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법안엔 무상의료운동본부만 반대의견 제시

[H-check] 재생의료·바이오의약품 특례법 논란(3)

1) 첨단재생의료·바이오의약품 어디까지 왔나
2) 제정법안 주요내용
3) 제정법안에 대한 엇갈린 반응들

재생의료법안과 첨단바이오의약품법안은 국회에 제출됐을 때부터 상당한 논란을 예고했다. 각각의 법률안에 대한 의견제출 건수는 23개(중복포함) 단체 총 39건에 달했다. 재생의료법안 2건에 대한 의견이 10개 단체 20건이었고, 첨단바이오의약품법안에 대해서는 11개 단체가 17건의 의견을 제시했다. 통합조정법안에 대해서는 2개 단체만 입장을 내놨다. 통합조정법안에 대한 입장이 이렇게 적은 건 사실상 논점이 정리됐다는 의미로 보인다.

히트뉴스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주재 공청회를 앞두고 각계 의견을 정리해 봤다. 공청회는 오늘(13일) 오전 10시부터 열릴 예정이다.

첨단재생의료 관련 법률안=김승희 의원과 전혜숙 의원이 2016년에 각각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사협회, 한의사협회, 임상병리사협회, 병원협회, 코아스템, 바이오의약품협회,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줄기세포학회, 가톨릭생명연구소, 기독교생명윤리협회 등 10곳이 의견을 제시했는데, 부정적인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의사협회의 경우 법률제정안 취지에 공감한다고 해놓고, 관련 분야 학회 등 전문가 의견수렴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의료법상 한의사, 조산사 등의 업무범위를 고려해 인체세포 채취자격 의료인 중에서 한의사와 조산사는 배제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의사협회는 정책위원회 위원에 '한의과학'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했고, 임상병리사협회는 심의위원회 위원과 세포처리시설 허가 인력요건, 채취자 등에 임상병리학과 임상병리사를 추가해야 한다고 했다. 각자 직능의 입장에서 다른 직능을 배제시키거나 개입여지를 넓히고 싶었던 것이다.

병원협회는 정책위 위원에 의사회 및 의료기관에서 추천하는 자를 각 1명 씩 포함할 필요가 있고, 조산사의 경우 통상 수행업무 범위 등을 고려해 채취자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했다.

전문기업인 코아스템은 법안전반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놨다. 이 회사는 "안전성과 유효성이 담보되지 않은 제품의 무분별한 사용이 우려되고, 약사법 등 기존 법령과 상충할 뿐 아니라 관리 상의 혼선이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바이오의약품협회는 "희귀난치성질환과 만성질환 치료 또는 예방을 위해 줄기세포 활용은 필요하다"면서도 "다만 배양시설 관리수준은 현 약사법 관리 수준으로 엄격히 관리해 환자의 안전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코아스템·인의협·줄기세포학회 등 반대일색

인의협은 "기존 의료법과 상충하고, 국제적 의약품 개발기준과 유사한 절차가 아닌 전문가 심의만으로 세포치료제 투여가 가능해져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국제적 신뢰가 하락할 수 있다"고 했다. 가톨릭생명연구소는 "첨단이라는 이름으로 검증되지 않은 치료를 성급히 국민에게 적용하는 건 매우 위험하다. 배아파괴가 수반되는 배아줄기세포와 위험성 높은 이종동물세포는 재생의료 대상에서 배제해야 한다"며 강한 반대 의견을 제시했고, 기독교생명윤리협회는 "심의 또는 승인 면제에 대한 명확한 조건을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전문학회인 줄기세포치료학회는 조목조목 의견을 제시했다. 건수만 7건에 달한다. 우선 약사법 등에 따라 이미 선진국 수준의 검증체계가 확립돼 있으나 이 법안이 도입되면 완화기준 적용으로 검증의 질적 저하와 국민건강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했다. 더구나 근거축적이 불가능한 구조여서 오히려 재생의료 기술혁신에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철저한 검증과정 없이 시판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재생의료 산업 붕괴와 국제 경쟁력 약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도 했다. 법안상 시술한계가 제시되지 않아 정규 인허가 기준을 통과하지 못한 제품의 우회판매 수단으로 남용가능하다는 의견도 내놨는데, 부정적인 주장 일색이었다.

