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약 필요한 종근당 vs 소화기 라인업 확충 보령 2파전
보령 카나브 라인업 중 일부 코프로모션 '트레이드설'까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1200억원대 위식도 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의 공동 판매 경쟁이 현재 2파전 상황에서 곧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코프로모션을 진행했던 종근당 은 향후 수익성을 위해 해당 품목을 반드시 잡아야 하는 반면, 소화기내과 질환에서 조금 약한 모습을 보였던 보령은 케이캡 새 파트너를 통해 새 영역을 개척해야 하는 상황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HK이노엔은 최근 자사의 위식도 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성분명 테고프라잔)'의 공동 판매를 위한 최종 파트너를 기존 코프로모션 상대인 종근당과 보령 사이 중 곧 최종 결정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케이캡은 지난해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유비스트 기준 1195억원의 원외처방액을 기록한 품목이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출시된 '칼륨 경쟁적 위산분비 억제제(P-CAB)' 계열 약제로, 적응증을 확대하며 PPI(프로톤 펌프 억제제)가 차지하던 위식도 역류질환 등 소화성 궤양용제 시장에서 세대교체를 이뤄낸 제품으로 평가받는다.

HK이노엔은 케이캡 출시 6개월 만인 2019년 1월 종근당과 코프로모션 계약을 맺었다. 특히 종근당은 소화기 분야 약제 영업에서 강자로 알려져 있고, 국내에서도 영업력이 최상위권에 속하는 회사인 만큼 코프로모션 당시 케이캡의 성장세가 어느 정도 가파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었다. 그리고 실제 코프로모션 전략은 성공을 거뒀다. 유비스트에 따르면 케이캡은 2022년 1000억원대 처방액을, 아이큐비아에서는 2021년부터 1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다.

그러나 최근 몇 달 간의 상황을 모아보면 케이캡은 그야말로 온갖 이야기가 모이는 초미의 관심사였다. 먼저 HK이노엔 입장에서는 불과 등장 수 년만에 1000억원이 넘는 품목으로 자리잡았지만, 신약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국내 제품 중 코프로모션 수수료가 상당히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매출의 상당 부분이 수수료로 나가는 상황이 회사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었다.

특히 기존 코프로모션 계약이 끝나는 올해 HK이노엔이 과연 누구를 선택할 지에 관심이 모아졌던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정작 누구로 할 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던 상태다. 더욱이 계약 관계가 정해지고 당장 내년의 새 판매 계획을 준비해야 하는 HK이노엔 그리고 정해질 파트너사 역시 시간이 매우 급했던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타사의 구애 역시 이어졌다. 실제로 협상 과정에서 HK이노엔 측도 상당한 수의 제안을 받았을 만큼 케이캡은 말그대로 '대어급' 의약품이었다. 업계 내에서 알음알음 알려졌던 회사만 수 곳에 달했다. 첫 코프로모션 당시 지원을 했던 국내 상위사들을 시작으로 새로이 제안서를 낸 곳도 있었다.

반면 품목을 가진 HK이노엔 입장에서는 이미 성장한 품목을 어떻게 더욱 성장시킬 지 역시 고민의 대상이다. 더욱이 시장에서는 동일 기전의 대웅제약 '펙수클루'(펙수프라잔)을 비롯해 내년 등장이 예상되는 제일약품(온코닉)의 '아스타프라잔' 등이 경쟁 상대인 만큼 선점 효과를 통한 성장이 경쟁자로 인해 더뎌질 것이라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그래픽=이우진 기자
그래픽=이우진 기자

이 때문에 정작 12월 초반까지 판매사가 확실히 정해지지 못했다는 이야기만이 돌았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2곳으로 제시됐던 회사인 보령과 종근당이 마지막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말들이 흘러나왔다.

첫 파트너사인 종근당 입장에서는 수수료를 일부 내리더라도 재계약이 필요한 상황이다. 더욱이 올해 받지 못했던 케이캡의 구강붕해정을 함께 영업해 성공한다면 어느 정도 수수료 감소로 인한 부담을 덜어낼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실제 업계 내에서는 코프로모션에 성공했던 종근당의 영업력을 비춰봤을 때 이번 재계약이 수수료를 통한 매출 상승에 더욱 도움이 되지 않겠냐는 평이 이어지고 있다.

새 파트너사를 노리는 회사 중 업계 내에서 가장 많이 회자된 보령은 케이캡을 통한 매출이 필요한 시기다. 이미 판권 구매를 통한 항암제 분야에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고, 고혈압 치료제 분야에서 이제는 완연한 대표 품목으로 자리잡은 '카나브(성분 피마사르탄)' 제품군의 안정적인 매출에 더해 케이캡을 통한 추가 매출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보령은 장두현 대표 취임 후 단기간 내 '매출 1조 클럽'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구사하고 있는 상황에서 케이캡의 코프로모션은 추진력을 돋울 카드이기도 하다. 다만 상대적으로 소화기내과 분야에서 종근당의 파트너링과 비교했을 때 해당 분야에 더욱 힘을 쏟아야 한다는 '전제 조건'도 있는 상황이다.

HK이노엔 안팎에서 조만간 이 둘 중 파트너사가 곧 정해질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두 회사의 목적이 각자 매우 뚜렷하고 '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어서다. HK이노엔 입장에서도 어느 정도 검증된 회사들이 케이캡의 성장세를 이어주길 바라는 동시에 경쟁을 통한 수수료 절감 역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이런 가운데 업계 내에서는 카나브 일부 제품군의 '맞트레이드 설'까지 떠돌고 있다. 카나브 제품군 중 일부를 HK이노엔에 넘겨주며 동반 성장을 노린다는 소문이다. 그 추정은 실제 보령이 현재 카나브 제품군 중 복합제인 '아카브' 등 2종을 대원제약과 함께 코프로모션하고 있다는 점에서 착안한다.

카나브 제품군의 실적을 높여 매출을 높여야 하는 보령과 상대적으로 고혈압 치료제 군이 약한 HK이노엔이 코프로모션을 통해 자사 영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할 수 있는,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기존 코프로모션 계약 종료까지 3주를 남겨둔 상황에서 최종적으로 케이캡의 손을 잡고 함께 나아갈 새 코프로모션사는 어디가 될 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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