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와 미용, 양 날개 푤쳐야... 새 치료 적응증 개발 필요

 한국 기업들은 어떻게 보톡스를 위협할 것인가 

글로벌 시장을 바라보던 보툴리눔 톡신 제제가 국내 시장에서 바닥권을 기고 있다. '균주 논쟁'과 '간접수출 소송'에 휘말려 동력이 상실된 탓이다. 과연 국내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매출 규모 6조원 브랜드, 보톡스를 따라 잡을 수 있을까? 국내기업들은 내수의 앙금을 걷어내고 글로벌 시장에서 보톡스 원조 애브비와 당당하게 품질경쟁을 할 수 있을까?

① 실효성 없는 균주논쟁, 언제까지?
② 내수 말고 수출, 보툴리눔 성장 방정식
③ 미용과 치료, 보툴리눔의 양날개
④ 똑같은 보툴리눔으로는 안된다

[끝까지 히트 6호] 국내외 시장을 함께 조준하는 보툴리눔 톡신 기업들은 일제히 말한다. 더이상 '미용'으로만 먹고 살 수 없다고.  톡신 기업들이 새 적응증 확보에 눈을 돌려야 하는 이유는 해외 상황이 이미 보여주듯 미용 시장의 성장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세계 보툴리눔 톡신 시장이 성장하는 가운데 이미 치료 목적용 매출은 전체 과반을 넘어선지 오래다. 시장조사기관인 리서치앤마켓의 2016년 보고서에는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안검경련, 뇌졸중 후 근육강직, 요통, 과민성 방광증 등 치료 목적의 사용 빈도가 전체 보툴리눔 톡신 시장의 54%를 차지할 것이라는 분석이 있었다. 실제 포춘이 발표한 2022년 분석 결과에서도 약 55%로 이와 유사한 추이가 나타났다.

국내만 해도 가장 먼저 나온 '보톡스'의 적응증은 하위 적응증을 포함하면 10개에 달한다. 하위 적응증으로는 △12세 이상 성인에 있어서 양성 본태성 눈꺼풀경련이나 제 7신경 장해를 포함한 근긴장 이상과 관련된 사시 및 눈꺼풀경련의 치료 △2살 이상의 소아뇌성마비 환자에 있어서 경직 에 의한 첨족 기형의 치료 △경부근긴장 이상의 징후와 증상의 치료 △18세 이상 성인에 있어서, 국소치료에 저항성을 보이고 일상생활의 활동을 방해하는, 지속적인 중증도 원발성 겨드랑이 다한증의 치료 △18세 이상 성인의 뇌졸중과 관련된 상지 경직 △18세 이상 75세 이하의 성인에 있어서 눈썹주름근 그리고/또는 눈살근 활동과 관련된 중등도 내지 중증의 심한 미간 주름의 일시적 개선 △성인 만성 편두통환자에서의 두통 완화(하루에 4시간 이상 지속되는 두통이 한달에 15일 이상 지속되는 경우) △18세 이상 성인에서 항콜린제 치료가 어렵거나 적절히 조절되지 않는, 신경인성 배뇨근 과활동성(예: 척수 손상, 다발성 경화증)으로 인한  요실금의 치료 △18세 이상 성인에서 항콜린제 치료가 어렵거나 적절히 조절되지 않는, 절박성 요실금, 절박뇨, 빈뇨의 증상 이 있는 과민성 방광의 치료 등이다.