첨단바이의약품법안=정춘숙 의원이 2017년 대표 발의했다. 당시 의견을 체출한 곳은 기획재정부, 보건복지부, 행정안전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농립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법무무, 유전자세포치료학회, 줄기세포학회, 글로벌의약산업협회, 의사협회 등 11개였는데, 정부 측 의견제출이 많은 게 특징적이었다.

정부기관들은 법안 전반보다는 특정조문들에 대해 의견을 제시했다. 법 제정 취지나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았던 것이다.

기재부는 규제과학센터를 신규 법인으로 설립하지 않고 기존 기관을 지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고, 농림부와 해수부는 동물용 첨단바이오의약품 특례 규정을 추가해야 한다고 했다. 복지부는 국가의 책무 및 연구개발 지원 근거를 신설할 필요가 있고, 진흥기관과 분리해 안전관리기관을 설립하는 방향으로 조문수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유전자치료학회 "별도관리 동의...광범위한 간소화 경계"
KRPIA "재심사·재평가, 위해관리계획 등으로 대체해야"

유전자치료학회는 첨단바이오의약품은 기존 화학물질 기반 의약품과 차별성이 있으므로 별도 관리체계를 구축하는 데 대해서는 동의하지만 개발자 편의를 위해 광범위한 범위에서 간소화, 단순화되는 건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줄기세포학회는 인체유래 세포 등 채취 동의 시 채취목적에 대해서도 명확히 알려야 한다고 했고, 조건부로 허가된 첨단바이오의약품의 경우 '허가된 환자군 및 용법·용량 외에는 사용을 제한할 것'이라는 조건을 붙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글로벌의약산업협회는 첨단바이오의약품 재심사와 재평가는 의약품 위해성 관리계획, 갱신제도 등으로 대체해서 검토하는 게 합당하다고 했다. 의사협회는 첨단바이오의약품 규제과학센터가 장기추적조사 대상 첨단바이오의약품 투여환자의 이상사례 정보 수집을 위해 자료제공 요청을 할 수 있는 대상에서 의료기관 개설자를 제외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국가비상상황 특례조항과 관련해 허가되지 않은 의약품은 안전성과 유효성을 담보할 수 없어서 비상상황에서 쓰면 진단과 치료 상의 혼란이 가중될 우려가 있으므로 해당 조항은 삭제해야 한다고 했다.

통합법안=이명수 의원이 올해 대표 발의했다. 의사협회와 무상의료운동본부가 의견을 제시했는데, 의견제출 건수가 이렇게 줄어든 건 관심에서 멀어진 결과가 아니라 개별 법률안에 대해 제기된 문제점과 우려를 통합법안이 대부분 담아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통합법안은 복지부, 식약처, 전문가 등이 함께 보완작업을 철저히 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통합조정안에 대해서도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단체는 "의학적 안전성과 적정성이 담보되지 못한 첨단재생의료 기술이 승인될 경우 국민의 생명과 안전, 건강을 위협하며 건강보험재정에 악영향을 주는 한편, 기업은 이를 악용해 이윤을 확보하게 되므로 법안제정에 반대한다"고 했다. 의사협회는 현 세포보관업자도 세포처리시설로 허가받을 수 있도록 하고, 허가를 위한 유예기간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의사협회는 기허가 세포처리시설은 한국줄기세포뱅크(2005년 설립), 케이셀바이오뱅크(2014년 설립) 등 12곳이 있는데, 누적 보관 고객 수는 7만명 이상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한편 보건복지위 법안소위는 통합법안을 놓고 공청회를 갖는다. 진술인으로는 박소라 인하대 의대 교수, 전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 오일환 가톡릭대 의대 교수 등 3명이 출석할 예정이다. 박소라 교수는 첨단재생의료법안을 준비할 단계부터 참여한 이 분야 최고 전문가다. 전진한 국장은 무상의료운동본부가 추천한 진술인으로 반대의견을 적극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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