로드맵이라든가 실질적인 육성책이 있어야 하는데 그나마 만든 제약산업 육성 특별법 이후 재평가 및 약가 인하 정책은 불신감만 키웠기 때문에 복지부의 말은 이제 공허한 메아리로밖에 안 들리는 상황이 됐다.

B씨=일단 제약사가 기대할 수 있는 장기 플랜이 없다. 예를 들어 제약사가 의약품을 개발할 수 있도록 재평가 계획 등 향후 플랜이 장기적으로 나와야 회사가 준비를 하는데 이제 연구개발 막바지인데 처분이 나오면 회사는 감당할 수가 없다.

 

사회자=현실적으로 행정소송해서 집행정지는 인용되지만 본 소송은 업계가 이긴 적이 거의 없다던데.

B씨=사실이다. 리베이트 관련 소송은 50대 50이지만 그 외는 업계 승소가 드믈다. 행정소송 승소율이 10%내외로 낮다고 알고 있다. 그럼에도 제약사가 소송 진행하는 이유는 차선책이 없기 때문이다.

제약사 입장에서 한 품목이 사라지면 그 시장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대체할 다른 약제가 그 시장을 차지한다. 그렇게 되면 회사는 큰 손실을 입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대체할 약제를 개발할 시간 혹은 다른 계획을 준비할 시간이 필요한데 그것이 부족하다.

A씨=사실 재판 청구권은 헌법에 나와 있는 기본 권리다. 기본적으로 무죄 추정 원칙을 고수하는 우리나라에서 유케이케미팜과 같이 한 건이라도 억울한 케이스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기회가 있어야 한다.

정부가 이러한 상황에서 소송을 진행하는 행위를 시간 끌기용 수라고 무언의 압박을 하는 것은 더더욱 제약사들을 법률 만능주의로 모는 상황이 될 것이다.

​​히트뉴스는 약가 담당자 4인(통찰력 있는 A씨, 총명한 B씨, 논리적인 C씨, 박학다식한 D씨)과 함께 '손실 환급제도', 정부와 업계간 소통의 부족, 신뢰 등에 대해 블라인드 토크를 진행했다. ​​
​​히트뉴스는 약가 담당자 4인(통찰력 있는 A씨, 총명한 B씨, 논리적인 C씨, 박학다식한 D씨)과 함께 '손실 환급제도', 정부와 업계간 소통의 부족, 신뢰 등에 대해 블라인드 토크를 진행했다. ​​

 

② 환급 제도, 업계 배려 없는 검은색 카드인가

사회자=복지부가 추진 중인 환급제도가 업계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지 않나.

D씨=환급제도는 순서가 바뀌었다. 집행정지가 많이 되고 있는 상태에서 정부는 환수 제도를 먼저 꺼냈어야 했다.

그런데 정부는 언론 플레이를 하는 것처럼 환급 제도를 먼저 꺼냈다. 환급 제도의 취지가 정말 제약업계의 이익을 보장하는 것이라면 집행정지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환수 제도가 오히려 타당성이 있다.

C씨=환급제도를 통해 집행정지 인용을 막아보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법원에서 약가 인하를 회복 불가능한 손해로 인정했기 때문에 복지부가 환급이라는 당근을 주면서 법원을 설득하려는 메시지로 보인다.

D씨=더 문제는 손해라는 것이 유형의 손해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제약사가 겪는 손실에는 유형과 무형의 손해가 있는데 환급 제도는 유형의 손해에 국한돼 있다.

 

사회자=유형과 무형의 손해가 어떤 것들이 있는지 궁금하다.

B씨=예를 들어 환급 제도가 시행된다면 약가 인하 차액분에 대해 처방량만큼 환급을 해줄텐데 이런 부분이 유형의 손해다. 무형의 손해는 급여기준 축소 혹은 삭제가 되면 제약사 입장에서 그 시장은 다른 경쟁사에게 뺏기게 된다. 그 뒤 다시 급여를 복원해준다고 할지라도 다시 시장에서 입지를 회복하기는 어렵다. 이런 것이 무형의 손해다.

A씨=다른 예로 환자 입장에서 약가가 인하되면 실제 지불하는 가격이 올라가니까 회사를 볼 때 색안경을 끼고 본다.

정부와의 논의를 통해서 약가가 인상됐지만 회사에서 어떠한 이득을 취하려는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이미지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이런 부분도 확실하게 무형의 손해로 볼 수 있다.

C씨=요양급여 적용정지 또는 대상 제외가 될 경우, 해당 약제의 처방 자체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각 병원에서 처방코드가 삭제될 것이다. 업체가 소송으로 승소해 다시 급여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각 병원에 처방코드를 잡고 처방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몇 달에서 길게는 1년정도 시간이 필요하다.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는 손실액으로 보지않는 문제점이 있다. 또, 앞서 언급된 손실액 산정은 공단이 지급한 요양급여 비용만 포함된다. 현실적으로 업체가 손해를 본 약가에는 본인부담금이 분명 존재하지만 정부는 이부분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는다.

심지어 급여 보장도 다해주는 것이 아니라 40%만해준다. 왜 40%인지 업계와 논의도 하지 않았다.

추후 손실액 지급에 갈음해 상한금액 조정을 희망하는 경우에는 다시 심평원과 공단의 행정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여기서 발생하는 시간도 상당하다. 이렇다 보니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제약사가 겪어야 하는 유형과 무형의 손실을 충분히 보장해 준다고 받아들이기 어렵다.

 

사회자=환급 제도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다른 부분이 있을까.

