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터뷰 | 이구연 케이메디켐 대표
"알츠하이머병, 가장 도전적인 과제여서 선택"
6가지 신약후보물질 확보…내년까지 전임상 완료 목표
SI 및 FI 대상 시리즈 A 투자 유치 중…연말까지 클로징 기대

유기합성 및 천연물 유래 소재 개발 기업 케이메디켐(K-Medichem)은 오는 8월 1일로 창업한 지 만 5년을 맞는다. 숨 가쁘게 신약 연구개발(R&D)에 매진해 온 회사는 여러모로 큰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도전 과제는 바로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개발이다. 의약합성 분야에 강점을 갖춘 케이메디켐이 케미칼 의약품으로 난공불락과도 같은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케이메디켐은 알츠하이머병의 발병 원인 중 하나를 타깃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개를 타깃하는 다중 기전의 '싱글 컴파운드(단일 화합물)'를 찾고 있다. 알츠하이머병 치료를 위해 하나의 발병 원인이 아니라 여러 개의 발병 원인을 공략함으로써 치료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게 케이메디켐 창업자인 이구연 대표의 목표다. 히트뉴스는 지난 25일 강원 춘천시 케이메디켐 본사에서 이구연 대표를 만나 회사의 그간 성장 이야기와 앞으로 목표를 들었다.

왼쪽부터 케이메디켐 창업자인 이구연 대표와 연구소장인 박상구 상무 / 사진=강인효 기자
왼쪽부터 케이메디켐 창업자인 이구연 대표와 연구소장인 박상구 상무 / 사진=강인효 기자

 

고효율 유기합성 기술 강점

화합물 1500여종 이상 자체 라이브러리 확보

케이메디켐은 독자적인 의약합성 기술과 케미칼 합성 라이브러리가 핵심 경쟁력으로 꼽힌다. 그 중심에는 의약합성 전문가인 이구연 대표가 있다. 이 대표는 강원대 화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유한양행에서 유기합성을 담당하는 책임연구원으로 근무했다. 이후 대학으로 진출해 현재 강원대 생명건강공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케이메디켐은 이 대표의 교수 창업이다.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유기합성 전문가이자 이 대표와 같은 대학에서 재직 중인 이필호 강원대 화학과 교수가 케이메디켐 기술고문으로 이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필호 교수는 대한화학회 유기화학분과회 2020년 회장을 맡은 바 있으며, 차기 대한화학회 회장으로 선출됐다.

이구연 대표는 "신규성과 특허성, 약물성을 모두 갖춘 화합물 1500여종 이상을 보유한 자체 라이브러리를 확보하고 있다"며 "또 천연물 520여종 이상의 데이터베이스도 라이브러리에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케이메디켐의 핵심 기술은 유기합성 기술인데, 바이오 활성소재 탐색을 통해 의료용 대마(헴프) 소재를 활용한 의약품을 디자인하는데 성공했다"며 "자체 라이브러리를 스크리닝한 결과 칸나비노이드(Cannabinoid) 유효물질을 발굴하고, 지난 2019년 우리나라 최초이자 국내 유일의 의료용 대마(헴프) 유래 칸나비노이드 유도체 합성 인허가를 획득했다"고 덧붙였다.

국내에서 대마는 현재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른 규제 대상이어서 대마를 취급하는 연구 수행에는 여러 제약이 따르고 있다. 대마의 종류는 크게 마리화나와 헴프로 구분되는데, 헴프는 의료용 대마를 지칭한다. 환각성분(THC)이 있는 마리화나와 달리 헴프는 칸나비디올(Cannabidiol·CBD)을 주요 성분으로 가지고 있어 환각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헴프에서 추출한 CBD는 뇌전증, 치매 등에 치료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해외에서는 이미 다방면에 활용되고 있다.

이 대표는 "최초 인허가 당시만 하더라도 칸나비노이드 유도체도 마약류로 분류됐었다면서 "미국과 유럽 등 세계 각국에서 마약류에 대한 규제가 많이 풀리면서 우리나라도 규제 완화 기조로 돌아섰는데, 최근 인허가를 연장하는 과정에서 규제당국으로부터 '대마 식물이 만들어 내는 144가지의 칸나비노이드는 마약류가 맞지만, 유도체는 마약류가 아니다'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헴프 유래 칸나비노이드 화합물로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개발 도전

케이메디켐은 자체 발굴한 헴프 유래 칸나비노이드 화합물로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개발에 도전하고 있다. 최근 일본 에자이와 미국 바이오젠이 공동 개발한 알츠하이머병 치료 신약 '레켐비(Leqembi‧성분 레카네맙)'가 미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정식 승인을 받으면서 치매 치료의 신기원이 열렸다는 평가가 나왔다. 예방과 증상 완화에 머물렀던 알츠하이머병 치료의 목표가 레켐비의 등장으로 증상을 멈추거나 개선하는 '근원적 치료'로 바뀔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긴 것이다.