물론 국내 다수의 제품들도 적응증을 늘리면서 시장에서 치료제로서 변모를 준비 중인 상황이다. 메디톡스의 대표 제품인 메디톡신을 놓고 보면 △만 18세 이상 성인에 있어서 양성 본태성 눈꺼풀 경련의 치료 △만 2세 이상의 소아뇌성마비 환자에 있어서 강직에 의한 첨족기형의 치료 △만 20세 이상 만 65세 이하의 성인에 있어서 눈썹주름근 그리고/또는 눈살근 활동과 관련된 중등증 내지 중증의 심한 미간주름의 일시적 개선 △만 20세 이상 성인의 뇌졸중과 관련된 상지 국소 근육 경직의 치료 △만 20세 이상 만 65세 이하의 성인에 있어서 눈둘레근 활동과 관련된 중등도 내지 중증의 외안각 주름(눈가주름)의 일시적 개선 △경부근긴장 이상의 징후와 증상의 치료 등 총 6가지로 국내 제품 중에서는 가장 적응증이 많다. 이어 휴젤이 △만 18세 이상 성인에 있 어서 양성 본태성 눈꺼풀 경련의 치료 △만 18세 이상 65세 이하의 성인에 있어서 눈썹주름근 그리고/또는 눈살근 활동과 관련된 중등증 내지 중증의 심한 미간 주름의 일시적 개선 △만 20세 이상 성인의 뇌졸중과 관련된 상지 경직의 치료 △만 2세 이상의 소아뇌성마비 환자에 있어서 경직에 의한 첨족기형의 치료 △만 19세 이상 65세 이하의 성인에 있어서 눈둘레근 활동과 관련된 중등증 이상의 외안 각 주름의 일시적 개선 등 5가지로 뒤를 따르고 있다.

대웅제약도 △만 20세 이상 만 65세 이하의 성인에 있어서 눈썹주름근 그리고/또는 눈살근 활동과 관련된 중등도 내지 중증의 심한 미간 주름의 일시적 개선 △만 18세 이상 성인의 뇌졸중과 관련된 상지 경직의 치료 △만 18세 이상 만 65세 이하의 성인에 있어서 눈둘레근 활동과 관련된 중등도 내지 중증의 외안각 주름(눈가 주름)의 일시적 개선 △만 18세 이상의 성인에 있어서 양성 본태성 눈꺼풀 경련의 치료 등 4가지를 가지고 있다. 그 뒤 후발 주자는 미간주름과 눈가주름 등 1~2개 수준의 적응증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메디톡스와 휴젤 등은 만성 편두통과 과민성 방광, 양성교근중후군(사각턱) 등의 적응증을 노리기 위한 임상도 진행 중이다. 대웅제약은 탈모라는 다른 적응증을 확보하려는 한편, 잇몸 노출증, 대상포진 후 신경통 치료를 위한 임상도 각각 진행하고 있다.

국내사의 적응증 확보는 이미 서구권에서 이들의 치료범위가 끊임없이 확장되고 있다는데 기인한다. 실제 미국 FDA가 작성한 '보툴리눔 톡신의 적응증' 관련 문서에는 △만성 편두통 △자궁경부의 근긴장 이상 △안검 경련 △사시증 △다한증 △ 배뇨근 과잉 활동으로 인한 요실금 △반측 안면경련 등이 담겨 있다.

여기에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판단하는 적응증 외 오프라벨 증상인 △신경인성  흉곽출구증후군  △상과염  △뇌졸중 후 통증 △대상포진 후 신경통 △당뇨병성 신경병증 △삼차 신경통 △신경병증성 통증 △척수 손상 △근막 통증 △방광 통증 등을 포함하면 보툴리눔 톡신의 사용처는 크게 늘어난다. 치과 쪽에서는 △턱 관절 장애 △보철물 파절 △임플란트 나사 풀림 △잇몸노출증 등에도 쓰이니 사실상 의료 시장에서는 포기할 수 없는 치료제 중 하나인 셈이다.

국내 주요 보툴리눔톡신 제제 적응증 현황.
국내 주요 보툴리눔톡신 제제 적응증 현황.

다만 적응증을 늘리는 것만으로 시장에서 입지를 마냥 늘릴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밖에서는 보툴리눔 톡신 제제를 보유한 업체가 '하나 더' 해야 하는 것이 있다는 뜻이다. 인식과 이미지 제고, 즉 보툴리눔 톡신 제제를 어떻게 회사의 '약' 으로 포지셔닝할까와 관련한 문제다.

