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한 날 균주 논쟁, 간접수출 소송 등으로
글로벌 진출 기회 비용 다 써버린 톡신사들

 한국 기업들은 어떻게 보톡스를 위협할 것인가 

글로벌 시장을 바라보던 보툴리눔 톡신 제제가 국내 시장에서 바닥권을 기고 있다. '균주 논쟁'과 '간접수출 소송'에 휘말려 동력이 상실된 탓이다. 과연 국내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매출 규모 6조원 브랜드, 보톡스를 따라 잡을 수 있을까? 국내기업들은 내수의 앙금을 걷어내고 글로벌 시장에서 보톡스 원조 애브비와 당당하게 품질경쟁을 할 수 있을까?

① 실효성 없는 균주논쟁, 언제까지?
② 내수 말고 수출, 보툴리눔 성장 방정식
③ 미용과 치료, 보툴리눔의 양날개
④ 똑같은 보툴리눔으로는 안된다

[끝까지히트 6호] 결론부터 말해 대부분 보툴리눔 톡신 업체 관계자들은 "지금의 국내 성장이 영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들의 주장에는 의문이 든다. 2021년 삼성증권 헬스케어 산업분석 보고에 따르면 2018년 950억원대였던 국내 미용 보툴리눔 톡신 시장 규모는 2019년 1100억원, 2020년 1220억원, 2022년 1430억원, 2023년 1560억원으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톡신 제제를 보유한 회사의 매출도 꾸준히 늘고 있다. 2022년 기준 휴젤은 톡신으로만 매출 1500억원을 넘었고, 메디톡스는 필러 영향을 감안해도 매출 1700억원에 육박했다. 대웅제약도 1400억원대에 달하고 휴온스바이오파마, 휴메딕스, 종근당 등 후발 주자들도 성장세다. 

보툴리눔 업계는 성장세를 보이지만 내수 경쟁에서 더 이상 획기적 매출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이야기한다. 국내사 가운데 가장 먼저 보툴리눔 톡신 제제를 허가받은 기업은 메디톡스로, 첫 제품 메디톡신은 2006년 허가받았다. 다음은 휴젤의  보툴렉스로  2009년이었다. 한올제약(현 한올바이오파마)이 2002년 중국산 보툴리눔 톡신 제제인 비티엑스에이를 허가받았지만 국내 개발 제품이 아니었던 데다 2013년 국내사와 경쟁에서 밀려나며 시장을 떠났다.

새롭게 등장한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은 앞서 시장에 진입했던 보톡스의 인지도를 넘어서려 신규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펼쳤다. 메디톡스는 태평양제약(한독에  흡수)과  코프로모션으로, 휴젤은 종근당에게 유통을 맡기며 경쟁에 돌입했다.

시장에 진입한 기업들은 전략적 저가 경쟁에 나섰다. 경쟁은 효능 효과 대신 누가 더 의료기관에 싸게 제품을 제공할 수 있는지로 귀결됐다. 국내 제품 출시사가 많다고는 하지만, 15년 전까지만 해도 20~30만원 선이었던 사각턱 시술 비용은 현재 3~5만원 선까지 떨어졌다. 저가 경쟁의 산물이다.

업계는 이 과정에서 나타난 불투명한 유통도 지적한다. 앞서 삼성증권 보고서를 보면 2020년 국내 보툴리눔 톡신 시장은 1900억원대, 2023년 2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되지만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IQVIA)에 따르면 보톡스 등 다국적사 제품까지 포함해 시장규모는 250억원 가량이다. 아이큐비아 자료가 표본 대상 조사라서 100% 정확도를 보증하지 않아도 두 자료간 차이는 8배 수준이다.

여기에 보툴리눔 톡신의 경우 국내 의약품 시장 내에서도 이른바 '무자료 거래'가 꽤 되는 물품으로 꼽힌다. 거점이나 총판 도매업체가 이른바 도도매, 도도도매 등과 거래하며 허위로 세금계산서를 끊거나 무자료로 거래를 하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부 업체들이 이를 관리하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역부족이라는 점은 업계 스스로 공감하는 지점이다. 

보툴리눔 톡신 제조업체들은 이 때문에 10여년간 이어온 성장이 향후에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할 수 없다고 토로한다. 국내 주요 업체들의 경우 실제 매출 대부분이 해외에서 더 많이 발생하고 있다.

국내 주요 보툴리눔톡신 허가 현황.
국내 주요 보툴리눔톡신 허가 현황.

