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HIT | '약의 날', 그들만의 축제로 끝나지 않으려면

약사법 제정 기념과 의약품 산업 발전 공로를 치하하는 '제37회 약의 날' 기념식이 지난 17일 마무리됐다. 2021년 국가기념일 지정 이후 처음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주관한 이번 행사는 '건강한 미래로 도약하는 좋은 약'을 슬로건으로, 국민 건강 증진에 공헌하고 산업 발전에 기여한 여러 관계자들의 노고를 치하하는 자리가 이어졌다.

제37회 약의 날 기념식이 지난 17일 개최됐다. / 사진=김홍진 기자
제37회 약의 날 기념식이 지난 17일 개최됐다. / 사진=김홍진 기자

이날 개회사, 기념사, 축사 등에는 윤석열 대통령(보건복지부 박민수 제2차관 대독), 국민의힘 최재형 의원, 더불어민주당 전혜숙, 서영석 의원 및 주최 측에서 후원단체로 처음 참여한 대한약사회 최광훈 회장,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노연홍 회장, 한국의약품유통협회 조선혜 회장 등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모두 우리나라 의약품 산업의 우수성과 규제 프로세스의 우수성이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며 우리나라 의약품의 글로벌 도약을 응원한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실제로 식약처는 2014년 PIC/S(의약품 실사상호협력기구) 가입, 세계보건기구(WHO)의 우수규제기관 목록(WLA)에 등재되는 등 규제 프로세스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산업 규모 역시 성장했다. 2021년 우리나라 약제비 지출 규모는 처음 20조원을 돌파했고, 작년에는 22조9000억원을 기록하는 등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및 생산량 확대 등으로 외형적인 성장이 지속되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약업계가 마냥 기쁜 마음으로 축제의 장을 누릴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이면에는 우수한 기술력과 규제 프로세스 사이에서 태어난 의약품들이 환자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해열진통 성분 '아세트아미노펜', 코감기·알레르기 비염 증상 완화 성분인 '슈도에페드린' 등은 코로나가 극성을 부리던 2021년·2022년부터 최근까지도 수급 불안이 지적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는 작년에 이어 의약품 수급 불안 문제가 다시금 제기됐으며, 원인으로는 높아지는 원료비용 대비 낮은 약가, 수급 현황 모니터링 프로그램의 부재, 유통 등이 지목됐으며 정부는 민관 협력으로 이 사태를 극복하겠다는 답을 내놨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앞열 가운데)이 의약품 수급 불안 관련 답변을 진행하고 있다(2023년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앞열 가운데)이 의약품 수급 불안 관련 답변을 진행하고 있다(2023년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

물론 정부·제약계·유통업계 모두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는 것은 맞다. 약가 인상은 물론 생산량 확대를 위해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제약사간 사용량에 따라 약가가 변동되는 '사용량 약가 연동제도'를 보정하기도 했으며, 대한약사회는 약국가의 급한 불을 끄기 위해 '균등 공급'이라는 카드를 꺼내기도 했다.

또 민관협의체(대한약사회, 대한의사협회,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한국의약품유통협회, 한국병원약회 등 참여)를 구성해 △시급성 △중요도 △구체적인 불안정 상태 △대체약 존재 여부 △자체 해결 가능성 등을 파악해 대응 필요성을 검토하고, 이에 따른 해결 방안을 마련한다는 개선안을 내놓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당장에 필요한 의약품 수급 문제 해결과 별개로 지속 가능한 △약가 인상 △제조·수입명령 △처방 대체조제 활성화 등 전반적인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건강한 미래로 도약하는 좋은 약'이 국가기념일의 슬로건으로써 이름 값을 하려면 국가 구성원들이 함께 축하할 수 있어야 함이 마땅한 만큼, 환자들을 중심으로 하는 의약품 수급 대책이 마련되길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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