국내 헬스케어 분야 투자사 관계자는 "투자 관점에서 미용을 위주로 하는 보툴리눔 톡신 보유 기업은 사실 큰 매력을 느끼기 어렵다. 시장에서 치료 목적을 강조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학술 분야에서 제품을 알리고 보여줘야 하는 측면이 있는데, 현재까지도 많은 회사들이 미용시술을 보여주는 식의 활동에 초점이 맞춰졌다고 본다. 이렇다 보니 과격하게 말하면 제네릭이 기존 오리지널의 효과를 같이 적용하려는 수준의 활동으로 보이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애브비(옛 앨러간)가 걸 어온 길을 그대로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보인다. (적응증을) 가지기가 쉽고 치료에도 쓰일 수 있음을 어필하는 측면에서는 틀렸다고 보이지는 않는다"면서도 "업계 밖에서 보톡스 외 '너희 회사만 가질 수 있는 장점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적응증 분야에서는 사실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렵다"고 전했다.

실제 애브비의 경우 2022년 4월 가슴을 여는 심장 수술을 받는 환자에게 수술 후 심방세동을 예방하기 위해 보툴리눔 톡신(AGN-151607)을 투여하는 임상을 진행한 바 있다. 미용과 단순 치료를 넘어 이제는 수술에 이르기까지 근육의 경직 등을 막기 위한 상황에서 제품이 쓰일 수 있도록 하는 시점까지 도달했다는 점은 국내 업체가 주목해볼만 하다.

다른 하나는 의료진에게 보툴리눔 톡신에 대한 이미지 제고를 어떻게 해내느냐의 문제다. 이는 해외 진출과 더불어 국내 치료에도 해당된다. 흥미로운 이야기는 미국에서 일어났다. 실제 2016년 앨러간이 후발 진입을 위한 임상 중인 회사를 막고 있는 것과 관련해 소송이 일어났다.

재미있게도 환자의 치료 목적의 사용을 두고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이들은 치과의사들이었다. 후발 주자라 해도 환자가 필요하다면 쓸 수 있다는 이들의 인식이 반영된 셈이다.

신흥국 등에서는 아직까지 미용 목적이 강하다고는 하지만 국내 업체들이 큰 벽으로 꼽는 북미시장에서는 단순한 '에스테틱 개념' 만을 들이밀 수는 없다는 지적이 업계의 레파토리 중 하나가 됐다.특히 국내에서 보유한 적응증이라고 해도 치료 목적에서는 아직 보톡스를 여타 보툴리눔 톡신 제제가 뛰어넘기 힘들다는 이야기가 의료진들 사이에서 나온다. 현재까지도 많은 회사가 치료 목적보다 미용 시술에서 술기나 해외 미용 시장 유행에 따른 분위기를 소개하는데 더욱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연스레 차별화를 이루려면 '보툴리눔 톡신=미용'이라는 분위기를 깨야 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편두통 치료에 보툴리눔 톡신 제제를 사용하는 한 대학병원 교수는 "보톡스의 경우 가장 먼저 나온 제제라는 측면과 별 개로 실제 학회 등에서 치료 목적의 연구 결과를 확보하면서 의료진에게 신뢰감을 준 사례다. 환자들 역시 반신반의하지만 보톡스라고 이야기했을 때 치료 거부감이 좀 더 적은 것이 사실"이라며 "국내 제약사가 최근 임상으로 적응증을 확대하고 있지만, 단순히 적응증만을 늘리는 것보다 보툴리눔 톡신이 이런 곳에 쓰일 수 있다는 것을 좀 더 적극적으로 어필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회사들의 심포지엄 등을 비롯해 자사 제품 효과를 소개하는 행사들을 보면 아직까지 미용 분야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적응증을 늘렸음에도 정작 의료진이나 국민에게는 국산 보툴리눔 톡신이 미용에만 관심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치료 목적을 어필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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