A씨=집행정지로 제약사는 이미 환급에 준하는 선택지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복지부가 정말로 제약사가 가처분 기간동안 혜택을 누렸다고 생각한다면 민사소송으로도 충분히 쟁송을 다져볼 수 있다.

C씨=실제로 제약사들은 민사소송으로 해결한다. 복지부는 민사소송의 복잡한 과정이 싫으니까 자신의 틀 안에서 시도도 못하게 하는 것이다.

제약사 입장에서 행정적 피해를 보면 소송이라는 수단을 사용하는 것인인데 복지부가 그 행위에 리스크를 갖게함으로써 시도도 못하게 하는 것은 국민으로서 누릴 수 있는 권리를 제한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D씨=복지부도 이런 무리수를 두는 것보다, 민사소송으로 먼저 복지부가 손해입은 부분에 있어 제약업계 잘못이 있다는 것을 입증한 후 환급제도를 만들었으면 업계도 반대하지 못했을 것이다.

 

③ 사전 소통 없었던 환급 제도, 구상권 우려도

사회자=환수환급 법안, 환급제 등이 모두 국내사들에게 더 예민하게 와 닿는 정책이다.  

D씨=환급 제도에 대해 국내 제약사들이 더 적극적으로 반대하긴 했다. 

A씨=외자사도 회사 별로 입장이 다르지 않을까 한다. 예를 들어 신약 파이프라인이 많은 회사의 경우 정부와 척을 지면서 일하는 것을 어려워한다. 반대로 제품 하나가 정말 중요한 회사의 경우 사활을 걸 것이다. 이해관계가 다른 양상이다. 

D씨=그래서 더 문제다. 정부가 개발된 약과 신약을 연결시키니까 제약사들이 바른말을 하고 싶어도 밉보일까 말을 못하는 상황이 온 것이다.

B씨=이런 상황에서 국내사 입장에서 걱정이 되는 부분은 특허 문제다. 제네릭 개발사가 특허를 침해한 것으로 판단됐을 때 오리지널 제약사에 약가를 복원하게 돼 있다. 그러면 이제 그 부분을 환급해주게 된다.

그럼 결국 건강보험 재정에서 나간 금액이니까 결국 특허를 침해한 제네릭 개발사에게 구상권을 청구할지도 모른다. 

제네릭 개발사들이 본인들 판매에 대한 배상은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오리지널 약의 손해를 배상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하지만 현실은 환급 제도가 생기면 그렇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A씨=어떤 회사들은 돈을 벌었는데 누군가는 돈을 쓴 거니까 결국 정부 입장에서는 제로섬 게임을 할 수밖에 없다.

B씨=그렇게 되면 환급은 사실 제네릭 개발사에게 특허를 도전하지 못하게 하는 족쇄가 될 수 있다.

 

④ 유케이케미팜의 승소 소식, 업계 숨통 열어주나

사회자=유케이케미팜이 최근 '허가변경 재평가 소송'에서 승소했다. 이번 소송이 주는 의의는 무엇인가?

B씨=이번 승소 사례가 정부가 말하는 시간 끌기용 소송이 아니라는 반증이다. 만약 소송할 기회가 없었다면 회사의 손실은 엄청 컸을 것이다. 결국 이번 소송은 소송의 기회가 사라져서는 안 된다는 것을 보여줬다.

D씨=유케이케미팜의 소송에 대해 재판부의 입장을 보면 보건 당국과는 다른 면을 봤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보건 당국은 약의 주성분을 기준으로 약가를 측정하고 있기 때문에 그 기준으로 생각했다면 재판부는 약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본 것이다.

솔직히 소송 전에는 당연히 패소를 생각했다. 왜냐하면 보건 당국에서 리스크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규정을 다 만들어 놓고 직권 조정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직권남용으로 유케이케미팜이 승소했다. 재판부가 주성분의 변화가 있더라도 안전성과 유효성에 변함이 없다는 것은 같은 약이라 판단한 것이다. 이런 결과는 우리들 입장에서는 좋은 사례가 됐다.

B씨=약가 업무를 너무 오래하다 보면 틀에 박히게 된다. 제약 업계 시선과 외부 시선에서 보는게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 또 이와 같은 사례가 있을 것이다.

C씨=보건 당국에서는 합당하다고 판단하는 안건이 외부의 합리적인 시각으로 보면 아닐 수 있다. 거기에 제약사가 도전해보고 판결 받는 권리가 있어야 하는 것인데 제도를 통해서 막으려 한다는 것은 보건 당국의 틀 안에서 해결한다는 것이다. 제3자에게 공평하게 판정을 받을 권리 자체는 보장해줘야 한다.

 

⑤ 환수와 환급, 그리고 향후에는…  

사회자=여러 잡음 속에서 환급제도는 진행될 것이라 예상하는데 그러면 업계가 원하는 방향은 무엇인가.

B씨=사실 안 되는 것이 원하는 방향이다.(웃음)

D씨=현실적으로 환급 제도는 시행될 것이고 그렇다면 환수 제도는 무조건 막아야 한다.

A씨=그럼에도 불구하고 환급, 환수 법안이 모두 통과된다면 제약사는 절대적인 을인 상황에서 방법은 없다. 다만 이후에 정부와 산업계 간 정말 긴말한 소통이 이뤄졌으면 좋겠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달았다. 그러니 제약사에서 산업의 육성 로드맵과 같은 미래를 보고 장기적인 비전을 그릴 수 있는 정책을 명확하게 보여주길 기대하고 있다.

C씨=이번 제도가 겉으로 보기에는 약제에 대한 흐름이나 제약사가 얻고 잃을 수 있는 피해에 대한 부분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느껴지는 괴리감을 해결할 수 있도록 보건 당국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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