 

과포화 속 균주 논쟁 
업계 "아무도 득 될 것 없다"

유통 상황과 별개로 보툴리눔 톡신 업체들의 발목을 잡은 것은 균주 논쟁과 간접수출 논란이다. 두 논쟁은 결국 대외적으로 한국 기업과 규제 당국의  불신을 가중시켰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2016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특정 보툴리눔 톡신 제품이 관리에 소홀하다'는 질의 한 마디로 시작된 기나긴 사건은 대웅제약과 휴젤이 자사의 균주를 도용해 제품을 만들었다는 주장을 메디톡스가 하면서 본격화된다. 대웅제약과 휴젤 두 회사는 균주에 문제가 없다며 다퉜지만, 메디톡스는 특히 미국 판매를 시작하려는 대웅제약과 그 파트너사를 미국 지방법원에 제소하는데 이르렀다.

사건의 주 무대는 돌고 돌아 서울중앙지법으로 이어졌고 2017년 메디톡스 측이 손해배상 등의 소송을 제기하며 더욱 뜨거워졌다. 2023년 2월 재판부가 메디톡스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지만 사건은 항소심 진행 중이다.

여기에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내린 결정 등으로 인해 결국 국내 제약사의 해외 진출 발판이 국내사에 의해 손상받은 것 아니냐는 안타까운 비판도 나오고 있다. 2020년 12월 ITC는 대웅제약 보툴리눔 톡신 제제인 나보타(수출명 주보)의 수입을 21개월간 금지했다. 하지만 애브비(옛 앨러간으로 메디톡스의 액상 보툴리눔 톡신 기술 도입)와 나보타의 미국 판권을 가진 에볼루스의 합의를 통해 소송 취하로 수출은 재개됐다. 업계는 이 지점에서 법정 다툼으로 국내사의 적응증 확대 임상이나 기술 개발의 기회비용을 날린 제로섬 게임이었다고 지적한다. 

그 사이 보건당국이 업계의 간접수출 의혹을 제기하며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것도 업계 입장에서는 부정적 이슈의 연속이자 부담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20년 11월 메디톡스가 보툴리눔 톡신 제제의 수출 과정에서 국가 출하 승인을 받지 않고 수출했다는 이유로 메디톡스 제품에 대해 품목 허가 취소 처분을 내리면서 간접수출 건은 휴젤과 파마리서치바이오를 넘어 제테마와 한국비엔씨로 번지고 있다. 최근에는 휴온스바이오파마 등 업계 전반으로 이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식약당국은 수출대행업체를 통한 의약품 판매가 약사법상 의약품 취급이 불가능한 수출대행 업체에게 예외적으로 넘기는 '수여'라는 조항을 활용해 의약품의 대금을 제약사에 송금하는 중간상의 형태라고 보고 법에 어긋난다고 주장하는 반면, 업계는 각 업체의 상황이 다르고 간접수출에도 문제가 없다는 점을 들어 반박하고 있다.

특히 파마리서치바이오 등은 해외용 제품의 국내 유통 문제에 좀 더 집중하며 식약처가 간접수출을 묵인해줬다는 주장도 제기하고 있다.

 편집자 주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메디톡스의 간접수출 관련 소송 1심의 경우 최근 대전지방법원에서 메디톡스의 손을 들어준 바 있습니다. <끝까지 HIT> 6호 발간 이후 일어난 내용이라 이 기사에는 반영되지 않았음을 알려드립니다.

균주 논쟁과 간접수출 논란은 보툴리눔 톡신 산업계 전반에 불신을 덮어 씌웠다. 국내 한 보툴리눔 톡신 업체 관계자는 "균주 논쟁은 보툴리눔 톡신 제제를 만드는 업체를 부정한 회사로 낙인찍는 계기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보툴리눔 톡신 제제의 안전성 역시 식약당국이 시술 등에 쓸 수 있도록 인정해 줬음에도 불구하고 '1g만으로 수만 명을 죽일 수 있는 독소'라는 프레임까지 씌워지면서 보툴리눔 톡신 시술을 받지 않은 이들에게까지 부정적 인식을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다른 보툴리눔 톡신 업체 관계자도 "해외 기업보다 좀 더 나은 기술력과 해외 제품 대비 저렴한 가격을 내세우면서 글로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조건이 충분했는데도 몇몇 사건이 업계의 침체를 부른 감이 있다"며 "(좋은 소식으로) 신문 경제면에 나와야 할 일이 (소송 등으로) 사회면으로 나오다 보니 보툴리눔 톡신 기업이 사회적으로 좋은 소리를 듣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더 이상 소모적 균주 논쟁이나 소송으로 업계를 프레임에 가두지 말고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다질 수 있는 기술 개발과 고품질 생산시설 마련, 새적응증 임상 개발, 신제품 개발을 더 많이 고민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한 업체 관계자는 "보툴리눔 톡신은 사람들에게 지겨운 이슈가 되었다. 국위 선양을 하고 좋은 소식을 들려줘야 할 업계 입장에서 불편할 수밖에 없다"며 "해외 진출, 적응증 확대, 신제형 개발 등의 소식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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