이런 시점에 알츠하이머병 치료제에 도전하는 이 대표의 복심은 무엇일지 궁금했다. 이 대표는 "케이메디켐이 신약 개발 회사로 피보팅(Pivoting·창업가들이 초창기에 세웠던 목표를 바꿔야 할 때, 사업 아이템이나 비즈니스 모델을 전환하는 것)하는 시점에서 도전적인 과제로 시작해 보고 싶었다"고 답했다.

최근 케이메디켐은 바이오의약품 개발 전문가이자 이 대표와 유한양행에서 한솥밥을 먹은 박상구 상무를 연구소장 겸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영입했다. 박 상무는 동국대 약학 박사로 OCI 바이오사업부장, 펩트론 연구소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알츠하이머병의 주요 발병 기전은 크게 4가지 정도로 구분된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콜린성 신경 전달 저하, 베타아밀로이드(Aβ) 플라크 생성, 타우(Tau) 단백질의 과인산화, 뇌신경 세포 손상 등이다.

알츠하이머성 치매의 주요 발병 기전 / 출처=케이메디켐 IR 자료
알츠하이머성 치매의 주요 발병 기전 / 출처=케이메디켐 IR 자료

이구연 대표는 "알츠하이머병은 다인성 질환(Multifactorial disease)인 만큼 다중 작용기전 치료제 개발의 필요성이 있다"며 해당 치료 후보물질 20여종 이상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알츠하이머병의 발병 원인 중 하나를 타깃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개를 타깃하는 다중 기전의 '싱글 컴파운드(단일 화합물)'를 찾고 있다"며 "알츠하이머병 치료를 위해 하나의 발병 원인이 아니라 여러 개의 발병 원인을 공략함으로써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케이메디켐은 현재 알츠하이머병을 타깃하는 6개의 파이프라인(신약 후보물질)을 보유하고 있다. 이 중 3개가 케미칼의약품, 2개가 의료용 대마(헴프) 유래 유도체, 나머지 1개가 천연물의약품이다.

이 대표는 또 "케이메디켐이 자체 발굴한 신약 후보물질로 마우스 모델에서 실험을 한 결과 아밀로이드 베타 플라크 생성 저해를 확인하고, 인지기능 개선 평가에서 유효성을 보였다"며 "심장독성 및 유전독성 평가에서 안전성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지브라피시(zebrafish) 모델에서도 유효성 평가에서 인지기능 개선 효과를 확인했고, 나아가 항경련 효과까지 확인함으로써 뇌전증 치료제로의 확장 가능성도 열어두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레켐비로 대표되는 알츠하이머병 항체치료제가 FDA의 정식 승인을 받았지만, 레켐비의 경우 부작용 이슈 및 고가의 약제라는 점을 들어 케미칼 의약품 개발에 대한 미충족 수요(Unmet needs)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무엇보다 대마의 칸나비노이드는 뇌혈관장벽(BBB)를 잘 뚫고 들어가는데, 이에 대한 초기 단계 실험 결과도 갖고 있다"며 "바이오의약품인 항체 치료제에 비해서 우리가 개발하려는 케미칼의약품은 가격을 낮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상업화해 성공한 알츠하이머병 치료제인 항체의약품 모두 효력에 대한 의구심을 다 떨쳐내지는 못했다"며 "알츠하이머병에 대한 발병 기전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이번에 아밀로이드베타만 타깃으로 하는 (레켐비가) 허가됐기 때문에 다중 기전의 '싱글 컴파운드(단일 화합물)'가 알츠하이머병 치료에 있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케이메디켐의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파이프라인 현황 /
케이메디켐의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파이프라인 현황 / 출처=케이메디켐 IR 자료

 

"내년까지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전임상 후보물질 도출 목표"

케이메디켐은 지난 2021년 시드(seed) 투자를 유치했다. 서울대기술지주가 2억원을, 이어 강원대기술지주가 2억원을 투자했다. 서울대기술지주의 경우 케이메디켐이 의료용 대마인 헴프를 통해 신약 개발에 나서고 있다는 소식에 관심을 갖고 연락을 해왔는데, 결국 투자까지 이어졌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케이메디켐은 서울대기술지주를 운영사로 해 팁스(TIPS)에도 선정됐다.

현재 회사는 시드 투자에 이은 다음 라운드 투자 유치를 진행 중이다. 전략적 투자자(SI) 및 재무적 투자자(FI)를 대상으로 시리즈 A 펀딩에 나섰고, 연내 클로징하는 것을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에 투자 유치를 통해 조달하게 될 투자금은 팁스가 완료되는 시점인 내년까지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전임상 후보물질을 도출한 뒤 해당 후보물질의 전임상 비용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그러면서 해당 후보물질을 기술이전(Licensing Out·라이선스 아웃)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 대표는 "케이메디켐은 알츠하이머병을 타깃으로 다중 기전의 치매 치료제 개발에 도전하는 새로운 콘셉트의 신약 개발 회사"라며 "회사의 시작은 합성 기술인 '메드켐(Medicinal chemistry·의약화학)'으로 시작했지만,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개발을 기점으로 류머티즘 관절염 등 자가면역질환, 나아가 항암제까지 파이프라인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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